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알고리즘이 건넨 한 편의 영상에 눈길이 멈췄습니다. 제목은 ‘일상 사이 사이의 존중.’ 그런데 이 영상, 조회수가 심상치 않습니다. 무려 2,055만 회. 썸네일 속 책을 든 귀여운 공룡 캐릭터에 호기심이 생겨 클릭해 봤더니, 이번엔 마음이 몽글몽글해집니다.
요리를 대접한 브라키오를 위해 설거지를 도맡은 디플로, 디저트를 기다리는 친구를 위해 황급히 사진을 찍는 안킬로, 그리고 “천천히 찍어도 괜찮아”라며 그를 다독이는 트리케라까지. 일상 속 관계에서 싹트는 존중의 온기가 1분을 꽉 채웁니다. 이 따뜻함, 역시 저만 느낀 게 아니었어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광고예요”, “광고를 검색해서 들어온 적은 처음입니다”라는 댓글이 100개 넘게 이어졌죠. 이 영상의 제작사는 바로 대상그룹입니다. 청정원, 종가, 미원으로 익숙한 그 기업이요!
2022년 8월, 대상그룹은 창립 66주년을 맞아 ‘존중’을 키워드로 한 브랜드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조구만 스튜디오의 ‘하찮은 공룡들’과 함께한 이 캠페인은 4년째 이어지며, 지금까지 공개된 26편은 누적 조회수 1억 뷰를 돌파했죠. 왜 대상그룹은 ‘존중’의 가치를 세상에 전하려 한 걸까요? 기업이 브랜딩을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통해서 그 가치를 전달할 수 있고, 그것은 브랜드가 하는 브랜딩과는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그 답을 듣기 위해 대상의 기업 브랜딩을 맡고 있는 대상 홀딩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의 어호경 팀장님과 최준호 과장님을 만났습니다.
왼쪽 : 대상홀딩스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 최준호 과장 (이하 최) / 오른쪽 : 대상홀딩스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 어호경 팀장 (이하 어)
Q1. 안녕하세요 어호경 팀장님, 최준호 과장님. 마이비레터 구독자를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와 대상그룹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 안녕하세요, 대상홀딩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팀장 어호경입니다. 대상그룹은 1956년 설립 이후 70여 년간 한국인의 식탁과 함께해온 종합 식품 그룹입니다. 청정원, 종가, 미원, 뉴케어, 복음자리 등 세대를 거쳐 큰 사랑을 받아온 식품 브랜드들을 품고 있죠. 저는 2021년 합류 이후 그룹의 최상위 브랜드인 ‘대상’ 그룹브랜드 육성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C.I. 리뉴얼과 아이덴티티 정립, 그리고 그룹브랜드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전략과 프로젝트를 맡고 있습니다.
최: 안녕하세요, 대상홀딩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최준호입니다. 저는 그룹 내 브랜드들을 잇는 시너지 전략을 고민하고, 사회적 이슈 속에서 기회를 찾아 ‘지식존중(地食尊重)’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대상그룹의 브랜드가 한층 더 단단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방향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죠. .
01 식탁 너머로 존중을 전하는 기업
Q2. 오랜 시간 한국 식품 산업의 굵은 흐름을 만들어온 대상그룹.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업 브랜딩에 힘을 싣습니다. 그 필요를 느낀 계기가 있나요?
어: 대상그룹은 오랫동안 패밀리 브랜드 중심의 마케팅을 이어왔습니다. 청정원과 종가 같은 카테고리별 탑티어 브랜드들이 그 선두에서 성장을 이끌었죠. 하지만 국내 식품 산업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K-푸드의 글로벌 진출은 속도를 높였고 식품 트렌드는 짧은 주기로 바뀌었죠. 소비자 니즈는 점점 더 개인화되었고요. 개별 브랜드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그래서 하위 브랜드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상위 그룹브랜드 ‘대상’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Q3.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존중’을 주목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어: 기업의 아이덴티티는 흔히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70년 가까이 이어져 온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져요. 문서로 규정하지 않아도 회사를 지탱해 온 고유의 분위기와 조직문화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는 ‘Inside-Out’ 방식을 택했습니다. 창업주의 철학에서 비롯된 대상만의 문화, 그리고 오랜 시간 구성원들이 공유해온 지향 가치를 다시 꺼내 브랜드로 정의한 겁니다. 임원부터 신입사원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모으는 과정에서 공통의 언어를 발견했고, 그것이 바로 ‘존중’이었습니다.
Q4. ‘존중’은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업의 정체성으로 세우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또 그 가치를 ‘대상’이라는 이름과 연결할 때는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어: 내부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존중은 이미 조직문화 속에 뿌리내린 가치였기 때문에 구성원들과의 공감대는 빠르게 형성할 수 있었죠. 하지만 외부 고객에게는 분명 낯선 키워드였습니다. 대상이라는 이름 자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곧장 ‘존중’을 이야기한다고 쉽게 받아들여질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강렬한 임팩트보다 진정성을 선택했습니다. 존중을 저희 방식대로 규정하거나 정의하는 대신, 왜 이 가치가 지금 필요한지, 우리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데 집중했습니다. 소비자들이 각자 경험하며 자각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접근했죠.
Q5. 존중의 메시지를 전하는 매개로 조구만 스튜디오의 ‘하찮은 공룡 캐릭터’를 선택하신 점이 인상적인데요. 조구만과 함께 한 브랜드 캠페인의 배경과 가장 공들인 점은 무엇인가요?
최: 조구만 공룡들은 대상그룹과 철학적 세계관을 공유하는 캐릭터예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존중의 메시지를 이들의 이야기로 풀어내면 훨씬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봤죠.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는 데에도 효과적일 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외부 IP를 활용한 사례라는 점도 매력적이었고요. 전략은 좋은 성과로 이어졌고, 어느덧 4년째 든든한 파트너로 함께하고 있네요.
캠페인 기획 당시 저희는 한 목표에 집중했어요. 슬로건인 ‘더 많은 것들을 존중의 대상으로’가 일상 에서도 잘 실현되게 하는 것이었죠. 그래서 소비자들이 존중을 어렵게 느끼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들고 싶었어요. 2022년 첫 시즌은 월별·시즌별 이슈를 반영한 16편의 짧은 에피소드로 존중의 관점을 소개했고, 2023년에는 그룹 내부 사례를 담은 4편의 영상으로 대상그룹이 존중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 기업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세 번째 시즌(2024년)에서는 존중을 일상 가까이 끌어오는 데 집중했어요. ‘똑같이 따라하고 싶은 존중’을 주제로, 아이들이 어른의 말과 행동을 따라 성장하는 모습을 담았죠.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리사 오노의 노래 ‘Cachito’는 가사가 ‘같이 똑같이’처럼 들려 메시지를 더욱 유쾌하게 전할 수 있었습니다. 또 올해 봄에는 정치적 이슈로 사회적 갈등이 깊어진 시점에서 ‘상대방에 대한 작은 배려가 곧 존중의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존중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임을 강조했죠.
Q6. 대상그룹은 해외에서도 기업 브랜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보통 해외 시장을 공략할 때는 제품 인지나 판매에 초점을 두기 마련인데요, 대상그룹은 오히려 기업 브랜딩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그 이유와 대상의 철학이 실제 활동에서는 어떻게 구현되는지 궁금합니다.
어: 대상그룹의 브랜드 활동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매출이나 인지도 같은 단기 목표보다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고객과 사회와의 장기적인 소통에 더 무게를 둔다는 점이죠. 물론 매출과 인지도 역시 중요한 과제지만, 저희는 100년, 200년 기업을 지향하기 때문에 접근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또 일회성 사회 공헌이나 ESG 활동만을 추구하지도 않아요. 사회적 책임과 함께 기업의 경제적 존재감, 그리고 비즈니스적 가치까지 함께 고려해 기획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식존중 프로젝트’는 식(食)을 업으로 하는 기업답게 지역 소멸 문제를 그 지역의 식재로를 활용한 상생 방식으로 풀어낸 사례예요. 저희가 가진 제조·가공·유통의 노하우가 뒷받침되니, 더 설득력 있고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죠. 또 E.T.F.F.(Eat&Travel Film Festival)은 전 세계 대학생들이 여행하며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존중의 가치를 체험하고,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도록 기획했어요. 동시에 해외 시사회를 통해 K-푸드와 한국 식문화를 알리는 플랫폼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대상과 함께 전 세계에서 존중의 가치를 체험하고 학생들 / 자료 출처 대상
02. 맛과 멋으로 다시 쓰는 지역의 이야기
Q7. 올해로 지식존중 캠페인이 세 번째 시즌을 맞았습니다. 소개하는 지역은 어떤 기준으로 고르시나요? 또 지역과는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시는지요.
최: 지식존중은 한 해를 통째로 준비해야 하는 긴 호흡의 프로젝트예요. 그 출발점이자 핵심은 지역 선정인데요. 소멸 위기 정도를 기준으로 후보 지역을 좁혀 ‘군’ 단위 지역을 중심으로 검토합니다. 23년 전북 무주군, 24년 강원 양구군에 이어 올해는 인구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적고 인지도도 낮은 경북 영양군을 선택했습니다.
‘영양’이라는 이름조차 낯설거나 강원도 양양과 혼동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프로젝트의 도움이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협업 방식은 단순합니다. 지자체가 지역의 정보와 자원을 제공하면, 대상그룹은 외부인의 시선으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기획과 아이디어를 더해가는 식으로 진행합니다.
Q8. 이번 영양군과 협업한 결과물인 <핀란드 영양 분식>은 어떻게 기획되었나요? 지역과 팝업을 할 땐 무엇을 KPI로 두는지도 궁금해요.
최: 외부의 눈으로 보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이는 지역의 매력이 있습니다. 영양군도 그랬어요. 아시아 최초로 청정 밤하늘 인증을 받은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 12만 그루가 빽빽이 들어선 ‘영양자작나무숲’을 보유한 청정 지역이죠. 하지만, 이 좋은 자산이 하나로 모이지 못해 기억되는 이미지는 약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핀란드’라는 컨셉으로 지역을 리포지셔닝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구체적인 KPI를 정해두진 않지만, 효과는 정량적으로 확인합니다. 무주에서 가장 유명한 축제인 ‘무주반딧불이축제’는 전년 대비 방문객이 92.5% 늘었고, 양구군은 팝업 이후 지역 호감도와 방문 의향이 70% 이상 높아졌어요. 여러 언론에서 ‘로코노미’, ‘지역 상생’ 같은 키워드로 조명해 주신 덕에 화제가 이어진 점도 의미 있었죠. 무엇보다 지자체 혼자 풀기 어려운 문제를 기업이 함께 해결하며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점, 그 자체가 가장 값진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에서 즐긴 영양군 / 자료 출처 대상
Q9. 지역의 색깔과 대상그룹의 톤앤매너를 동시에 지켜내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의견이 충돌할 때는 어떻게 조율하시나요?
어: 대상그룹이 일하는 방식의 중심에는 늘 ‘존중’이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과정에서 큰 갈등은 없었어요. 그룹의 최상위 의사결정자부터 실무진까지 지역과 식재료에 대한 존중을 진정성 있게 다루자는 공감대가 탄탄하게 자리하고 있거든요. 지역에서도 이런 기업의 태도를 크게 환대해 주시기 때문에 협업은 늘 수월하게 흘러갑니다.
Q10. 이번 팝업을 준비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최: 메뉴 개발 과정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익숙한 식재료로 새로운 경험을 만들기 위해 미슐랭 3스타 ‘밍글스’ 강민구 셰프님과 흑백요리사 ‘반찬셰프’로 잘 알려진 송하슬람 셰프님께서 함께 해주셨어요.
이번 팝업의 메인 메뉴가 분식이 된 건, 영양군의 대표 자산인 ‘영양고춧가루’ 덕분이었습니다. 이 식재료를 젊은 세대에게 알릴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떡볶이가 떠올랐죠. 여기에 ‘핀란드 자작나무숲에서 즐기는 빨간 분식이라는 기발한 발상이 더해진 거죠. 상상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이잖아요. 또 영양군의 문화유산인 장계향 선생의 현존 최고(最古)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 레시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특별한 메뉴로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Q11. 지식존중 프로젝트가 다른 기업들의 로컬 활동과 어떻게 차별화된다고 보시나요?
어: 많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지역과 상생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식품 기업들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며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기도 하죠. 하지만 대부분은 식재료를 상품화하는 데 머뭅니다. 반면 대상그룹의 지식존중은 먹거리를 넘어 지역의 명소와 이야기를 엮어 지역 자체의 이미지를 다시 자리매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지역을 리포지셔닝하는 프로젝트는 대상이 거의 유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슬로건인 ‘지역의 식재료를 활용해 지역을 새롭게, 가고 싶게’도 바로 그 차별성을 담고 있습니다.
영양군의 밤 하늘을 옮겨 오다 / 자료 출처 대상
Q12. 지역과 대중, 내부 임직원의 반응은 어땠나요? 프로젝트 전후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어: 우선 지역으로부터 가장 먼저 돌아온 반응은 ‘고마움’이었어요. 처음엔 의심 섞인 시선도 있었지만, 해를 거듭하며 프로젝트의 취지가 분명해지자 분위기가 달라졌죠. 소멸 위기 지역에 발걸음한 기업의 진심 어린 노력을 의미 있게 받아들여 주신 것 같아요. 결과물 역시 긍정적이라 선정된 지자체들은 진심으로 환영해 주세요. 이제는 오히려 프로젝트 참여를 먼저 희망하는 지자체도 늘어나고 있고요.
언론의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다양한 매체에서 여러 각도로 프로젝트를 조명해 주며 파급력을 키워주었죠. 무엇보다 현장을 찾은 방문객들의 따뜻한 피드백이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내부 임직원들의 반응 역시 뜨겁고요.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인 만큼 꾸준히 발전시켜 달라는 응원과 격려가 기업 안팎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03. 대상의 얼굴을 디자인하는 사람들
Q13. 대상그룹에서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팀의 일하는 방식이나 문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어: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은 최상위 그룹브랜드 ‘대상’을 육성하는 모든 활동을 맡고 있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신뢰와 호감을 쌓아 소비자에게는 사랑받는 브랜드로, 젊은 인재들에게는 ‘취업하고 싶은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예요.
팀이 일하는 방식의 기저에는 늘 ‘주도성’이 있습니다. 팀원 모두 광고대행사 출신이라 장기 전략 수립부터 개별 프로젝트의 세부 아이디어까지 대부분 기획을 내부에서 풀어내는 편이거든요. 이번 ‘핀란드 영양분식’ 팝업도 마찬가지예요. 컨셉과 타이틀, 큰 그림을 먼저 팀 안에서 설계한 뒤 실행 파트너사와 협업해 완성했습니다. 덕분에 업무 속도는 자연스럽게 빨라졌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문화도 팀 안에 단단히 자리 잡게 됐습니다.
대상그룹의 브랜딩을 이끌고 있는 어호경 팀장 / 사진 비마이비
Q14.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고 실행을 위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때 어떤 태도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어: 무엇보다 ‘열린 생각을 가진 멀티플레이어’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익숙한 방식만 반복해선 새로움도, 고객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희 팀은 정해진 역할에 갇히지 않습니다. 그룹브랜드를 더 매력적인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목표 아래 전략과 크리에이티브의 경계를 허물고, 기획부터 실행까지 하나의 가설을 끝까지 밀고 나가죠. 덕분에 적은 인원으로도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브랜딩은 외부를 향한 메시지만큼 내부를 움직이는 힘도 중요한데요. 매일 아침 8시 30분, ‘AM830’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칭찬하고 그룹의 이야기를 나누며 사내 방송을 진행합니다. 여기에 AI로 만든 인공지능 DJ ‘대디’와 직접 제작한 시그널 음악까지 더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어요.
Q15.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정립하고 캠페인을 전개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가장 보람 있거나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다면요?
최: 수십 년간 구체화되지 않았던 그룹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세우는 건 큰 도전이었어요. 수많은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고, 계열사와 직급을 넘나들며 조율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룹의 생각과 목소리를 하나의 개념으로 정리하는 데만 4개월이 걸렸으니까요.
‘존중’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때도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나 다소 구식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랐어요. 하지만 존중은 창업주의 철학과 조직의 뿌리, 경영의 방향 속에 이미 깊이 흐르고 있던 가치였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멋지게 포장하기보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내자고 다짐했죠. 그렇게 4년간의 노력이 켜켜이 쌓이며, 이제는 ‘대상=존중’이라는 인식이 점점 더 단단히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대상그룹의 기업 브랜딩을 담당하며, 다양한 존중의 가치를 펼치고 있는 최준호 과장 / 사진 비마이비
Q16. 기업 브랜딩을 통해 대상그룹이 어떤 기업으로 인식되길 바라시나요?
어: 대상그룹의 미션은 ‘사람과 자연 모두가 건강한 세상’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가능성과 다양성 존중’, ‘창의성과 도전 존중’이라는 대상그룹만의 태도와 방식으로 꾸준히 나아가려고 해요. 그렇게 노력한다면 대상그룹을 단순히 식품 기업이 아니라, 존재 이유가 분명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리라 믿어요. 이 긍정적인 인식이야말로 100년, 200년 기업으로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Q17. 앞으로 팀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그리고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요?
어: 팀 차원에서도, 개인적으로도 목표는 같습니다. 대상그룹을 더 많은 분이 알고 사랑하는 브랜드로 키워내는 것이죠. “저 회사는 다르다.”, “사회와 함께 성장하려고 노력한다.”, “말뿐 아니라 존중을 실천한다”라는 평가를 듣는 기업으로 인식되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이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의 비전이자, 제가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입니다.
일상에 작은 흠이 생기면, 흥으로 덮어버리는 흥 컬렉터. 몸을 움직이기까지 몇 번이고 망설이지만, 감정만큼은 결코 게으르지 않습니다. 책, 음악, 음식, 장소 등 흥미로운 것에 푹 빠지면 보고, 듣고, 맛보며 비밀 구글 폴더에 기록하는 게 취미예요. 덕분에 산업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어느 해엔 방송 프로그램과 독립 출판물을, 지금은 직장인들의 업무를 지원하는 IT 서비스를 알리고 있습니다.
브랜드를 탐구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나면, 그 매력을 제대로 알 때까지 진득하게 파고들어요. 한 편의 이야기로 브랜드를 풀어내는 지금처럼요.
editor | BemyB
my B letter의 본문과 큐레이션을 포함, 비마이비의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비마이비에게 있습니다. <비마이비의 모든 콘텐츠 자산의 무단 사용 및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콘텐츠의 활용을 금지합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건넨 한 편의 영상에 눈길이 멈췄습니다. 제목은 ‘일상 사이 사이의 존중.’ 그런데 이 영상, 조회수가 심상치 않습니다. 무려 2,055만 회. 썸네일 속 책을 든 귀여운 공룡 캐릭터에 호기심이 생겨 클릭해 봤더니, 이번엔 마음이 몽글몽글해집니다.
요리를 대접한 브라키오를 위해 설거지를 도맡은 디플로, 디저트를 기다리는 친구를 위해 황급히 사진을 찍는 안킬로, 그리고 “천천히 찍어도 괜찮아”라며 그를 다독이는 트리케라까지. 일상 속 관계에서 싹트는 존중의 온기가 1분을 꽉 채웁니다. 이 따뜻함, 역시 저만 느낀 게 아니었어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광고예요”, “광고를 검색해서 들어온 적은 처음입니다”라는 댓글이 100개 넘게 이어졌죠. 이 영상의 제작사는 바로 대상그룹입니다. 청정원, 종가, 미원으로 익숙한 그 기업이요!
2022년 8월, 대상그룹은 창립 66주년을 맞아 ‘존중’을 키워드로 한 브랜드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조구만 스튜디오의 ‘하찮은 공룡들’과 함께한 이 캠페인은 4년째 이어지며, 지금까지 공개된 26편은 누적 조회수 1억 뷰를 돌파했죠. 왜 대상그룹은 ‘존중’의 가치를 세상에 전하려 한 걸까요? 기업이 브랜딩을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통해서 그 가치를 전달할 수 있고, 그것은 브랜드가 하는 브랜딩과는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요? 그 답을 듣기 위해 대상의 기업 브랜딩을 맡고 있는 대상 홀딩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의 어호경 팀장님과 최준호 과장님을 만났습니다.
왼쪽 : 대상홀딩스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 최준호 과장 (이하 최) / 오른쪽 : 대상홀딩스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 어호경 팀장 (이하 어)
Q1. 안녕하세요 어호경 팀장님, 최준호 과장님. 마이비레터 구독자를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와 대상그룹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 안녕하세요, 대상홀딩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팀장 어호경입니다. 대상그룹은 1956년 설립 이후 70여 년간 한국인의 식탁과 함께해온 종합 식품 그룹입니다. 청정원, 종가, 미원, 뉴케어, 복음자리 등 세대를 거쳐 큰 사랑을 받아온 식품 브랜드들을 품고 있죠. 저는 2021년 합류 이후 그룹의 최상위 브랜드인 ‘대상’ 그룹브랜드 육성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C.I. 리뉴얼과 아이덴티티 정립, 그리고 그룹브랜드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전략과 프로젝트를 맡고 있습니다.
최: 안녕하세요, 대상홀딩스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최준호입니다. 저는 그룹 내 브랜드들을 잇는 시너지 전략을 고민하고, 사회적 이슈 속에서 기회를 찾아 ‘지식존중(地食尊重)’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대상그룹의 브랜드가 한층 더 단단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방향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죠. .
01 식탁 너머로 존중을 전하는 기업
Q2. 오랜 시간 한국 식품 산업의 굵은 흐름을 만들어온 대상그룹.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업 브랜딩에 힘을 싣습니다. 그 필요를 느낀 계기가 있나요?
어: 대상그룹은 오랫동안 패밀리 브랜드 중심의 마케팅을 이어왔습니다. 청정원과 종가 같은 카테고리별 탑티어 브랜드들이 그 선두에서 성장을 이끌었죠. 하지만 국내 식품 산업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K-푸드의 글로벌 진출은 속도를 높였고 식품 트렌드는 짧은 주기로 바뀌었죠. 소비자 니즈는 점점 더 개인화되었고요. 개별 브랜드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그래서 하위 브랜드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상위 그룹브랜드 ‘대상’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Q3.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존중’을 주목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어: 기업의 아이덴티티는 흔히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70년 가까이 이어져 온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져요. 문서로 규정하지 않아도 회사를 지탱해 온 고유의 분위기와 조직문화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는 ‘Inside-Out’ 방식을 택했습니다. 창업주의 철학에서 비롯된 대상만의 문화, 그리고 오랜 시간 구성원들이 공유해온 지향 가치를 다시 꺼내 브랜드로 정의한 겁니다. 임원부터 신입사원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모으는 과정에서 공통의 언어를 발견했고, 그것이 바로 ‘존중’이었습니다.
Q4. ‘존중’은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업의 정체성으로 세우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또 그 가치를 ‘대상’이라는 이름과 연결할 때는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어: 내부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존중은 이미 조직문화 속에 뿌리내린 가치였기 때문에 구성원들과의 공감대는 빠르게 형성할 수 있었죠. 하지만 외부 고객에게는 분명 낯선 키워드였습니다. 대상이라는 이름 자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곧장 ‘존중’을 이야기한다고 쉽게 받아들여질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강렬한 임팩트보다 진정성을 선택했습니다. 존중을 저희 방식대로 규정하거나 정의하는 대신, 왜 이 가치가 지금 필요한지, 우리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들려주는 데 집중했습니다. 소비자들이 각자 경험하며 자각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접근했죠.
Q5. 존중의 메시지를 전하는 매개로 조구만 스튜디오의 ‘하찮은 공룡 캐릭터’를 선택하신 점이 인상적인데요. 조구만과 함께 한 브랜드 캠페인의 배경과 가장 공들인 점은 무엇인가요?
최: 조구만 공룡들은 대상그룹과 철학적 세계관을 공유하는 캐릭터예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존중의 메시지를 이들의 이야기로 풀어내면 훨씬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봤죠.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는 데에도 효과적일 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외부 IP를 활용한 사례라는 점도 매력적이었고요. 전략은 좋은 성과로 이어졌고, 어느덧 4년째 든든한 파트너로 함께하고 있네요.
캠페인 기획 당시 저희는 한 목표에 집중했어요. 슬로건인 ‘더 많은 것들을 존중의 대상으로’가 일상 에서도 잘 실현되게 하는 것이었죠. 그래서 소비자들이 존중을 어렵게 느끼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들고 싶었어요. 2022년 첫 시즌은 월별·시즌별 이슈를 반영한 16편의 짧은 에피소드로 존중의 관점을 소개했고, 2023년에는 그룹 내부 사례를 담은 4편의 영상으로 대상그룹이 존중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 기업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세 번째 시즌(2024년)에서는 존중을 일상 가까이 끌어오는 데 집중했어요. ‘똑같이 따라하고 싶은 존중’을 주제로, 아이들이 어른의 말과 행동을 따라 성장하는 모습을 담았죠.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리사 오노의 노래 ‘Cachito’는 가사가 ‘같이 똑같이’처럼 들려 메시지를 더욱 유쾌하게 전할 수 있었습니다. 또 올해 봄에는 정치적 이슈로 사회적 갈등이 깊어진 시점에서 ‘상대방에 대한 작은 배려가 곧 존중의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존중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임을 강조했죠.
Q6. 대상그룹은 해외에서도 기업 브랜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보통 해외 시장을 공략할 때는 제품 인지나 판매에 초점을 두기 마련인데요, 대상그룹은 오히려 기업 브랜딩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그 이유와 대상의 철학이 실제 활동에서는 어떻게 구현되는지 궁금합니다.
어: 대상그룹의 브랜드 활동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매출이나 인지도 같은 단기 목표보다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고객과 사회와의 장기적인 소통에 더 무게를 둔다는 점이죠. 물론 매출과 인지도 역시 중요한 과제지만, 저희는 100년, 200년 기업을 지향하기 때문에 접근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또 일회성 사회 공헌이나 ESG 활동만을 추구하지도 않아요. 사회적 책임과 함께 기업의 경제적 존재감, 그리고 비즈니스적 가치까지 함께 고려해 기획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식존중 프로젝트’는 식(食)을 업으로 하는 기업답게 지역 소멸 문제를 그 지역의 식재로를 활용한 상생 방식으로 풀어낸 사례예요. 저희가 가진 제조·가공·유통의 노하우가 뒷받침되니, 더 설득력 있고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죠. 또 E.T.F.F.(Eat&Travel Film Festival)은 전 세계 대학생들이 여행하며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존중의 가치를 체험하고,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도록 기획했어요. 동시에 해외 시사회를 통해 K-푸드와 한국 식문화를 알리는 플랫폼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대상과 함께 전 세계에서 존중의 가치를 체험하고 학생들 / 자료 출처 대상
02. 맛과 멋으로 다시 쓰는 지역의 이야기
Q7. 올해로 지식존중 캠페인이 세 번째 시즌을 맞았습니다. 소개하는 지역은 어떤 기준으로 고르시나요? 또 지역과는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시는지요.
최: 지식존중은 한 해를 통째로 준비해야 하는 긴 호흡의 프로젝트예요. 그 출발점이자 핵심은 지역 선정인데요. 소멸 위기 정도를 기준으로 후보 지역을 좁혀 ‘군’ 단위 지역을 중심으로 검토합니다. 23년 전북 무주군, 24년 강원 양구군에 이어 올해는 인구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적고 인지도도 낮은 경북 영양군을 선택했습니다.
‘영양’이라는 이름조차 낯설거나 강원도 양양과 혼동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프로젝트의 도움이 가장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협업 방식은 단순합니다. 지자체가 지역의 정보와 자원을 제공하면, 대상그룹은 외부인의 시선으로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기획과 아이디어를 더해가는 식으로 진행합니다.
Q8. 이번 영양군과 협업한 결과물인 <핀란드 영양 분식>은 어떻게 기획되었나요? 지역과 팝업을 할 땐 무엇을 KPI로 두는지도 궁금해요.
최: 외부의 눈으로 보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이는 지역의 매력이 있습니다. 영양군도 그랬어요. 아시아 최초로 청정 밤하늘 인증을 받은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 12만 그루가 빽빽이 들어선 ‘영양자작나무숲’을 보유한 청정 지역이죠. 하지만, 이 좋은 자산이 하나로 모이지 못해 기억되는 이미지는 약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핀란드’라는 컨셉으로 지역을 리포지셔닝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구체적인 KPI를 정해두진 않지만, 효과는 정량적으로 확인합니다. 무주에서 가장 유명한 축제인 ‘무주반딧불이축제’는 전년 대비 방문객이 92.5% 늘었고, 양구군은 팝업 이후 지역 호감도와 방문 의향이 70% 이상 높아졌어요. 여러 언론에서 ‘로코노미’, ‘지역 상생’ 같은 키워드로 조명해 주신 덕에 화제가 이어진 점도 의미 있었죠. 무엇보다 지자체 혼자 풀기 어려운 문제를 기업이 함께 해결하며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점, 그 자체가 가장 값진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에서 즐긴 영양군 / 자료 출처 대상
Q9. 지역의 색깔과 대상그룹의 톤앤매너를 동시에 지켜내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의견이 충돌할 때는 어떻게 조율하시나요?
어: 대상그룹이 일하는 방식의 중심에는 늘 ‘존중’이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과정에서 큰 갈등은 없었어요. 그룹의 최상위 의사결정자부터 실무진까지 지역과 식재료에 대한 존중을 진정성 있게 다루자는 공감대가 탄탄하게 자리하고 있거든요. 지역에서도 이런 기업의 태도를 크게 환대해 주시기 때문에 협업은 늘 수월하게 흘러갑니다.
Q10. 이번 팝업을 준비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최: 메뉴 개발 과정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익숙한 식재료로 새로운 경험을 만들기 위해 미슐랭 3스타 ‘밍글스’ 강민구 셰프님과 흑백요리사 ‘반찬셰프’로 잘 알려진 송하슬람 셰프님께서 함께 해주셨어요.
이번 팝업의 메인 메뉴가 분식이 된 건, 영양군의 대표 자산인 ‘영양고춧가루’ 덕분이었습니다. 이 식재료를 젊은 세대에게 알릴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떡볶이가 떠올랐죠. 여기에 ‘핀란드 자작나무숲에서 즐기는 빨간 분식이라는 기발한 발상이 더해진 거죠. 상상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이잖아요. 또 영양군의 문화유산인 장계향 선생의 현존 최고(最古)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 레시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특별한 메뉴로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Q11. 지식존중 프로젝트가 다른 기업들의 로컬 활동과 어떻게 차별화된다고 보시나요?
어: 많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지역과 상생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식품 기업들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며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기도 하죠. 하지만 대부분은 식재료를 상품화하는 데 머뭅니다. 반면 대상그룹의 지식존중은 먹거리를 넘어 지역의 명소와 이야기를 엮어 지역 자체의 이미지를 다시 자리매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지역을 리포지셔닝하는 프로젝트는 대상이 거의 유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슬로건인 ‘지역의 식재료를 활용해 지역을 새롭게, 가고 싶게’도 바로 그 차별성을 담고 있습니다.
영양군의 밤 하늘을 옮겨 오다 / 자료 출처 대상
Q12. 지역과 대중, 내부 임직원의 반응은 어땠나요? 프로젝트 전후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어: 우선 지역으로부터 가장 먼저 돌아온 반응은 ‘고마움’이었어요. 처음엔 의심 섞인 시선도 있었지만, 해를 거듭하며 프로젝트의 취지가 분명해지자 분위기가 달라졌죠. 소멸 위기 지역에 발걸음한 기업의 진심 어린 노력을 의미 있게 받아들여 주신 것 같아요. 결과물 역시 긍정적이라 선정된 지자체들은 진심으로 환영해 주세요. 이제는 오히려 프로젝트 참여를 먼저 희망하는 지자체도 늘어나고 있고요.
언론의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다양한 매체에서 여러 각도로 프로젝트를 조명해 주며 파급력을 키워주었죠. 무엇보다 현장을 찾은 방문객들의 따뜻한 피드백이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내부 임직원들의 반응 역시 뜨겁고요.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인 만큼 꾸준히 발전시켜 달라는 응원과 격려가 기업 안팎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03. 대상의 얼굴을 디자인하는 사람들
Q13. 대상그룹에서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팀의 일하는 방식이나 문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어: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은 최상위 그룹브랜드 ‘대상’을 육성하는 모든 활동을 맡고 있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신뢰와 호감을 쌓아 소비자에게는 사랑받는 브랜드로, 젊은 인재들에게는 ‘취업하고 싶은 회사’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예요.
팀이 일하는 방식의 기저에는 늘 ‘주도성’이 있습니다. 팀원 모두 광고대행사 출신이라 장기 전략 수립부터 개별 프로젝트의 세부 아이디어까지 대부분 기획을 내부에서 풀어내는 편이거든요. 이번 ‘핀란드 영양분식’ 팝업도 마찬가지예요. 컨셉과 타이틀, 큰 그림을 먼저 팀 안에서 설계한 뒤 실행 파트너사와 협업해 완성했습니다. 덕분에 업무 속도는 자연스럽게 빨라졌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문화도 팀 안에 단단히 자리 잡게 됐습니다.
대상그룹의 브랜딩을 이끌고 있는 어호경 팀장 / 사진 비마이비
Q14.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고 실행을 위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때 어떤 태도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어: 무엇보다 ‘열린 생각을 가진 멀티플레이어’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익숙한 방식만 반복해선 새로움도, 고객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희 팀은 정해진 역할에 갇히지 않습니다. 그룹브랜드를 더 매력적인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목표 아래 전략과 크리에이티브의 경계를 허물고, 기획부터 실행까지 하나의 가설을 끝까지 밀고 나가죠. 덕분에 적은 인원으로도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브랜딩은 외부를 향한 메시지만큼 내부를 움직이는 힘도 중요한데요. 매일 아침 8시 30분, ‘AM830’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칭찬하고 그룹의 이야기를 나누며 사내 방송을 진행합니다. 여기에 AI로 만든 인공지능 DJ ‘대디’와 직접 제작한 시그널 음악까지 더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어요.
Q15.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정립하고 캠페인을 전개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가장 보람 있거나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다면요?
최: 수십 년간 구체화되지 않았던 그룹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세우는 건 큰 도전이었어요. 수많은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고, 계열사와 직급을 넘나들며 조율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룹의 생각과 목소리를 하나의 개념으로 정리하는 데만 4개월이 걸렸으니까요.
‘존중’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때도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나 다소 구식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랐어요. 하지만 존중은 창업주의 철학과 조직의 뿌리, 경영의 방향 속에 이미 깊이 흐르고 있던 가치였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멋지게 포장하기보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내자고 다짐했죠. 그렇게 4년간의 노력이 켜켜이 쌓이며, 이제는 ‘대상=존중’이라는 인식이 점점 더 단단히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대상그룹의 기업 브랜딩을 담당하며, 다양한 존중의 가치를 펼치고 있는 최준호 과장 / 사진 비마이비
Q16. 기업 브랜딩을 통해 대상그룹이 어떤 기업으로 인식되길 바라시나요?
어: 대상그룹의 미션은 ‘사람과 자연 모두가 건강한 세상’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가능성과 다양성 존중’, ‘창의성과 도전 존중’이라는 대상그룹만의 태도와 방식으로 꾸준히 나아가려고 해요. 그렇게 노력한다면 대상그룹을 단순히 식품 기업이 아니라, 존재 이유가 분명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리라 믿어요. 이 긍정적인 인식이야말로 100년, 200년 기업으로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Q17. 앞으로 팀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그리고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요?
어: 팀 차원에서도, 개인적으로도 목표는 같습니다. 대상그룹을 더 많은 분이 알고 사랑하는 브랜드로 키워내는 것이죠. “저 회사는 다르다.”, “사회와 함께 성장하려고 노력한다.”, “말뿐 아니라 존중을 실천한다”라는 평가를 듣는 기업으로 인식되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이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의 비전이자, 제가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입니다.
< 2편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브랜드 피드 대상그룹편 >
💡 대상그룹이 기업 브랜딩을 위한 전략과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01 대상그룹 | 넓히거나, 바꾸거나, 다시 쓰거나. 기업이 기억되는 법
마이비레터 객원에디터 | 이주영
일상에 작은 흠이 생기면, 흥으로 덮어버리는 흥 컬렉터. 몸을 움직이기까지 몇 번이고 망설이지만, 감정만큼은 결코 게으르지 않습니다. 책, 음악, 음식, 장소 등 흥미로운 것에 푹 빠지면 보고, 듣고, 맛보며 비밀 구글 폴더에 기록하는 게 취미예요. 덕분에 산업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어느 해엔 방송 프로그램과 독립 출판물을, 지금은 직장인들의 업무를 지원하는 IT 서비스를 알리고 있습니다.
브랜드를 탐구하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나면, 그 매력을 제대로 알 때까지 진득하게 파고들어요. 한 편의 이야기로 브랜드를 풀어내는 지금처럼요.
editor | Bem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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