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Curation]#225 찰칵, 모두를 프레임 속 주인공으로 만드는 브랜드

 

친구와의 마지막 약속 장소에서 나오는 길, 몇 걸음에 한 곳씩 셀프 포토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오늘을 추억할 만한 네 컷의 사진 한 장을 들고 집으로 돌아 오죠. 특별한 날에는 기분 전환 삼아 혼자 셀프 포토 스튜디오를 찾기도 합니다. 2010년 후반 등장해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뻗어나가고 있는 셀프 포토 스튜디오. 물론 이전, 우리에겐 스티커 사진이 있었는데요. 이쯤 되니 사진 잘 찍기로 소문난 한국인에겐 사진 문화를 즐기는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셀프 포토의 흥행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있을 것입니다. 단돈 몇천 원으로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시간과 증거. 경험을 좇는 MZ 세대에게는 오히려 가성비 좋은 놀이로 인식되죠. 디지털 사진 파일과 비교했을 때 소장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아날로그 기록을 추구하는 세대의 특징과 잘 맞기도 하고요. 또한 셀프 포토는 나의 하루와 내가 함께한 친구를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소셜 미디어에의 공유는 나의 하루에 마침표를 찍기에 안성 맞춤이죠. 

이렇게 셀프 포토 스튜디오 시장은 MZ세대를 대표하는 놀이 문화가 되면서 2020년에 접어들어 포화 상태에 이르렀는데요. 하나의 브랜드가 여러 지점을 열기도, 새로운 브랜드가 생겨나기도 했죠. 셀프 포토 스튜디오 상위 브랜드의 총 점포 수는 2022년 말 827개에서 2023년 말 1,006개로 약 21% 증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사양 산업이 될 것인가? 당분간은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해요. 이 레드 오션에서 각 브랜드는 저마다의 개성과 차별점으로 사람들의 취향을 공략하거든요. 이번 글에서는 셀프 사진 좀 찍는다면 한 번쯤 가 보았을 셀프 포토 스튜디오 브랜드의 각기 다른 생존법을 소개합니다. 



01 개척은 이렇게, 인생네컷


‘우리 인생네컷 찍자!’ 인생네컷이 아닌 다른 브랜드로 가더라도 이렇게 부르는 경우가 많죠. 인생네컷은 셀프 포토 스튜디오의 고유명사가 됐어요. 마치 반창고를 대일밴드라고 부르는 것처럼요. 브랜드 ‘인생네컷’은 2018년 등장해 국내 셀프 포토 스튜디오의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 인생네컷은 해외로 진출해 27개국 약 1,000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K 문화로서 셀프 포토 스튜디오가 진출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2024년에는 프랜차이즈산업 발전 유공 시상식에서 새로운 놀이 문화 서비스 개척과 성공을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인생네컷은 선발주자로서 셀프 포토 문화를 국내외에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특수성을 가집니다. 



인생네컷 스튜디오 내부 / 자료 출처 인생네컷 홈페이지


선발주자에겐 막강한 루키가 따르는 법이죠. 저마다의 킥(개성)과 함께 추격하는 브랜드를 방어할 돌파구가 필요했어요. 2022년 인생네컷은 업계 최초로 앱을 출시합니다. 베타 서비스로 시작한 인생네컷 앱은 사진 및 동영상 자동저장, 다양한 프레임 등의 기능을 제공해요. 그중 인생네컷만의 독보적인 차별점은 직접 프레임을 사용해 만들 수 있다는 것인데요.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담은 단 하나의 프레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신꾸(신발 꾸미기) 등에서 보이는 Z세대의 커스터마이징 욕구를 잘 활용한 사례입니다. 


인생네컷 앱 기능 / 자료 출처 애플 앱스토어


지난 12월에는 국내에서 리더십을 강화하고 글로벌 K 포토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가 되기 위해 리브랜딩을 진행했는데요. ‘당신의 빛나는 순간’이라는 BI(브랜드 정체성)를 새롭게 정의하면서, 사진 촬영의 가치와 일상 속 소중한 순간을 빛나게 하고자 하는 브랜드 미션에 한 발짝 더 다가갔습니다.




02 IP로 맛본 무한한 확장, 포토이즘 


인생네컷이 셀프 포토 스튜디오 시장의 문을 열었다면, 포토이즘(photoism)은 시장의 규모를 넓힌 브랜드가 아닐까 싶어요. 2020년 처음 등장한 뒤 2025년 1월 기준, 국내 543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셀프 포토 스튜디오 브랜드, 바로 포토이즘입니다. 포토이즘 스튜디오, 포토이즘 박스, 포토이즘 컬러드까지 총 3개의 브랜드를 통해 고객이 취향에 따라 사진을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합니다. 포토이즘 스튜디오는 높은 수준의 장비와 전문 포토그래퍼의 세팅 값으로 ‘전문성’을, 포토이즘 박스는 간단한 일상을 가볍게 기록할 수 있는 ‘편리성’을, 포토이즘 컬러드는 레드, 네이비, 퍼플 등 다양한 컬러 배경으로 셀프 브랜딩 등 ‘개성’을 무기로 하고 있어요. 



포토이즘 박스 / 자료 출처 포토이즘 홈페이지


포토이즘은 셀프 포토 스튜디오 시장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는데요. 그 비법은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 재산권)와의 협업입니다. 포토이즘은 연예인, 인플루언서, 캐릭터 등 좋아하는 대상과 마치 함께 사진을 찍는 것처럼 연출할 수 있는 프레임을 개발했어요. 배우, 아이돌 그룹, 운동선수까지 다양한 셀럽과 협업한 프레임을 주기별로 제공하면서 재방문의 맥락을 제시하고, 혼자서도 셀프 스튜디오를 찾는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포토이즘은 팬이 있는 콘서트, 경기장, 팝업 스토어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나의 최애와 함께하고 싶어 하는 심리를 충족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가수 온유 포토이즘 컬래버레이션 프레임 / 자료 출처 포토이즘 인스타그램


KBL올스타전 포토이즘 콜라보레이션 프레임 / 자료 출처 포토이즘 인스타그램


IP 협업 프레임 덕분에 포토이즘을 포함한 셀프 포토 문화는 해외로 적극 수출되고 있어요. OTT를 통해 한국 콘텐츠를 전 세계에서 쉽게 소비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오프라인에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하나의 팝업으로 셀프 포토 스튜디오 브랜드는 소비되고 있습니다.




03 사람에게 집중한, 하루필름


즉석 인화되는 셀프 포토의 가장 아쉬운 점은 내가 원하는 만큼의 보정이 어렵다는 것 아닐까요? 셀프 포토 스튜디오에서 증명사진, 프로필 사진도 찍는 요즘 세대에게 포즈와 소품만큼 중요한 것은 얼굴일 거예요. 하루필름은 이 점에 집중했습니다. 화사한 필터와 밝은 조명, 파스텔톤 배경, 얼굴이 더 투명하고 깨끗하게 나오는 보정 기술은 하루필름만의 강점이에요. 이는 청순함과 청량한 이미지를 만들죠. 그 때문에 하루필름의 주 소비자는 1020 여성입니다. 특히 런칭 초반 많은 인플루언서가 하루필름을 찾으며, 그들을 선망하는 여성들에게 주요 셀프 포토 서비스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하루필름 스튜디오 전경 / 자료 출처 하루필름 홈페이지


사실 하루필름은 인플루언서가 모여 2021년 공동 출시한 브랜드에요. 하루필름 공동대표는 자신들을 구독하는 팬들에게 사진 잘 찍는 비법을 효과적으로 전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그 비법을 담은 스튜디오를 창업했습니다. 그 결과 1년 만에 연 3,100만 명이 방문하는 성과를 보여주었고, 런칭 2년 만에 전국 135개의 매장을 오픈했죠.



하루필름 공동대표 김정윤, 최한나, 김정아 / 자료 출처 하루필름 홈페이지


하루필름은 그들의 고유한 감성을 전면으로 내세워 포화 상태인 셀프 포토 스튜디오 시장에 ‘예쁜 사진은 하루필름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답니다. 

 



04 각도의 중요성, 돈룩업


2023년 셀프 포토 스튜디오 시장에 괴짜처럼 등장한 브랜드, 돈룩업(don’t lxxk up)입니다. 이미 많은 브랜드가 활발히 소비되고 있는 셀프 포토 스튜디오 시장에 돈룩업은 각도로 승부를 내걸었는데요. 스스로 오리지널 하이앵글 셀프 스튜디오라 정의하는 돈룩업은 카메라를 위에 두어 아래로 내려보는 각도, 일명 항공 샷으로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카메라가 정면에 설치되던 기존 공식을 벗겨내고 포즈, 표정 등 피사체의 새로움, 가능성을 확장했어요. 최근에는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 부스를 마련하는 등 대세 행보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백상예술대상 돈룩업 협업 / 자료 출처 돈룩업 인스타그램


돈룩업의 브랜드 무드는 힙(hip). 기존 스튜디오의 배경색과 달리 강한 빨간, 짙은 파란 배경을 사용합니다. 인형 탈, 머리띠 등 다양한 소품은 과감히 버리고 여러 종류의 선글라스만 제공하죠. 이런 심플함은 소비자에게 트렌디함으로 다가갑니다. 



돈룩업 부스 내부  / 자료 출처 돈룩업 홈페이지


돈룩업 브랜드가 등장할 당시,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 미디어에서는 여러 각도에서 찍는 영상이 유행하고 있었어요. 항공 샷은 그중 인기 있는 촬영 기법이었는데요.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패션 인플루언서들의 외출 OOTD(Out fit Of The Day) 단골 구도였으며, 이동 중 내 모습만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인 신상 노출 또한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크게 인기를 끌었죠. 미디어를 통해 향공 샷은 인플루언서들이 주로 사용하는, ‘힙’한 구도로 회자되었고, 많은 사람이 이 구도의 사진과 영상에 익숙했어요. 이들에게 돈룩업은 항공 샷 소비를 넘어 직접 체험할 수 있게끔 기회를 제공합니다. 

2024년 여름에는 ‘거침없이 돈룩업’ 챌린지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2006년 방영된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메인 포스터 각도가 돈룩업의 항공 샷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SNS에서 제기되었고, 돈룩업이 이를 이용한 챌린지를 열었습니다. 이 챌린지는 향수와 재미를 불러일으키며 많은 참여를 이끌었는데요. 덕분에 항공 샷 주요 사용 세대인 10대, 20대 초반을 넘어, 시트콤을 보고 자란 20대 후반, 30대에게까지 돈룩업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거침없이 돈룩업 챌린지 / 자료 출처 돈룩업 인스타그램




05 스튜디오 사진의 재정의, 시현하다


셀프 포토 스튜디오가 과거와 차별점을 가지고 환영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이 브랜드의 역할이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흑역사로만 간직되는 스튜디오 사진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진으로 재정의한 브랜드, 스튜디오 시현하다 입니다.

시현하다는 2016년 김시현 작가의 ‘1,000인의 초상: 시현하다’ 프로젝트에서 출발했어요. 이 프로젝트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평범한 대한민국 사람 속에서 평범하지 않은 고유한 개성을 발견하고 집중했는데요. 하늘색 배경, 굳은 차려 자세, 비슷한 표정의 규격화된 증명사진을 각자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의 본질에 집중해 새롭게 표현했습니다. 


1,000인의 초상: 시현하다 프로젝트 / 자료 출처 시현하다 홈페이지


스튜디오 브랜드 ‘시현하다’의 슬로건은 ‘누구나 고유의 색이 있다’ 입니다. 소비자의 고유한 이야기에 맞는 컬러를 배경으로 선택하고 그에 맞는 보정과 표정, 몸짓을 사진에 담는데요. 사진이 각자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수단이 됨을 증명하고, 피사체가 주도성을 갖는 포토 문화를 개척했습니다. 취향과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는 MZ세대를 통해 이 문화는 놀이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고요. 시현하다가 재정의한 스튜디오 사진에 대한 인식은 셀프 포토 스튜디오의 탄생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예상해 봅니다. 

시현하다는 전문 사진작가가 있는 스튜디오 외에도 ‘프레임 레코더즈’라는 셀프 포토 스튜디오 브랜드를 내보였어요. 또한 사진의 ‘기록’이라는 역할에 집중해 개인의 개성뿐 아니라 현재 사회상을 담는 ‘찾아가는 장수 사진 촬영 프로젝트’, ‘푸른 어머니 학교 졸업사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며 사진의 의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시현하다 사회공헌 프로젝트 / 자료 출처 시현하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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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비레터 객원에디터 | 임언정


말씀 언에 바를 정. 전혀 다른 한자를 쓰고 있지만, 종종 오해를 부르죠. 그만큼 생각을 정리해 밖으로 내뱉는 것을 좋아합니다. 넘치는 호기심으로 메시지가 있는 브랜드, 공간, 경험을 발굴하고 공유합니다.

남다른 분석력과 디깅력은 현상 이면의 인문학적 단초까지 다루며 깊이 있는 글을 만듭니다. 그렇다고 어려운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해. 누구나 사유하도록 쉬운 언어를 추구합니다.

다양한 브랜드가 모이는 플랫폼에서 브랜드 경험 기획자로 다양한 SNS 채널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여전히 제 역할은 대중이 브랜드를 바라보는 해상도를 높이고 팬이 되는 여정을, 쉽지만 깊은 언어로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짧은 글부터 긴 글까지 두루 쓰는 저는, 에디터 임언정입니다.


editor | Bem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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