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Curation]#249 출구 없는 미로, 연프 설계 공식 파헤치기

지난 8년간 1,000여 개의 브랜드의 스토리를 발굴해 온 국내 최대 브랜드 커뮤니티, 비마이비.
비마이비는 하나의 브랜드를 깊이 다루거나, 하나의 주제를 넓게 다루며 브랜드를 큐레이션하고, 사람을 만나고, 매월 이달의브랜드를 선정합니다.

이번 주의 마이비레터에서는 우리에게 도파민과 대화거리, 끊임 없는 2차 콘텐츠를 주는 연애 프로그램을 콘텐츠이자 브랜드로서 다룹니다. 비마이비의 시선으로 바라본 다섯가지 연애 프로그램을 통해 각기 다른 콘텐츠의 성공 전략을 함께 알아 보아요.
 

 

연애 프로그램, 줄여서 '연프'의 인기는 식을 줄 모릅니다. 원래 다른 사람 사랑 이야기가 제일 재밌잖아요. 올해만 해도 다양한 OTT 플랫폼에서 신선한 포맷의 연애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어요. OTT 플랫폼과 방송사 수만큼 다양한 연애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는 동시에 언제까지 새로운 연애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도 드는데요. '이제 정말 새로운 소재가 있을까?' 이런 질문이 무색하게도, 끊임없이 다양한 소재를 연애와 접목시켜 선보입니다. 전연인이나 가족과의 동반 출연, 100인의 대규모 결혼 프로젝트, 그리고 모태솔로까지요.

남녀 간의 설레는 감정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이제 ‘너무 뻔하다.’는 말을 듣는 치열한 연애 프로그램 콘텐츠 시장. 그럼에도 인간관계와 심리를 보여주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우리가 인간관계를 쉽게 끊어낼 수 없듯이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웬만해서는 그 이후가 계속해서 궁금해지기 마련인데요. 이 최초의 장벽을 어떻게 넘게 만들 수 있을까요? 매월 넘쳐나는 연애 프로그램 속에서도 새로운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차별화된 콘텐츠 전략을 마케팅 관점에서 살펴보려 해요. 이제부터 레드오션에서도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강력하게 남은, 다섯가지 연애 프로그램을 브랜드적으로 이야기 해볼게요. 

 



01 욕하면서도 보게 만드는 극사실주의, 나는 솔로


2021년 첫 방송을 시작한 <나는 솔로>. 어느덧  200화를 훌쩍 넘어 오래 사랑받는 장수 연애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어요. 최근 방영이 종료된 27기는  ‘남녀2049’ 시청률에서도 1.9%로 1위를 차지했고, ‘TV 비드라마 화제성’ 2위를 기록했습니다.(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이 집계하는 ‘펀덱스 차트’ 기준)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은, 나는 솔로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과몰입을 유발하는 나는 솔로 세 MC의 케미 / 자료 출처 나는 솔로


나는 솔로의 성공 비결은 '극사실주의'에 있어요. 솔로지옥처럼 화려한 비주얼의 출연자와 근사한 데이트로 로맨스 판타지를 파는 대신, 나는 솔로는 인간관계의 민낯을 보여줍니다. 남녀간의 설레는 감정 보다, 갈등이 더 도드라지는 경우도 있는데요. 뒷담화, 질투, 이간질, 회피, 공감성 수치 등 날것의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죠. 연프가 아닌 사회실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특유의 감성은 중독성이 있습니다. 



명대사 제조기였던 옥순바라기 24기 영식 / 나는 솔로 24기 캡쳐


'가명 시스템'은 나는 솔로만의 정체성이에요. 영수, 광수, 옥순, 영자라는 이름은 출연자의 개별성을 없애고 하나의 캐릭터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되면 시청자들이 부담감 없이 출연자를 바라볼 수 있게 되죠. 마치 드라마 캐릭터를 보듯 적당한 거리감을 둘 수 있게 만든 거예요. 나는 솔로 남규홍 PD는 "틀을 만들어 사람들한테 기억을 시켜야 그 프로그램의 고유한 정체성이 드러난다. '친근한 어르신들의 이름이 반복해서 나오는 프로그램이 있다'라고 기억해 주시면 수많은 프로그램 중에서 기억되기 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솔로 팝업을 방문한 24기 영숙 / 자료 출처 24기 영숙 인스타그램


나는 솔로는 일반 기수는 물론, 한 번 사랑에 실패한 뒤 영원한 ‘끝사랑’을 찾는 화제의 돌싱 특집, 저마다의 이유로 혼기를 놓친 ‘골드 특집’ 등 신선한 기획력으로도 매주 기대감을 부르고 있어요.

여기에 더해 기존 출연자들을 데리고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나는 솔로,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나솔사계)’와 ‘지지고 볶는 여행(지볶행)’까지.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세계관을 확장하는 것에 거침이 없습니다. 기존의 레전드 기수와 수많은 명장면을 넘어, 앞으로는 또 어떤 나솔 유니버스로 돌아올지 궁금해져요. 




02 서툴지만 오히려 좋아,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넷플릭스의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는 공개 직후 국내 넷플릭스 순위에서는 오징어게임 3을 꺾고 1위에 올랐습니다. 매콤하게 터지는 도파민에 중독된 시청자들이, 왜 느리고 답답한 ‘모태솔로’들의 연애에 빠진걸까요.

이 프로그램은 오히려 '미완성의 연애'에 주목했어요.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들의 서툰 첫걸음을 다루며 누군가에게는 내 친구의 모습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어수룩했던 과거를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에요. 한편으로는 최근 연애는 선택이며, 오히려 자신에게 집중해 연애를 꼭 필요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Gen-Z들의 관계 트렌드와 연결되기도 해요.   



메이크오버 전후의 출연자 ‘재윤’ / 자료 출처 넷플릭스


차별화 포인트는 출연자들의 성장 서사예요. 시청자들은 모태솔로의 성장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만듭니다. 촬영시작 전, 6주간의 메이크오버 과정을 거치며 출연자들이 외면과 내면 모두 가꿀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데요. 지수처럼 심리상담을 진행하며 이성과 관련된 과거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시간을 갖기도 해요. 



실전 연애 코치를 해주는 ‘썸메이커스 4인’ / 자료 출처 넷플릭스


'썸메이커스'라는 멘토-멘티 코치 시스템도 눈에 띄는데요. 기존 연애 프로그램의 MC들이 단순히 리액션하는 역할에 그쳤다면, 4명의 연예인 패널들이 직접 출연자를 코칭하며 이들의 스토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요. 모솔들의 첫 연애를 위해 운동, 말투, 감정 표현까지 도움을 주며 특별한 관계성을 보여줍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패널들이 출연자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강한 피드백을 할 때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어요.  



불안하고 서툴지만 진정성있는 한 걸음 / 자료 출처 넷플릭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는 '모태솔로'라는 숨기고 싶은 낙인을 오히려 '순수함'과 '가능성'의 시선으로 따뜻하게 바라봅니다. 그 누구도 모태솔로인 출연자들의 미숙함을 희화화 하거나 비난하지 않죠. 현재 시즌 2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어떤 사연을 가진 모솔들이 나올지 벌써 기다려져요.   




03 X와 함께하는 연애 성장기, 환승연애


전 애인과 한집에서 지낸다? 도파민이 샘솟는 파격적인 콘셉트, <환승연애>를 소개할게요.  환승연애는 유료 가입기여자 수, 시청 UV 등 각종 지표 1위는 물론이고 ‘티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간판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전남친의 새출발을 응원해줄 수 있을까? / 자료 출처 티빙


천생연분, 짝, 하트시그널, 나는 솔로까지. 10년 넘게 이어온 무수한 연애 프로그램  속에서 변하지 않던 한 가지, 바로 새로운 인연을 찾는 ‘소개팅 형식’이라는 점인데요. 환승연애는 이러한 고정된 틀에서 과감히 벗어났습니다.

출연진들은 전 애인이 쓴 자신의 소개 편지를 읽고, X와의 추억이 담긴 방에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처 전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털어놓는데요. 연애 당시의 추억, 이별의 아픔, 새로운 사랑에 대한 설렘까지. 시청자들은 포장된 핑크빛 로맨스가 아닌 현실 연애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고, 진심으로 공감하게 됩니다.

환승연애를 기획한 이진주 PD는 “이전 연애에 대한 피드백을 공유할 수 있다면, 앞으로 더 좋은 연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구상했다고 밝혔는데요. 설렘뿐 아니라 상처와 후회, 성장이라는 연애의 또 다른 속성에 주목함으로써 차별화를 준 거예요.



환승연애3 리액션 영상 / 자료 출처 유튜브 ‘찰스엔터’ 캡쳐


쏟아지는 2차 콘텐츠의 파급력도 심상치 않았습니다.. 드라마, 예능 등을 보며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리액션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특히 94만 유튜버 ‘찰스엔터’의 환승연애 리뷰 콘텐츠는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시청자로서 솔직한 감정을 공유하고자 하는 심리가 리액션 영상이라는 2차 콘텐츠의 인기로 이어졌고, 환승연애의 드라마틱한 연출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낸 거죠.

다가오는 10월, 새로운 시즌 ‘환승연애4’가 공개될 예정인데요. 리액션 콘텐츠의 흥행과 “내일 봬요 누나”와 같은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남다른 영향력을 입증한 환승연애. 이번에는 어떤 서사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기대가 됩니다.




04 결혼은 현실이야, 커플 팰리스


5대 5는 뻔하다, 50대 50으로 가자. 대규모 연애 리얼 버라이어티, 아니 결혼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커플팰리스입니다. 커플팰리스는 결혼과 현실적인 만남을 전제로 진행된, 생존과 선택이라는 서바이벌의 성격이 극대화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특히 실제 커플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상견례와 폭로 등 다른 연애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이고 몹시도 현실적인 요소들이 개입이 되었다는 점에서 보다 몰입도와 화제를 유도해 내었어요.



시즌 1의 경우, 10회로 구성되어, 초반 4회까지는 남 50인, 여 50인의 소개와 스피디한 데이트 및 치열한 플러팅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5화부터 최종화까지는 갈등과 반전, 선택을 거듭하며 몰입도가 절정으로 치달았어요. 이 규모는 시즌 2에서 남녀 각각 30명, 총 60명으로 축소되며 보다 밀도 있는 서사를 전개했죠. 참가자들은 각자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 결혼관, 라이프스타일과 끼 등 각자가 어필할 수 있는 매우 현실적인 조건들을 노골적으로 내세우며 결혼 시장을 축소해 내었다는 호평을 받았어요. 커플팰리스의 차별점은 ‘현실’을 마주할 '용기'였습니다.



많은 모수 속에서 높은 확률로 나올 커플과 에피소드들 / 자료 출처 mnet


특히 연애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현장에서 출연자들은, 일상과 동떨어진 세트장에서 몇 박 며칠을 보내며 오직 이성 관계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색적이라는 출연 후기를 내비치기도 했는데요. 커플팰리스는 보다 더 가파른 호흡과 빠른 전개 속도, 더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결혼이라는 목적지를 바라보며 다른 연애 프로그램과는 다른 촬영 환경에 놓였을 것이고, 이는 시청자로 하여금 더 몰입하고 긴장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출연자의 분량 분배나 과몰입 요소 등 논란의 여지는 있었지만, 연프의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면서 사랑 받았습니다.



유튜브 썸네일에서도 알 수 있는 콘텐츠 속 대화 주제 / 자료 출처 mnet




05 K-흥행공식 ‘가족애’를 끌어들인 연애남매


남매가 함께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연애남매>는 ‘혈육의 연애를 직관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콘셉트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이질적인 제목과 설정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많았죠. 그러나 연애남매는 공개 후 4주 연속 화제성 지수 1위, 3주 연속 웨이브의 신규 유료 가입 견인 지수 1위를 달성하며 걱정을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연애남매 포스터 / 자료 출처 JTBC, 웨이브 ‘연애남매’


연애남매가 내세운 핵심 포인트는 ‘가족애’입니다. 출연진들은 하나뿐인 누나의 예비 남자친구를 찾고자 매의 눈으로 남자들을 탐색합니다.  때로는 남매의 썸을 지켜보며 서로 참견하기도 해요. 가족이기에 가능한 솔직한 조언이죠.

여기에 어릴 적 모습을 담은 홈 비디오를 공개하고, 부모님이 등장해 남매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출연자 개개인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데요. .남매간의 우애, 부모-자식 간의 사랑이라는 포괄적인 가족 서사를 모두 담아냅니다.

가족애는 K-흥행공식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폭넓게 다뤄지는 주제인데요. 연애남매는 이러한 다소 뻔한 흥행 공식을 ‘연애 프로그램’이라는 대비되는 영역에 과감히 끌어들임으로써 차별점을 주었어요. 시청자들은 연애의 설렘을 기대하고 틀었다가 가족의 사랑으로 끝나는, 복합적인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연애남매 패널 조나단과 파트리샤 / 자료 출처 JTBC, 웨이브 ‘연애남매’


출연진들의 영상을 지켜보는 패널 역시 실제 남매인 조나단과 파트리샤를 섭외했어요. 이들은 현실 남매로서 출연진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분석하며 가족이라는 큰 테마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하죠.수많은 연애 프로그램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결은 결국 ‘진정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가족이라는 틀 속에 잘 녹여낸 것이 연애남매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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