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Curation]#210 헤엄치는 즐거움을 일상에서도, 스윔웨어 브랜드


‘애슬레저(athletic+leisure)’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운동복 패션을 뜻하는데요. 최근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스타일이 됐죠. 애슬레저의 유행에는 셀럽들의 영향력이 한 몫을 했어요. 헤일리 비버, 카일리 제너 등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요가복이나 러닝복을 입은 모습이 주목 받았거든요. 팬데믹 등으로 인해 실내 스포츠 수요가 증가하는 변화도 영향을 줬어요. 집 안에서도, 밖에서도 운동과 일상을 넘나들 수 있는 편리함이 컸죠.  한국에서는 젝시믹스(XEXYMIX), 안다르(ANDAR) 같은 브랜드들이 애슬레저 트렌드를 이끌고 있어요. 


운동할 때도, 일상에서도 편하게 입는 옷이 늘어나고 있어요. / 자료 출처 젝시믹스(왼쪽), 안다르(오른쪽)


오늘 다룰 주제는 애슬레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일상 속으로 침투한 스윔웨어(swimwear, 수영복)입니다. 여름을 상징하는 ‘수영복’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과 특별함이 있죠. 특히 요즘 수영복은 선명한 색감과 패턴에 기능성 소재와 설계를 조합한 경우가 많은데요. 부담없이 물놀이할 수 있는 편리함, 수영복 특유의 감성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다는 만족감에 힘입어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죠. 국내외 유명 브랜드들도 이런 스윔웨어 유행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어요. 

이렇게 치열한 시장에서도 한 번 더 눈이 가는 브랜드들이 있어요. 컨셉부터 소재 등 차별점을 만들고, 자기 언어로 만든 브랜드들이죠. 각자의 관점으로 한 끝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스윔웨어 브랜드들을 소개합니다. 특히 '수영'을 바로 연상케 하는 재치 있는 네이밍을 담은 사례로 선정했습니다. 오늘도 마이비레터와 함께 브랜드적인 생각을 길러 보세요!




01 경쾌한 수영의 즐거움을 팝니다, 딜라잇풀


딜라잇풀은 ‘즐거운(Delight) 수영(pool)’을 톡톡 튀는 패턴과 디자인으로 선보입니다. / 자료 출처 HYPEBEAST


수영복 중에는 몸매를 강조하는 제품들이 많은데요. 딜라잇풀은 노출이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마음 편하고 즐겁게 수영할 수 있는 옷을 상상하며 탄생한 브랜드입니다. 뉴진스 데뷔곡 ‘어텐션(Attention)’ 뮤비에 등장해 주목받기도 했는데요. 최근에는 헬로키티 50주년 컬렉션을 선보이며 꾸준히 인지도를 얻고 있습니다. 트렌디하면서도 몸을 압박하지 않는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있죠.

딜라잇풀의 또 다른 특징은 소재입니다. 2020년부터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소재로 컬렉션을 선보였고, 2021년부터는 모든 제품을 해당 소재로 만들고 있어요. 포장재도 생분해 재질이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고요. 브랜드의 친환경 책임을 꼼꼼하게 따지는 젊은 고객층에게는 눈이 한 번 더 가는 포인트죠. 국내 메이저 스윔웨어 브랜드 중에서는 첫 시도이기에 더욱 특별합니다. 



딜라잇풀이 추구하는 분위기를 생생하게 구현한 팝업 스토어. / 자료 출처 HYPEBEAST


작년 7월, 딜라잇풀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에서 브랜드 최초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는데요. 2000년대 초반 캘리포니아 해변 서퍼들의 건강한 에너지를 담았습니다. 레트로함을 살려주는 포스터, LA의 바닷가가 연상되는 바닥 마감과 소품으로 컨셉을 선명하게 보여줬죠. 유명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에 의존하지 않고, 브랜드가 보여주고 싶은 무드를 입체적으로 전달한 점이 돋보입니다. 



‘수영용 복장’이 아닌 ‘패션 포인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딜라잇풀의 겨울 컬렉션. / 자료 출처 딜라잇풀


딜라잇풀은 가을과 겨울 컬렉션도 선보입니다. ‘수영할 때 입는 옷’이 아니라 ‘즐겁고 활기찬 스윔 라이프’를 제안해서 가능한 시도인데요. 알프스 산맥, 눈꽃 결정 등을 프린트해 스키복이나 담요, 스웨트셔츠와 함께 걸쳐도 자연스러워요. 계절 관계없이 수영할 때 느껴지는 행복을 선물하는 거죠. 덕분에 딜라잇풀에는 시즌에 구애받지 않고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들이 많은데요. 기능이나 트렌드 같은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강점을 확보한 딜라잇풀은 키즈 컬렉션 등으로도 분야를 넓힐 예정입니다. 




02 편안함을 스타일로 만들다, 베리시



속옷의 기본에 집중해 ‘믿음’이라는 가치를 획득한 베리시. / 자료 출처 베리시


런칭 3년 만에 매출액 300억 원. 베리시가 외부 투자 없이 자사몰만으로 이뤄낸 성과입니다. 유명 여성 속옷 브랜드에서 이커머스 기획 등으로 경력을 쌓은 이성은 대표가 선보였는데요. 이 대표는 ‘입기 편하고 자연스러운 속옷’이라는 기본에 집중했어요. 장식과 봉제선 없이, 하나의 실로 옷을 만드는 공법으로 제품을 만들었죠. 매달 고객을 인터뷰하고, 피드백을 제품과 마케팅에 반영해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잡았어요. 



베리시의 스윔웨어는 ‘언제나 편하면서도 쿨한’ 컨셉을 선보입니다. / 자료 출처 베리시


옷의 기본에 충실한 베리시의 방향성은 액티브웨어 시리즈, 무브럭스(Movelux)에도 적용됐어요. 민소매 브라탑은 날개뼈를 드러낸 ‘레이서백’ 디자인으로 움직이기 편하게 만들었죠. 반바지는 밑단이 허벅지를 조이지 않게, 허리밴드는 복부를 가볍게 잡아 주게 마감했고요. 옷감도 땀이 빠르게 마르는 원단을 적용하는 등, 모든 면에서 고객의 입장을 몇 번이고 생각한 디테일들이 돋보여요. 


브랜드가 그리는 삶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베리시의 콘텐츠. / 자료 출처 베리시



베리시는 마케팅 콘텐츠도 브랜드의 가치관과 결을 맞춥니다. ‘나만의 좋은 기분(Feel)을 함께한다’는 메시지에 맞춰, 편하고 자연스러운 인플루언서들의 모습을 담았죠. 기능이나 디자인을 애써 강조하지 않고, 브랜드의 감도를 보여주는 이미지와 글이 돋보입니다. 도산 쇼룸도 방문객이 편안한 옷을 찾을 수 있는 경험을 우선했는데요. 일반적인 탈의실 대비 2배 큰 피팅룸, 1:1 서비스 등 콘텐츠처럼 꼼꼼하게 준비했습니다. 


베리시는 궁극적으로 ‘몸으로 느껴지는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보이는 것만이 아닌, 입었을 때 느껴지는 편안함을 다방면으로 선보인다는 것이죠. 근본적인 요소에 집중해, 그 자체로 스타일이 된 베리시는 언제 어디서나 편한 스윔웨어를 시작으로 이지웨어, 바디케어 등 확장을 준비 중입니다. 




03 매월 새로운 월간 수영복, 움파



수영의 시작에 함께하고 싶은 브랜드, 움파. / 자료 출처 움파 홈페이지


수영을 처음 시작하는 순간은 긴장됩니다. 물에 몸을 맡긴다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수영 강사님들은 긴장도 풀 겸, 숨을 참고 쉬는 법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데요. 움파는 이 때 배우는 호흡법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물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을 편하고 즐거운 수영의 세계로 안내하고 싶다’는 뜻을 담았어요. 


움파의 가장 큰 매력은 다음이 기다려진다는 점입니다. 매월 다양한 테마의 수영복을 선보이거든요. 봄이 찾아오는 3월에는 ‘생생한 꽃피움(Radiant blooming)’, 수영 시즌이 다가오는 6월에는 물결과 곧 만나자는 뜻을 담은 ‘See You Soon’처럼요. 팬들에게는 즐겨보는 드라마의 다음 에피소드를 기다리는 것 같은 설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매번 새로워지는 수영복이라는 궁금증을 이끌어냅니다. 



움파의 콘텐츠는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에게 말을 건넵니다. / 자료 출처 움파 인스타그램


수영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콘텐츠도 볼거리입니다. 수영인들이 공감할 법한 ‘Chat Day’ 시리즈, 포토앨범처럼 꾸민 리뷰 등으로 고객들이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죠. 이런 움파의 콘텐츠 컨셉은 오프라인으로도 연결됐습니다. 지난 6월 말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가 풀 파티 테마로 만들어졌거든요. 탈의실 락커룸 키를 닮은 열쇠고리, 수영장 타일같은 바닥 등 디테일로 호평 받았어요. 



움파는 ‘풀사이드 웨어’라는 이름으로 일상복으로도 진출 중입니다. / 자료 출처 움파 홈페이지


최근 움파는 특유의 긍정 에너지를 담은 일상 아이템도 내놓고 있어요.  사계절 내내 쾌적하게 입을 수 있는 원단, 부담스럽지 않은 색상이 매력입니다. 옷에 적힌 문구도 ‘Swim Good’, ‘Let’s Breathe’처럼 수영의 즐거움을 직관적으로 보여주죠. 이제 움파는 어디에서나 수영장에 다이빙하는 순간의 감정을 되새길 수 있는 브랜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04 프랑스 바닷가를 담은, 루프루프



루프루프는 파리 출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색깔이 짙게 들어가 있습니다. / 자료 출처 루프루프 홈페이지


스윔웨어는 입는 사람을 화보나 포스터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데 어울리는, 은은하면서도 색다른 스윔웨어는 여전히 찾기 어려운데요. 루프루프는 그런 니즈에 집중한 브랜드입니다. 프랑스 바닷가와 해안 도시에서 영감을 받아, 그림 같은 수영복을 만들죠. 차분하고 잔잔한 여름 감성으로 조용히 사랑받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붓의 질감이 느껴지는 아트워크가 특징인 루프루프의 패턴. / 자료 출처 루프루프 홈페이지


루프루프는 프랑스 남부 소도시, 망통(Menton)의 해변과 햇살을 담습니다. 15세기 초부터 싱그러운 레몬 재배지로 유명한 곳인데요. 시원하고 푸르른 지중해와 바로 맞닿아 있어, ‘프랑스의 진주’라고도 불립니다. 루프루프의 디렉터는 여기서 차별화의 단서를 발견했어요. 기능성과 활동성을 강조하는 브랜드들 사이에서, ‘느긋하게 바닷가를 즐기는 문화’라는 또 다른 가치를 제안할 수 있다고 본 거죠.



루프루프는 이국적인 여유와 감성을 담은, 편안한 스윔웨어를 만듭니다. / 자료 출처 루프루프 홈페이지


편안하게 멋낼 수 있도록  기능성과 핏도 신경 썼습니다. 끈을 당겨 체형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디테일, 노출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 몸을 압박하지 않는 디자인 등 곳곳에 디테일이 담겨 있죠. 가장 고민될 사이즈 안내는 고객 언어를 빌렸어요. 같은 크기여도 어떤 체형의 고객이 어떤 부분에서 편안함을 느꼈는지, 리뷰 문장을 그대로 가져왔죠. 


이국적인 감성을 입기 편하게 전하는 루프루프는 압구정 현대백화점 팝업 스토어, 미국 스니커즈 브랜드 케즈(Keds)와의 콜라보 등으로 바캉스, 바닷가 여행 감성이라는 핵심 매력을 강화 중입니다. 최근에는 스윔웨어 이외에도 목걸이와 수영모, 커버업 등도 선보였죠. 이외에도 외부 디자이너, 글로벌 아티스트와의 협업 등을 통해 고객에게 그림 같은 순간을 선물한다는 것이 루프루프의 방향성입니다.




05 꾸밈없는 아름다움, 헤이엄



헤이엄은 체형과 취향 관계없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수영복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다짐이 시작이었습니다. / 자료 출처 마리끌레르 코리아


헤이엄 수영복은 처음에는 수수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수영장 안에서도, 바깥에서도 자연스럽죠. 깔끔한 파스텔톤 색상, 유행을 타지 않는 단순한 패턴도 보다 보면 매력적이고요. 이처럼 헤이엄은 ‘편하게 툭 걸칠 수 있는’ 수영복을 지향합니다. 체형도, 취향도 서로 다르지만 수영을 좋아하는 디자이너 네 명이 마음에 드는 수영복을 만들어보자는 데서 시작된 브랜드에요. 



직접 제품을 입고 뛰놀며 찍은 룩북에서는 편안함, 자연스러움이 느껴집니다. / 자료 출처 마리끌레르 코리아


그래서 헤이엄의 룩북(lookbook)과 착용샷은 꾸밈이 전혀 없습니다. 디자이너들이 직접 모델이 되어, 제품을 입고 뛰어노는 모습을 그대로 찍었죠. ‘내가 입어도 저렇게 멋지게/예쁘게 나올까?’ 같은 의문이 아닌, ‘나도 저렇게 즐겁고 싶다!’는 설레임이 전해지길 바랐다고 해요. 사이즈도 1, 2, 3으로 표현하는데요. ‘크고 작음’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내 몸에 맞는 옷을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신경 쓴 디테일입니다.


브랜드가 그리는 미래도 ‘자연스러운 편안함’의 연장선에 있는데요. 2021년 인터뷰에서 헤이엄 디자이너들은 임산부, 시니어 수영인을 위한 옷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스윔웨어 브랜드에서 쉽게 듣기 힘든 답변이죠. 궁극적으로 ‘나이 들면 입기 부담스럽다’는 인식, ‘몸을 만들고 입어야 할 것 같다’는 무게감을 덜어주고 싶다고 헤이엄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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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비레터 객원에디터 | 최진수


브랜드와 영화, 음악, 책, 공간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탐구하는 최진수입니다. 1일 1인사이트 뉴스레터 롱블랙, 진정성 있는 패션 웹진 온큐레이션, 그리고 브랜드에 진심인 비마이비까지. 브랜드와 마케팅에 대한 다채로운 시도들을 직접 경험하고, 탐구하고, 공유하는 활동을 꾸준하게 해 오고 있습니다. 항상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환영합니다.
‘한국 스트리트 패션’ 시장을 개척한 브랜드, 브라운브레스 (Brownbreath)가 저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제가 가장 닮아가고 싶은 브랜드입니다. 2006년부터 ‘메시지를 전파한다 (Spread the Message)’를 모토로 힙합 앨범, 전시회 등 새로운 시도를 지속해 왔습니다. 꾸준하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에서 제가 떠올랐고, 그래서 더 애착이 가는 브랜드입니다.


editor | Bem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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