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Curation]#220 모두를 환대하는 곳, 모두의 1층


모처럼 평일 휴가를 낸 날. 은행도 가고, 잠시 서점도 들리고 인근 분식집도 갔다가 마무리로 세탁소도 갈 거예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코스를 단 3시간 안에 끝낼 거라는 겁니다. 야심찬 목표에 맞게 미션 클리어를 했죠. 너무 당연한 결과인가요? 

제 시나리오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었는데요. 바로 각종 계단이나 턱을 가뿐히 넘나들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는 겁니다. 제가 세운 계획대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하루 일과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전 국민의 삼분의 일에 불과합니다. 놀랍지 않나요?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 동반자, 어린이 등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교통약자 또는 이동약자라고 정의하는데요.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 매일의 일상에서 이동의 불편을 습관처럼 감내해야 합니다. 

너무 당연해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던 지점에서, 브랜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습니다. 모두가 1층을 드나들 수 있도록 불편 의견을 모으고, 시설과 상황 개선을 위해 직접 행동으로 옮긴 모두의 1층. 오늘은 기업의 이익과 소비자의 재미를 위한 브랜딩이 아닌, 직접적으로 사회를 개선해나가는 브랜드가 어떻게 생기고 성장하고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01 제한 없는 접근성, 그 작은 시작


설명드린 대로 모두의 1층은 이동 약자의 일상 공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휠체어 사용자, 유아차 동반자, 노약자 등 우리 주변의 다양한 이동 약자가 주변 상점과 시설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경사로 설치와 인식 개선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시작은 2018년 서울 마포구였는데요. 당시 마포구 내 휠체어 사용자와 노약자들이 동네 상점 출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문제 제기로부터 출발한 거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상점 앞 경사로 설치 운동을 시작했고, 점차 지역 기관의 관심과 협력을 모으며 어엿한 프로젝트로 확장됐습니다. 현재는 지자체를 포함한 정부 기관과 다른 NGO 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전국적으로 확산 중입니다. 모두의 1층이 추구하는 세상은 이동 약자에 대한 평등이 실현되는 곳입니다. 이를 위해 단순한 물리적 환경 개선을 넘어, 시민들의 인식 제고와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고자 지금 이 순간에도 노력하고 있어요. 


모두의 1층 지지서명 캠페인 영상 / 출처 무의 유튜브 채널




02 모두의 온 마음이 모두의 1층을 만들다


프로젝트를 가장 앞에서 이끌어가는 주체는 협동조합 ‘무의’와 공익법단체 ‘두루’입니다. 무의는 장애를 무의미하게 만들기 위해 이동권 증진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기획과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두루는 세상을 더 이롭게 만드는 데 뜻을 품고 모인 변호사 집단입니다. 경사로 설치 및 활동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법률 자문을 제공합니다. 또 무의, 두루와 함께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서울시와 지자체는 행정적 지원을 통해 프로젝트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합니다.

 

모두의 1층 팀(무의, 두루, 브라이트건축사무소) / 출처 모두의 1층 


모두의 1층이 실제로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분들이 상점 주인과 시민이라는 점도 중요한데요. 상점 주인은 자발적으로 경사로 설치에 동참하고, 시민은 서명 캠페인이나 교육 프로그램 참여 등을 통해 프로젝트를 지지합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이동권 보장과 접근성 향상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해 협력한 결과물이 공익을 위한 브랜드로 탄생했다는 사실이 몹시 흥미롭고 의미 있어요. 단순한 물리적 공간 개선을 넘어 사회적 인식 변화를 이끄는 대표 프로젝트가 됐죠. 

점차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무럭 무럭 성장하고 있는 모두의 1층인데요. 이 여정의 한가운데서 함께하고 있는 멤버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드려봤어요. 답변을 읽으며 여러분에게는 어떤지 같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Q. 모두의 1층은 나와 세상에 어떤 브랜드인가요? 

“세상이 모두를 환대한다는 신뢰를 쌓아가는 브랜드” 
- 무의 홍윤희 이사장 -

“나도 ‘모두’에 속해있다는 정체성을 일깨우는 브랜드” 
- 두루 김남연 변호사 -

“언젠가 해야 하는 당연한 것을 하는 브랜드” 
- 이충현 건축사 -

“모두를 위한 올바른 길을 닦아온 브랜드” 
- 무의 주성희 선임 매니저 -


경사로 설치를 위해 서울시 및 건축사무소 관계자와 진행한 현장 시찰 / 출처 모두의 1층




03 경사로 설치에서 출발해 모두의 공감대를 쌓기까지


모두의 1층은 그동안 다양한 지역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대표적으로 2023년 서울 성수동 프로젝트를 들 수 있는데요. 일명 ‘핫플’로 불리는 성수동의 일평균 유동 인구는 약 2만 7천여 명이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아뜰리에길 상권에 위치한 272개 점포 중 휠체어가 접근 가능한 곳은 단 36개(13%)에 불과했는데요. 하나의 점포에 경사로 설치를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현실적 어려움이 따르죠. 그런데도 각 점포의 요구사항과 기존 인테리어를 고려한 경사로 설치 제안을 통해 총 4개 점포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성동구 성수동에서의 점포 현장 점검 활동 / 출처 모두의 1층 


 또 앞으로는 더 많은 점포에 경사로가 설치될 수 있도록 일종의 ‘씨앗 뿌리기’ 활동도 했는데요. 상점 주인과 시민을 대상으로 접근성 개선 활동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교육 캠페인을 병행한 겁니다. 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70%의 시민이 ‘경사로 설치 매장에 더 긍정적이며 이용 의향이 높다’라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시민 의식이 높아진 만큼, 이동권 보장과 접근성 향상의 아젠다가 특정한 누구의 것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다는 생각이 확산한 결과가 아닐까요? 


경사로 설치 전후 / 출처 모두의 1층 




04 시민이 함께 일구는 모두의 1층  


매년 경사로 설치에 대한 시민 서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단순한 서명 운동이 아닌, 이동 약자의 접근성 문제와 그 중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교육의 장이기도 합니다. 첫 캠페인이 시작된 2023년 이후 지속적으로 수천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서명된 내용은 서울시 등 지자체와의 협력 또는 조례 개정 등의 법률 과정에서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됩니다. 서명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1층 만들기" 입니다. 공감하는 사람들을 지지 서명을 통해 하나로 모음으로써 이동 약자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연대를 끌어내고자 합니다.

지난 9월부터 약 한 달간 진행한 2회차 지지 서명 캠페인에는 2천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동참했는데요. 트위터를 통한 홍보가 확대되면서 작년 대비 20대 등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의 참여가 높아졌다는 것도 유의미한 성과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모두의 1층 캠페인은 단순한 서명 운동을 넘어 시민 참여를 자양분삼아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경사로 설치를 위한 지지 서명 캠페인 홍보 포스터
포스터의 QR코드를 통해 지지 서명에 참여할 수 있어요! / 출처 모두의 1층 




05 모두를 품는 1층을 향해 


모두의 1층은 2025년에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더 많은 상점과 공공시설에 경사로를 설치해 나갈 예정이고요. 또한 서울 외 다른 지역으로도 확장하여 전국적으로 이동 약자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힘쓸 계획입니다. 시민 참여를 활성화하는 다양한 시도도 준비 중입니다.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참여형 캠페인과 커뮤니티 운영 등 시민들이 직접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자 합니다. 

관련해 한 가지 중요한 소식이 있었는데요. 지난 가을, 스몰 브랜드 개발 플랫폼 아보카도(abocado)와 협업하여 로고 리뉴얼을 진행한 것입니다. 아보카도에서는 로고를 브랜드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시각 요소로 바라보는데요. 기존 로고에도 누구나 평등하게 1층에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가 잘 담겨 있었습니다. 


 
 모두의 1층 로고 리뉴얼 전후 by. 스몰 브랜드 개발 플랫폼 아보카도 / 출처 아보카도  
심볼을 다양하게 응용한 예시 / 출처 아보카도  


그러나 45도 정도로 기울어 있고 가로로 긴 형태로 인해 사용성 측면에서 평소 불편함이 많았다고 해요. 모두의 1층만의 브랜드 비전과 미션을 담아내는 것은 유지하되, 형태적으로 수평을 맞추고 응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리뉴얼했습니다. 로고의 심볼은 무단차를 상징하는 굵고 힘 있는 직선의 그래픽으로 나타냈습니다. 또한 앞으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심볼의 내부를 활용해 로고를 상황에 맞게 변형할 수 있도록 했어요. 

새롭게 변화한 로고처럼, 모두의 1층은 모두에게 이동권이 평등하게 보장되는 사회를 꿈꾸며 더욱 다채로운 활동으로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마침, 다음주에는 그동안의 활동과 성과를 한 자리에 모아 공개하는 전시 이벤트가 열린다고 해요. 경사로 설치 매장이 표시된 지도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이 직접 휠체어에 탑승하고 경사로를 이동해 보는 체험형 전시도 마련될 예정입니다. 현재 참여 신청을 받고 있으니, 응원과 관심을 모아보면 어떨까요? 앞으로의 소식을 이어 받고 싶으시다면 모두의 1층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세요.

이렇게 오늘 레터에서는 소셜임팩트 브랜드이자 NGO로서 성장해 나가는 모두의 1층을 마이비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렸는데요. 모두의 1층은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브랜드로 자리잡는 것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래서 스몰 브랜드 개발을 돕는 아보카도와의 만남도, 로고 리뉴얼도 이뤄진 것이고요. 그렇다면,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들지 않으세요? 왜 기부나 후원, 모금 활동보다 브랜드가 되는 것을 더 중요시 했는지요. 의외로 답은 단순합니다. 바로 이 일을 오래도록 지속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잠시 있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요. 여러분이 가장 염원하는 것 중 하나도 커리어, 관계, 나라는 사람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답이 멀리 있지 않다는 걸 오늘 모두의 1층 사례로 전해드린 것 같네요. 브랜딩은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을 위한 강력한 힘입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모두의 1층 / 출처 모두의 1층  



💡오늘의 레터가 요약되어 있는 my 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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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1층 X 서울 언컨퍼런스]
: 프로젝트 성과 공유 전시회

- 일시 : 2024.12.13 (금) 16:00 - 18:00
- 장소 : 서울숲길 54 SEAM OFFICE 54 1층 메인스테이지
- 내용 :
1부. 이동약자를 배려한 공간, 모두를 위한 사회
2부. 2024년, 서울에서 함께 만든 '모두의 1층'
- 참가 신청 : 
링크를 통해 신청서 제출



💡함께 보면 좋을, 작지만 꼭 필요한 브랜드

응원하고 싶어지는 의미 있는 발걸음들


👉🏻#163 빅 브랜드는 절대 할 수 없는 스몰 브랜드의 전략 

👉🏻#115 사각지대를 비추는 브랜딩

👉🏻아산나눔재단 | 브랜드가 "이봐, 해봤어?"를 공간으로 새로이 표현하는 방법, MARU360 




📕 북토크 세션 참가 모집 중 ~12/9 📕 

AI시대, 디자이너는 어떻게 대응하고 함께 해야 할까?


글로벌 디자인 리더가 바라보는 미국 브랜딩 업계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드려요.
저자 이상인 디자이너와 나누는 진솔한 현직자 토크 90분! ⏰
Google, Microsoft를 거친 TikTok 실리콘밸리 본사 디자인 리더가 들려주는 AI 시대의 진정한 성장법과 마주하세요.  


📖 북토크 세션 개요
- 연사 : 이상인 (저자, TikTok 실리콘밸리 본사 디자인 리더)
- 일시 : 12/10(화) 19:30~21:00
- 장소 : 비마이비 도산 스페이스 (강남구 언주로 727 트리스빌딩 2층)
- 인원 : 30명(선착순 마감)
- 참가비 : 25,000원

🎁 참여하시는 모든 분들께 도서 <AI는 일하고 인간은 성장한다> 1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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