[인터뷰]코오롱 FnC 한경애 부사장 | 지속가능한 가치와 브랜딩의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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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국내 여행 지역을 정할 때에 여러분만의 기준이 있으신가요? 비마이비는 감성뿐 아니라 좋은 콘텐츠가 있는 숙박이 꽤나 중요해서 요즘 ‘올모스트홈 스테이(이하 올모스트홈)’을 다시 눈여겨 보고 있어요. 올모스트홈은 경남 하동을 시작으로, 전북 고창, 경북 청송, 강원 고성, 충북 옥천, 충남 논산, 전남 강진, 경북 영월을 시즌별로 따라 오다가, 지금은 다시 강진에서 진행중이에요. 올모스트홈은 가격이 낮지 않지만, 그를 상쇄하고도 남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담고 있습니다. 그 인기는 티켓팅에 가까운 예약의 난이도로 느껴볼 수도 있는데요. 올모스트홈의 큐레이션 덕분에 매력을 몰랐던 새로운 지역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죠. 그런데 이 올모스트홈을 운영하는 브랜드는 바로 코오롱 FnC의 에피그램. 왜 패션 브랜드에서 스테이를 운영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코오롱 FnC는 알고 보니 옷과 가치를 함께 엮는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었어요. 이름부터 Korea Nylon의 축약인 KOLON에서 시작하여 우리나라 최초 나일론 생산으로 섬유 산업을 이끈 코오롱. 코오롱의 패션 브랜드인 코오롱 FnC는 Fashion과 Culture를 아우르며, 지포어와 쿠론, 커스텀멜로우 등 각 카테고리에서 누구나 알 수 있는 패션 브랜드를 두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를 비롯해, 패션업계에 업사이클링을 선도하고 경험하게 하는 래코드(RE;CODE), 공감과 공생을 이야기하는 에피그램(epigram), 콘텐츠가 흐르는 시리즈(series;) 등 많은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이는 우리나라 패션 업계 최초로 코오롱 FnC에 신설된 CSO(Chief of Sustainability,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요. 그 초대부터 지금까지 CSO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한경애 부사장. 그녀는 디자이너로 시작해,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브랜딩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알아야겠다는 열정으로 사업부장을 거쳐 지금의 자리까지 왔어요. 무엇보다 어떻게 그 많은 브랜드에 좋은 가치를 넣어, 잘 만들고 키우고 있는지 궁금해졌는데요. 브랜드가 어떻게 우리의 행동을 바꿀 수 있고, 또 어떻게 그렇게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오늘 밀도 높은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해 주세요.


 Q1. 부사장님 안녕하세요, 마이비레터 구독자를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더불어 코오롱 FnC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코오롱 FnC는 큰 패션회사이지만, 그 이전에 문화를 말하는 회사이기도 해요. 10년 전부터 저희 회사는 항상 새로운 것들을 먼저 만들어 내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있었고, 다른 생각을 남들보다 먼저 생각했어요. 기존 패션 브랜드가 갖고 있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했죠. 패션 산업에서 ‘단순 소비’ 이상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버려지는 옷과 옷감에 대한 문제를 회사 차원에서 해결하고 다시 이들의 가치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코드의 방식을 바꾸다’라는 브랜드 ‘래코드(RE;CODE)’이기도 하고요. 당시에는 그 가치가 대두되지 않았지만, 지금의 친환경 활동과 맞닿아 있는 장기적인 가치까지 내다보는 회사이고 수입 브랜드를 많이 보유해 대형화되기보다는 국산 브랜드를 잘 키워 나가는 것이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잔잔한 인식에 돌을 던져 파동을 만드는 래코드 / [사진 비마이비]


저는 디자이너보다는 브랜딩을 하는 사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 저를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남성복 디자이너로서 사회와 패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패션을 완성하는 디자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저는 그 디자인이 나오기까지 사회적인 현상을 포함한 여러 과정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보통의 디렉터 역할로만 한정하면 브랜딩을 하는 데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저는 브랜딩이 고객과 직접적으로 맞닿는 매장에서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디자인부터 고객과의 접점 사이에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이 개입되면서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런 허들을 뛰어넘고 싶었죠. 그래서 사업부장이자 CSO로서 경영까지 할 수 있는 위치에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경영인으로서 인재를 적재적소에 두기 위해서는 제가 끊임없이 공부해야겠죠? 제가 약점인 부분을 맡기더라도, 그걸 제가 알고 맡기는 것과 모르고 맡기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Q2. 국내 패션업계 최초 조직인 코오롱 FnC의 CSO, 그리고 부사장님께서는 최초로 그 직책을 맡으셨는데요. 코오롱 FnC에서 이 조직을 꾸린 이유와 이를 통해 기대하는 결과와 사회적 역할이 궁금합니다.

사회적으로 지금 ‘must’라고 여겨지는 것을 미리 선도하는 것이 저희 회사의 방향이기 때문이에요. CSO는 코오롱 FnC가 정확하게 어떤 메시지를 말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어요. Sustainability의 S를 위해 남들이 하기 어려운 것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고요, ESG 추진 전략팀 신설 등 구체화하고 체계화하겠다는 뜻이에요.

옷을 덜 사야 친환경이고, Sustainability가 실제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실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저희의 활동이 실제 비즈니스의 수익이 되는 선례가 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새로운 도전이기에 더디게 움직이지만, 이런 도전과 결정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고 믿어요. 저희는 패션 브랜드가 옷을 파는 행위에만 국한되는 것에 의문을 갖고 있어요. 패션 브랜드가 교육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잖아요? 제가 맡고 있는 브랜드에 있어서는 만드는 사람, 즉 브랜드에게 책임과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코오롱스포츠에서는 원단뿐 아니라 단추, 지퍼등 부자재까지 모두 한 소재로 만들어진 Mono material을 통해, 해체 과정이나 버려지는 것 없이 옷 한 벌을 그대로 녹이면 다시 같은 소재의 옷이 되는 완벽한 사이클을 추구하고 있어요.

 


cool consciousness. 래코드의 슬로건 / [자료 출처 래코드 인스타그램]


이러한 맥락에서 래코드는 버려진 재고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브랜드이죠. 고객을 만나지 못한 옷의 수명을 늘려주는 ‘닥터’라고도 부르는데요. 옷의 운명은 고객의 선택을 받냐 못 받냐에 따라, ‘입는 옷이 되냐 버려지는 천이 되냐’로 갈려요. 여기에서 래코드는 선택을 받지 못한 옷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이죠. 디자이너가 옷의 소각 과정까지 보는 일은 흔치 않은데, 그런 경험을 해보면 생각이 달라져요. 저에게도 그것이 계기였고요. 결국 패션 산업은 계속해서 소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저희의 이러한 활동을 통해 사람들이 한번쯤은 멈칫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래코드의 10주년 기념 전시, ‘리콜렉티브: 25개의 방’에서는 이런 지속가능 메시지의 직접적인 경험을 제공했는데요. 전시 마지막 날, 거의 닫을 때 즈음 저희와 산학협력 인연이 있기도 한 PaTI(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교수님께서 아이를 데리고 급하게 방문하셨던 기억이 나요. 노멀의 기준이 흐려지는 요즈음, 아이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경험 시킬 수 있다는 것은 값진 일이었어요.



저를 닥터라고도 부르는데요. 옷의 운명은 고객의 선택을 받냐 못 받냐에 따라 갈려요. 여기에서 래코드는 선택을 받지 못한 옷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이죠.

 

 Q3. 말씀해 주신 장기적인 가치는 비용도 들고 평가도 기존의 기준과는 다를 것 같아요. 코오롱 FnC는 이런 활동에 대해 어떤 지표로 평가하시나요? 쉽지 않은 길을 개척하면서도 성과를 내는 방법도 궁금해집니다.

세상에 없던 기준이다 보니, 아직은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어요. 특히 래코드의 경우, 제가 넣고 싶은 메시지를 굉장히 많이 넣어놨기 때문인데요. 환경뿐 아니라 사회적 배려자들이 자립할 수 있게끔 함께 함께하고 있어요. 코엑스 에피그램 매장 옆 박스 아뜰리에에는 새터민이 수선과 리폼을 진행하는 리메이커로 일하고 계세요. 자립준비청년을 교육, 고용하여 독립할 수 있게끔 도우려 준비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가 가치의 기준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패션을 통해 환경과 사회적인 역할을 함께하고 있는 에피그램 / [자료 출처 래코드 인스타그램]


그리고 저는 디자이너부터, 디렉터, 사업부장 등 여러 영역의 커리어를 거치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패션 시장을 읽으려고 노력했어요. 저랑 출장을 가시는 분들이 굉장히 힘들어하는데요. (웃음) 남성복만 보면 되는데, 여성복도 보고 인테리어나 F&B 영역에도 기웃하니까요. 특히 저는 리빙에 관심이 많아서 이를 에피그램에 접목하여 테스트 중인데요. 관점을 시도하다 보면 또 다른 기회가 만들어지더라고요. 처음에는 당연하던 것의 관점을 바꾸면 새로운 생각이 태어나기도 했고요. 디자이너로서도 다양한 꿈이 있잖아요? 그동안의 피복이 우리를 자연이나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자연이 더 이상 즐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가 옷을 통해서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4. 래코드 이외에도 코오롱 FnC의 에피그램과 코오롱스포츠는 어떠한 메시지를 던지는 브랜드인가요?

에피그램은 보다 우리나라 로컬의 가치에 집중하는 브랜드에요. 에피그램은 왜 패션 광고를 꼭 해외에서 찍어야만 하는지 의문을 갖고 있어요. 7년 동안 14개의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군’과 협업하였어요. 하동의 경우가 굉장히 성공적이었죠. 배우 공유 씨와 작업을 하여 국내 팬들이 많이 찾았고, 광주에서는 광주 비엔날레를 계기로 근대화의 흔적과 매력을 발굴했던 팝업이 기억에 남아요. 이렇듯 에피그램 역시 옷을 파는 것 그 이면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한 도전을 하는 브랜드입니다. 제가 느낀 로컬은 이미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는데, 매력적인 숙박이 없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에피그램에서는 로컬에 ‘스테이’를 덧붙여 ‘올모스트홈 스테이’를 만들었어요. 공간을 단순히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성과 콘텐츠를 더하면, 방문하시는 고객 반응이 확연히 달라지더라고요. 숙박 예약율이 높아지고 방문객이 많아지며 이는 곧 지역 상생과도 연결이 되었어요. ‘왜 패션 브랜드가 그래야 하냐’라는 질문에 ‘왜 마케팅은 꼭 멋진 모델만을 활용해야 하나’라는 반문을 던지고 싶어요. 결국 저희는 로컬에 마케팅을 하는 것이죠. 그뿐만 아니라 선택받지 못하는 재고를 줄이고자 스타일 수를 1/3로 줄였어요. 이 과정에서도 처음에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지금은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환경을 지키는 일에는 비용이 들 수밖에 없더라고요. ‘로컬을 지킬게요, 환경을 지킬게요’라고 말하면서 진행하는 팝업스토어도 철수를 하면 대량의 폐기물을 남기잖아요. 저는 그런 부분이 화가 나요. 실제로 낙원상가에서 진행한 코오롱스포츠의 솟솟상회의 경우, 당시 정리하던 청담 매장의 인테리어 자재를 재활용했어요. (인터뷰가 진행된) 래코드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도 벽에 무엇을 붙이지 않았어요. 저희가 공간을 다 활용하고 떠나더라도 가능한 최소한의 폐기물만 남기고자 하는 노력이죠. 제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켜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코로나 19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며 제주로 많은 사람이 몰렸고, 실제로 굉장히 많은 쓰레기가 버려졌어요. 그래서 ‘솟솟리버스 제주’는 옛 건물 그 자체로 공간을 활용하고 폐기된 스티로폼을 테이블로 활용하며, ‘우리는 이렇게 제주를 다시 살릴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있는 그대로 들어갔다, 재활용 하고, 이야기하고, 나오고자 하는 코오롱스포츠 솟솟리버스 제주 / [자료 출처 솟솟리버스 제주 인스타그램]

 

세컨 핸즈 시장에서 10년 된 코오롱스포츠의 옷이 소비되는 것을 보고, 코오롱스포츠는 환경을 어렵게 생각하기보다, 오래 입을 수 있고 다시 소비될 수 있는 좋은 옷을 만들자는 방향을 잡았습니다. 코오롱스포츠의 아웃도어는 흠집이 나도 더 이상 찢어지지 않고 구멍에 그치는 소재로 만들어졌어요. 그렇기에 와펜만 하나 덧대면 옷을 못 입을 이유가 사라지죠. 다른 브랜드의 옷이라도 들고 오시면 와펜을 붙여드려요. (웃음) 사실 지금의 가장 큰 문제는 1년도 입기 어려운 퀄리티의 옷들이거든요.

 


환경을 어렵게 생각하기보다, 오래 입을 수 있고 다시 소비될 수 있는 좋은 옷을 만들자는 방향을 잡았습니다


Q5. 좋은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 많은 브랜드도 이 지점이 고민이 될텐데요. 결국 고객은 의미를 중요하게는 생각해도, 의미만 보고 사지는 않잖아요? 이런 지점에서 균형은 어떻게 찾고 계세요?

저도 정확하게 같은 생각이에요. 아무리 우리 브랜드가 좋은 가치를 갖고 있더라도 옷으로서 첫인상이 좋아야죠. 우리 옷을 입고 싶게끔, 입는 사람으로 하여금 매력적으로 만드는 옷을 만들어야 해요. 제가 래코드 팀에 요청하는 것은 업사이클링한 소재더라도, 그 소재의 과거보다 현재의 매력이 보이게끔 하라는 것인데요. 감사하게도 이 방향에 감동해 주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진행한 안티패션 컨퍼런스에 2018, 2019년도 두 차례에 걸쳐 초청되어 한국의 업사이클링을 알리는 기조 연설과 저희 부스 및 업사이클링 참여형 워크숍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도 했죠. ‘옷의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솔루션을 담고 있다.’고 평하며 그 가치에 동감했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윤리적인 고민을 하는 시기가 있을 것이고, 예를 들어 코로나 19가 우리 생활 반경을 깨뜨리고 들어와 큰 영향을 준 것처럼 ‘앞으로는 어떤 행동을 해야겠구나’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믿어요.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라벨이 없는 물병을 보고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행동 자체처럼요. 래코드를 통해 저희만의 가치를 선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 따라올 수는 없겠지만 ‘난 이 길을 갈 거야’라는 개척자들에게는 울림을 줄 수 있는 확신은 있어요. 환경을 지키는 것은 기본적으로 편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를 통해 분명 인식과 행동은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지역’은 환경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에피그램이 래코드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외국에 나가보면 하동, 청송, 고창과 같은 지역에서보다 더 많은 우리나라 관광객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왜 우리는 옷만 팔아야 하고 가치를 알리면 안 되는 것인지, 우리가 파는 옷에 가치를 하나씩 담고자 하는 생각과 실천을 먼저 하는 것이죠.


공유와 함께한 청송 / [자료 출처 에피그램 유튜브]

 


환경을 지키는 것은 기본적으로 편하지 않아요. 돈도 들죠.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를 한번 멈칫하게 하고, 결국 인식과 행동은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Q6. 코오롱 FnC 아래에 많은 브랜드가 있는데요. 브랜드가 많은 것은 어떤 방향성 혹은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을까요? 에피그램의 품목을 줄이신 것처럼 브랜드의 수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브랜드의 다양성은 점점 다양해지고 개인화되는 문화를 포용하기 위함이에요. 어느 정도의 기다림도 필요하고요.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의 설자리를 확보해 주는 것도 미션 중 하나에요. 그래도 요즈음엔 인터넷을 통해 개인 디자이너도 활로를 찾고 있지만, 분명 어느 수준에서는 한계에 맞닥뜨리게 될 거예요. 브랜드를 늘리고 줄이는 일은 참 어려워요. 환경이나 시장, 비즈니스나 수익도 고려해야 하고 효율성 관점에서도 바라보아야 하고요.

 

 Q7.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만, 키우고 알리는 일은 더욱 어려울 텐데요. 많은 경험이 있으신 부사장님이 브랜드를 만들고 키우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꼽아주신다면요?

저는 브랜드를 하나의 인격체로 봐요. 제가 시리즈나 에피그램, 래코드 등 브랜드의 파운더로서 (보통은 그 사이에 사업부장이 바뀌지만) 다행히도 10년 넘게 자리에 있어요. 그래서 처음 만든 사람으로서 그 생각을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는데, 기업이라는 건 언제든 그 담당자가 바뀔 수 있잖아요? 패션 브랜드를 소비하는 사람은 그 브랜드를 입는 행위에 그치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가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지 벗어나지 않아야만 하는 키워드가 있어야 하죠. 파운더가 바뀌고 시장이 바뀌었다고 변하면 그건 올바른 브랜딩이 아닙니다. 명품이 명품일 수 있는 이유는 자신들의 고유한 스토리텔링이 있기 때문인데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현장과 매장에서의 목소리가 유지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저 같은 경우는 새로운 직원들이 입사하면 강의를 직접 하기도 하고요. 결국 브랜딩의 근간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현장 경험을 아직도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고유한 관점으로 고유한 이야기를 하는 래코드. @래코드 청담 플래그십스토어 / [사진 비마이비]


Q8. 부사장님은 어떤 브랜드를 가장 좋아하시나요?

저는 디자이너들이 누구나 좋아하는 브랜드이긴 하지만, 마르지엘라를 좋아해요. ‘한결같음’, ‘꾸준함’, 그리고 ‘초심’이라는 키워드를 지켜가는 모습에 존경을 표하죠. 그리고 제가 이 일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어려운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은데, 요즈음에는 ‘지용킴(JiyongKim)’이라는 우리나라 브랜드를 좋아해요. 도버스트릿 등 하이엔드 편집샵에도 들어가 있는 브랜드인데, 햇빛에 원단을 산화시키는 친환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브랜드에요. 브랜드가 출발할 때부터 개인적으로도 일찌감치 눈 여겨 보며 래코드와의 협업도 함께했는데, 해외 유명 편집샵에 방문했을 때 매니저가 지용킴을 저에게 소개시켜주는 재미있는 일화도 있었어요. 그만큼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이 전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데 역설적으로 설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아파요. 어릴 때에 팝을 들으면서 자랐지만, 지금은 K pop이 전 세계를 휩쓸지 누가 알았겠어요?

지난 4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래코드도 리;콜렉티브 : 밀라노(Re;Collective Milan) 전시를 진행했는데요, 여기서도 브랜드의 매력이 글로벌리 어필된 사례가 있었어요. 저희는 여기서 DIY 키링 제작을 체험하는 리테이블을 진행했거든요. 이태리 친구들도 사람들이 전시볼 시간도 없는데 누가 앉아서 하겠냐고 반대했는데 결국 저희 앞에 줄을 섰어요. 그 결과 국내에 보도는 되지 않았지만, ‘업사이클’의 theme으로 ‘Sustainability’부문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죠. 물론 모든 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는 없겠지만, 그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후배들에게 말해요. 제 업무 평가에는 어떻게 참작될지 모르겠지만 (웃음) 경험을 얻고 그 자산을 다른 곳에서 살릴 수 있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밀라노 중앙역의 리노베이션 공간이자 밀라노 건축 및 디자인의 새로운 중심지인 DROCITY에서 진행된 래코드의 리테이블 / [자료 출처 래코드]

 

Q9. 그렇다면 부사장님은 누구보다 트렌드에 대한 인풋이 필요하실 것 같아요. 부사장님은 인풋을 어떻게 받으세요?

저는 요즈음 인풋에 대해서 이제는 선을 그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어디까지 수용해야 할지 인정하고, 그를 통해 스스로의 브랜딩을 하는 것이죠. 그래야 제가 담당하는 브랜드의 브랜딩도 할 수 있고요. 모든 것을 담으면 오히려 브랜드의 색이 없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일부러 차단을 하는 것도 필요한 것이죠.  처음에는 인풋을 많이 받으려고 했어요. 시장조사도 업계를 넘어서 다양하게 했고요. 그때 만들어 둔 머릿속의 라이브러리에서 꺼내 쓰고 있어요. (웃음) 어떻게 보면 현재형보다는 과거형이지만, 새로운 것의 홍수는 결국 자기화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수 있겠죠. 자신만의 선을 긋는다는 관점에서, 요즈음의 친구들이 각자만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저는 참 좋다고 생각해요.

 

Q10. 마지막으로 한경애라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저는 자연을 수용하는 사람입니다. 저의 멘토라면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의 공동 설립자로 20여년동안 관장을 맡기도 한 ‘알렉산더 폰 페게작 (Alexander von Vegesack)’인데요. 프랑스에서 열린 부아부셰 디자인 건축 워크숍을 주관하며 래코드를 현지로 초청한 것이 인연이 되었습니다. 그는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 대부분이 자연에서 온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도시에서 멀찍이 떨어져있는 시골마을 부아부셰에서 워크숍 참가자들이 영감을 얻고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게 했어요. ‘고민의 해답은 자연에서 찾아야 한다’는 페게작의 말을 진심으로 실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개인적으로 낚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낚시는 디지털의 홍수 속에서 자연에 몰입할 수 있는 좋은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요즈음 등산을 접하고 소비하는 세대가 달라진 것처럼 보다 더 젊은 세대가 낚시를 즐기는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브랜드를 가치있게 만들고 키우는 코오롱 FnC 한경애 부사장 / [사진 비마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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