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0월의 첫째 주, 마이비레터가 250호를 맞이했습니다. 2019년 12월 4일 첫 발송 이후 2,129일, 거의 휴재 없이 매주 수요일마다 여러분을 찾아왔었는데요. 마이비레터 250호를 기념하여 '250'을 '새벽 2시 50분'이라는 시간으로 바라보려 합니다. 모든 것이 고요해지고 나만 남은 새벽 2시 50분, 하나의 콘텐츠를 완성하기 위해 끈질기게 고민해본 그 순간들을 떠올리며 말이죠.
영향력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9명의 콘텐츠 전문가들은 과연 어떤 고민을 해왔을까요? 아이디어가 실제 콘텐츠가 되기까지의 시행착오와 고민들을 인터뷰로 진솔하게 담았어요. 비마이비가 아래 콘텐츠 전문가 9인에게 기획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물어보았습니다.
<콘텐츠 전문가 9명>
컨셉진 | 김경희 편집장
북스톤 | 김은경 대표
코스모폴리탄 | 김주연 편집장
아침 | 남도연 에디터
폴인 | 도헌정 팀장
일러스트레이터 | 설동주 작가
시티호퍼스 | 이동진 대표
매거진 C | 전은경 디렉터
에피케 | 홍유진 대표
* 이름의 ㄱㄴㄷ순
지금도 어디선가 하나의 콘텐츠를 완성하기 위해 고민과 마주하고 있을 모든 콘텐츠 기획자들에게 작은 위로와 인사이트가 되기를 바라며.
250호 특집 <새벽 2시 50분의 고민>, 이제 시작합니다! 🌙

🎙️ 영향력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콘텐츠 전문가 9명의 답변 🎙️

컨셉진 | 김경희 편집장
매달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새로운 한 달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월간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컨셉진>을 14년째 만들고 있는 편집장 김경희입니다. 독자의 일상에 조금 더 적극적인 변화를 만들어 주고 싶어 새로운 삶을 살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자기 발견 플랫폼 <미션캠프>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Q1. “당신의 기획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오나요?”
모든 기획은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컨셉진> 주제 회의를 할 때 항상 팀원들에게 이렇게 묻곤 합니다. “요즘 관심사가 뭐예요?”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보다 지금 당장 ‘나’의 관심사로부터 시작하는 건데요. 저나 팀원 모두 굉장히 보편적인, 평범한 대중인 만큼 ‘나’의 관심사가 결국 ‘대중’의 관심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언가 기획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최근 내가 관심을 둔 것과 자주 검색했던 단어들에서 찾아보려 합니다.
Q2. “터질 줄 알았는데 성과 없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대하나요?”
저희 팀은 실패했을 때 감정을 빼고 솔직하게 토론하려고 해요. 감정적인 상태가 되면, 서로 상처만 남으니까요. 팀원들에게 항상 ‘결과는 이미 나왔고, 이걸 가지고 성장할지 그냥 속상하기만 할지 선택은 우리 몫’이라는 말을 합니다. 지난여름, 고민이 있을 땐 산에 가자는 컨셉의 ‘하이커 캠프’ 프로그램을 론칭했습니다. 기대만큼 반응이 없어 실패 원인을 찾던 중, 이 주제는 ‘프로그램’이 아닌 ‘굿즈’로 판매하는 방식이 더 어울린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팀원들에게 냉정하게 대표의 판단 실수라고 인정한 뒤, ‘굿즈’로 디벨롭하여 재출시했는데요. 꽤 괜찮은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실패를 인정하며 문제를 공유하고 빠르게 디벨롭한 노력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Q3. “급박한 마감 앞에서 시간에 쫓길 때, 나만의 일하는 방식 있나요?”
시간을 지키는 것까지가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달 매거진을 만들다 보니 시간은 항상 촉박하고, 마감 때가 되면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큰데요. 하지만, ‘월간지’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도 나고, 이 한 달 마감 루틴은 바꿀 수 없다 보니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저는 항상 팀원들에게 이렇게 얘기해요. “100점짜리 만들려고 하지 말자. 시간 안에 85점짜리로 만들고, 아쉬운 15점은 다음 달에 채우자”라고요. 시간이 부족한 현실을 인정하며 평정심을 찾는 거죠.
Q4. “내부에서 내 기획안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설득하는 방법이 있나요?”
최대한 감정을 빼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100퍼센트 설득된 것 같지 않은데 제 의견을 들어주려 하는 것 같다면 그것도 잘못된 것이니 좀 더 치열한 논쟁을 통해서라도 완전 설득이 될 때까지 대화를 끌고 나가고요. 다만, 요즘에는 처음 제 기획을 얘기했을 때 설득되지 않는다면, 제 기획의 문제를 인정하고 바꾸려 하는 편이에요. 그동안 수없이 많은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상대방을 설득하고 진행해서 결과를 보는 과정에서 깨달은 건, 좋은 기획은 ‘설득’의 과정이 필요 없다는 사실이었거든요. 좋은 기획은 단어 하나, 설명 한 문장만으로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하기에 구구절절 설명을 통해 설득해야 한다면, 그건 좋은 기획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Q5. “지치지 않고 롱런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내가 기획한 콘텐츠가 누군가의 삶에 도움되길 바라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그러면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고, 그 고민이 오래 담길수록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리고 내가 만든 콘텐츠가 결국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모습을 목격한다면, 이 일을 하는 목적이 달성된 거니, 더 신나서 즐기며 일할 수 있게 되고요. 저도 제가 만든 콘텐츠를 통해 독자의 일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졌다, 행복해졌다’는 리뷰를 꾸준히 마주해 왔기에, 컨셉진을 지금껏 128호까지 끌고 올 수 있었답니다.
Q6. “한 번의 성공 이후, 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인정하는 겁니다. 저도 물론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오래 고민하고 망설일 때도 많은데요. 그럴 때마다 저의 파트너인 김재진 대표가 이런 이야기로 용기를 주곤 해요. “야구에서는 열 번 중에 세 번 잘 치면 3할 타자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우리도 항상 잘할 순 없다. 못할 때도 있음을 인정하고, 자신 있게 하자.” 그래서 저희 회사는 오래 고민해서 완벽하게 하려 하기보다, 빠르게 선보이고 아쉬운 부분은 그 후에 보완해서 완성해 나가는 방식을 지향하고 있어요.

북스톤 | 김은경 대표
북스톤 대표를 맡고 있는 출판기획자 김은경입니다.
Q1. “당신의 기획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오나요?”
일상에서 기획의 영감이 될 만한 것을 오히려 찾으려 애쓰지 않습니다. 연간 10종 넘는 책을 기획하려면 아이디어나 영감보다, 장기적으로 브랜드가 될 만한 사람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고, 장기적인 브랜딩 관점에서 저자와 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더 중요하거든요. 영감보다 문제 해결에 주안점을 두고, 같은 주제라도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를 고민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씁니다. 0에서 1을 만드는 기획보다 1을 2로 만드는 기획인 셈이죠. 이런 이유로 평소 책을 많이 읽으면서 인풋을 채우고 나와 다른 업계의 사람을 많이 만나면서 자극을 받고, 여행을 가서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 이 세 가지는 꼭 하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Q2. “터질 줄 알았는데 성과 없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대하나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타깃 공략과 관련이 큽니다. 내가 예측한 타깃 독자가 반응하지 않는 경우인데요. 독자가 어떤 것에 반응하고 어떤 것에 반응하지 않는지를 끝까지 트래킹하고 다음 유사한 기획에 반영하는 편이에요. <별게 다 영감>(이승희 지음)은 별다른 기대 없이 냈는데 오히려 책이 잘된 케이스예요. 인스타그래머블한 책이 약점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젊은 층의 영감을 궁금해하는 40대 독자들에게도 많이 팔렸거든요. 형식 때문에 읽고 싶다는 리뷰도 많았습니다. 편집자로서의 예측이 실패했어요.(웃음)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실패를 통과하는 일>(박소령 지음)의 편집 형식을 나름 파격적으로 가져갔습니다. 음슴체를 썼고, 리스티클 형식으로 편집했고, 콘텐츠 인용도 과감하게 썼어요. 실험적인 편집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SNS와 스레드 같은 기록형에 익숙해진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Q3. “급박한 마감 앞에서 시간에 쫓길 때, 나만의 일하는 방식 있나요?”
24시간 일 생각과 분리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인풋이 들어오는 편이에요. 급박한 마감을 앞에 두고는 오히려 인풋이 많고 생각이 많은 것이 방해되기도 해요. 그래서 마감 시즌에는 무조건 업무일지를 전날 써두고 새벽에 일어나서 오전 중에 중요하고 시급한 업무를 마친 후에 출근합니다. 이런 시즌에는 메일도 짧게, 톡도 짧게,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짧게 가져갑니다. 평정심을 지키는 루틴은 딱히 없어요.(웃음)
Q4. “내부에서 내 기획안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설득하는 방법이 있나요?”
내부의 반대가 있을 때 우선 내 결정에 자신 있으면 내가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고 이야기해요. 두 번째는 회사 외부의 조언자들, 믿음직한 일 친구들의 의견을 수집해서 근거로 제안하고요. 세 번째는 나와 다른 의견을 논리적으로 반박합니다. 이 정도면 대체로 설득이 이루어집니다.
Q5. “지치지 않고 롱런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지치지 않고 롱런하려면, 내가 모든 걸 잘할 수 없다(혹은 다 알 수 없다)는 인정이 필요해요. 이에 더해 언러닝(unlearning)의 마음가짐을 평소에 장착하면 오히려 FOMO에서 자유로워집니다. 트렌드에 집착하면 쉽게 지쳐요. 모르면 어때, 같은 자신감이 필요해요. 남들 다 아는 걸 나만 모르는 것도 차별화라 생각합니다.
Q6. “한 번의 성공 이후, 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출판 기획은 1승 9패의 법칙이 통하는 세계입니다. 터진 하나의 콘텐츠가 나머지 콘텐츠를 먹여 살리는 구조라고 이해하면 쉬워요. 즉 연속해서 좋은 기획을 해내기가 꽤 어렵다는 이야기예요. 그럴수록 일정 수준의 퀄리티 레벨을 정해두고 우선은 스스로 만족하는 기획을 하려 애씁니다. 모순적인 답변 같지만, 고객에게 집착하기보다 나를 만족하게 하면 좋은 기획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있어요. 그래야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코스모폴리탄 | 김주연 편집장
<엘르>, <엘르걸>, <쎄씨> 등 국내 주요 패션 매거진에서 에디터 경험을 축적한 후, 현재 <코스모폴리탄> 코리아의 편집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Q1. “당신의 기획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오나요?”
사진, 영화, 소설, 아트북, 뉴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기획의 영감을 얻어요. 때로는 사진 한 장의 이미지가 그달 매거진 전체의 콘셉트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소설 속 한 문장이 패션 화보의 주제로 확장되기도 해요. 사소한 계기처럼 보일지라도 창작의 출발점이 되곤 하죠. 최근에는 우연히 접한 영화 〈퍼펙트 데이즈〉가 〈코스모폴리탄〉 10월호 편집장 글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Q2. “터질 줄 알았는데 성과 없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대하나요?”
실패는 실패대로 받아들여요. 모든 결과에는 배움이 남고, 이미 지나간 일에 후회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까요. 1년에 단 12번만 발행되는 프린트 매거진에는 두 번의 기회가 없어요. 묵혀두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완벽하지 않더라도 과감히 내보낼 것인가. 결국, 답은 둘 중 하나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의지예요. 실패조차 기록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
Q3. “급박한 마감 앞에서 시간에 쫓길 때, 나만의 일하는 방식 있나요?”
To do 리스트를 시간별로 나눠 일해요. 시간을 컨트롤한다고 느껴져 일이 잘 풀립니다. 평정심을 지키기 위해선 클래식 음악을 듣는 편이에요.
Q4. “내부에서 내 기획안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설득하는 방법이 있나요?”
상대가 왜 공감하지 못하는지를 먼저 파악해요. 그 이유가 비용 문제인지, 리스크 때문인지, 우선순위 차이인지, 혹은 개인적 경험 때문인지 살펴요. 이렇게 파악한 이유를 토대로 접근 방식을 디벨롭하고, 상황에 맞게 설득이나 보완 논리를 전개하는 편이에요.
Q5. “지치지 않고 롱런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팀원들과 소통하며 일하는 것 아닐까요? 콘텐츠 기획은 결코 혼자만의 아이디어나 실행으로 완성되는 일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동료들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며, 의견 차이가 생겼을 때 이를 건강하게 조율하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속가능한 커리어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건 초심을 잃지 않는 것. 내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커리어를 쉽게 놓을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것!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습니다. 받아들이고 Just Keep Driving!
Q6. “한 번의 성공 이후, 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끊임없이 보고, 듣고, 행동하는 것. 그것만이 답입니다.

아침 | 남도연 에디터
아침의 가치를 나누는 타임 버티컬 웰니스 플랫폼 Achim의 에디터입니다. 더 많은 이들이 더 나은 하루를 시작하길 진심으로 바라며 일합니다.
Q1. “당신의 기획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오나요?”
가장 많은 영감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얻지만 어디까지나 ‘힌트’를 얻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스스로 숙고하거나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디벨롭하는 과정인 듯합니다. 본 것을 그대로 차용하는 대신, ‘Achim이라면 어떻게 다르게 진행할까?’를 깊이 생각해 보거나 대화를 나누며 ‘우리만 할 수 있는’ 당위성과 맥락을 쌓아가는 듯합니다. 아이디어는 ‘막’ 쏟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종이 위에 생각나는 대로 마구 쓴 다음 그중에서 솎아내듯 정리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숙고하고 있는 것과 아예 상관없는 책, 영화, 유튜브를 보거나 팟캐스트를 들으며 걷습니다. 골몰해 있던 무언가에서 벗어나 있다 보면 어느 순간 예기치 못한 힌트를 얻게 되거든요. 그렇게 얻은 힌트를 또다시 궁리하거나 동료들과 대화하며 디벨롭해 나갑니다.
Q2. “터질 줄 알았는데 성과 없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대하나요?”
지난 해 12월, 후암동에 있는 Achim 오프라인 공간 ‘아침 프로비전’을 리뉴얼했습니다. 오픈한 시기에 계엄령 사태가 발생해 정말 막막했습니다. “새단장을 마쳤으니 어서 놀러 오세요!”라고 감히 말할 수 없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었으니까요. 처음엔 걱정이 컸지만, Achim 팀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약속한 시간에 문을 열고, 어려운 걸음 해 주신 분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준비한 음식과 음료를 정성 다해 내어 드리길 그저 묵묵히 반복했죠. 그사이 손님들의 발길이 꾸준히 늘었고, 어느새 프로비전은 단골손님이 여럿 생길 만큼 사랑받고 활기로 북적이는 공간이 됐습니다. ‘터졌다’고 여기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이 과정을 통해 배웠습니다. 진정으로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 빛을 발한다는 것을요.
Q3. “급박한 마감 앞에서 시간에 쫓길 때, 나만의 일하는 방식 있나요?”
마감 시간에 쫓기며 원고를 쓸 때, 빨리 끝내고 싶다는 욕심을 최대한 내려놓으려 합니다. 안 그래도 잘 안 써지는 글이 강박과 공포감에 더 안 써질 수 있어서요. 너무 안 써질 땐 잠시 키보드에서 손을 떼어낸 뒤 쓰는 수단을 바꿉니다. 종이 위에 펜으로 아무렇게나 쓰거나, 누운 채로 휴대폰으로 쓰기도 하죠. 타자기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는 수기만의 필연적인 느림 상태에서 필요했던 문장이 툭 하고 나오기도, 큰 화면에선 보이지 않던 대목이 작은 화면에서야 눈에 들어와 글이 막혔던 원인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Q4. “내부에서 내 기획안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설득하는 방법이 있나요?”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명확하고 구체적인 근거를 보여 주며 설득하는 수밖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일에 대한 싱크를 99% 맞춘 동료라 해도 사람과 사람이기에 서로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근거를 바탕으로 설득하고 또 설득해야 내가 원하는 바를 실행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내 의견을 공감하지 못하는 동료나 상사를 설득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내 의견이 공감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스스로 납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빠르게 인정하고, 실망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어떻게 아이디어를 디벨롭할 수 있는지 더 고민하고 더 빨리 실행하려고 노력합니다.
Q5. “지치지 않고 롱런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내가 바라는 일들만 할 순 없음을 인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Achim의 에디터가 되면 책이나 매거진처럼 재미난 것들만 만들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습니다. 오히려 그것들은 일부일 뿐,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기획하고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공간에서 사용될 메뉴판이라든지(저희는 메뉴판조차 한 권의 책처럼 만들어 ‘메뉴북’이라 부른답니다!), 웹사이트라든지요.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기대하지 않은 것들을 만들 때의 배움이 기대한 것들을 만들 때 얻은 것보다 결코 적거나 작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나도 몰랐던 내 가능성을 키운다는 즐거움은 외려 더 컸던 것 같고요. 상황과 환경에 따라 필요한 콘텐츠를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역량 아닐까 싶습니다.
Q6. “한 번의 성공 이후, 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성공한 결과물’이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보게 되네요. 그것이 반드시 이다음에 대한 압박감을 수반한다면, 저와 Achim 팀은 아직 성공한 결과물을 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희는 여전히 어떠한 압박감 없이 재미나고 다양한 것들을 자유롭고 꾸준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것이 Achim만의 강점이라 생각하고요. 언젠가 압박감이 재미를 압도할 만큼의 결과물도 만들어 보고 싶지만, 언제나 재미를 잃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바람입니다.

폴인 | 도헌정 팀장
경영학을 전공하고, 은행 기업금융 파트에서 7년간 일했다. 이후 콘텐츠 업계로 전업해 출판사에서 마케터로 일하며, 팔리는 콘텐츠 만드는 법을 배웠다. 2020년 중앙일보 폴인팀에 에디터로 합류, 현재 폴인 팀장을 맡고 있다.
Q1. “당신의 기획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오나요?”
제가 보는 모든 콘텐츠, 그리고 동료들에게서 영감을 얻습니다. 새로운 기획이 필요하게 되면 그때부터 뇌의 안테나가 켜지는데요. 며칠 동안 기획을 숙성시키는 시간을 갖는 거죠. 그 과정에서 어떤 종류의 콘텐츠를 보든 해당 기획과 연결하게 돼요. 폴인 인터뷰이나 행사 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상에서 접하는 신문 기사나 영상에서 힌트를 얻을 때가 많아요. 물론 하루종일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헤비유저여서 가능한 것 같긴 합니다. 그리고 혼자서 도저히 영감이 안 떠오를 땐 폴인팀 동료들에게 SOS를 칩니다. 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나와요.
Q2. “터질 줄 알았는데 성과 없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대하나요?”
처절하게 반성하고, 잘못했던 지점들을 계속 복기합니다(웃음). 팀장이 된 후 제가 기획한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더 창피해요. 그런데 콘텐츠 업계에서 근 10년간 일하다 보니 어떤 게 실패이고 성공인지 구분이 잘 안 되더라고요. 지금의 실패가 나중에 좋은 프로젝트로 연결되는 실마리가 되기도 하고요, 지금의 성공이 시간이 지나서 브랜드에 독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프로젝트의 성패에는 크게 휘둘리지 않게 됐습니다. 다만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3. “급박한 마감 앞에서 시간에 쫓길 때, 나만의 일하는 방식 있나요?”
커리어에서 많은 업무량을 처리했던 경험이 큰 힘이 됩니다(웃음). 저는 은행에서 기업금융 업무를 할 때도 보고서 마감 일정이 늘 타이트했어요. 사회 초년생일 때부터 하드한 스케줄에 적응되다 보니 콘텐츠 업계의 마감에도 압박감을 덜 느끼는 편이에요. 그리고 평소에 좋은 글을 많이 접하고 일기나 기록을 자주 하면 글 쓸 때 문장이 쉽게 나오는 것 같아요.
Q4. “내부에서 내 기획안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설득하는 방법이 있나요?”
폴인에 처음 합류했을 때, 제가 냈던 기획안을 보고 다들 우려하셨던 적이 있어요. 제 생각엔 분명히 트렌디하고 대중적이라 잘 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았고 저 때문에 회의 분위기가 어두워졌던 적이 있습니다(웃음). 몇 달 지나 팀에 적응하고 나니 시야가 넓어지면서 당시 팀원들의 반응이 이해되더라고요. 요즘의 저는 제 기획안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볍게 던져보고 반응이 별로면 기획안을 묵혀요. 시간이 흐르면 보완할 점이 보이고, 그때 다시 내면 통과되기도 합니다. 여러 번 가볍게 시도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Q5. “지치지 않고 롱런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일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지속 가능하게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듯합니다. 저도 그렇고 주변에도 일 욕심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인데요. 과한 욕심과 몰입이 몸과 마음에 해가 될 때도 있어요.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 결국은 버티는 사람이 승자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버팀에 있어 체력보다 멘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이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멘탈, 어느 정도의 둔감함이 필요한 듯합니다.
Q6. “한 번의 성공 이후, 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한 번 성공하면 이어서 좋은 결과물을 또 안 내도 되지 않을까요?(웃음) 사람은 누구나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한 번 성과가 좋게 나오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아 다음에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서 실패해도 되겠구나" 생각해요. 이런 여유가 있으면 또 좋은 기획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폴인 에디터들을 관찰해보면 성공과 실패를 몇 번 반복하면서 성공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일정 기간 계속 킬러 콘텐츠를 내곤 합니다. 이런 과정을 보여주는 사람이라면 실력을 갖췄다고 생각해요.

설동주 작가
저는 도시의 스쳐 지나가는 풍경과 작은 조각들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길거리의 풍경, 낯선 구조물, 버려진 오브제를 펜과 카메라로 저만의 시선으로 담아내며, 익숙하지만 낯선 시각적 경험을 제안합니다.
Q1. “당신의 기획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오나요?”
저는 아이디어가 막힐 때면 좋아하는 동네를 천천히 거닙니다. 걸으면서 동네의 풍경을 찬찬히 살핍니다. 사진도 찍고 가게에도 들어가 보고 서점에서 책도 읽다 보면 아이디어가 불현듯 떠오르곤 합니다. 요즘에는 그렇게 떠오른 생각을 ChatGPT와 대화로 이어가는데, 마치 엉뚱하지만 착하고 거짓말 잘하는 친구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대화를 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때로는 그런 엉뚱한 대화 속에서 의외의 힌트를 얻기도 합니다.
Q2. “터질 줄 알았는데 성과 없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대하나요?”
첫 전시가 좋은 반응을 얻어 같은 기획으로 두 번째 전시를 이어갔는데, 결과는 다소 아쉬웠습니다. 작품 자체에는 만족했지만 전시 장소, 시기, 홍보 등의 변수들이 성과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작품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다른 요소들을 간과한 것이 실수였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기에 실패라기보다 다음을 위한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3. “급박한 마감 앞에서 시간에 쫓길 때, 나만의 일하는 방식 있나요?”
급한 마감 앞에서 결국 밤샘 작업으로 버틴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매년 한 살씩 나이를 먹으며 이제는 다른 해결 방식을 찾아보려 노력 중입니다. 때로는 바쁜 중에 잠시 시간을 내어 새로운 장소로 가서 작업하곤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공간의 긴장감이 집중력을 끌어올려 더 밀도 있는 결과를 낼 때가 있습니다. 작업실에서 10시간보다 새로운 장소에서의 1시간이 더 효율적일 때도 있습니다.
Q4. “내부에서 내 기획안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설득하는 방법이 있나요?”
저는 결과물이 이미지로 드러나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획 과정에서의 레퍼런스나 스케치 같은 준비 과정을 공유하려 합니다. 또한, 과거 작업이 어떻게 완성되었고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사례로 보여주며, 기획이 완성되었을 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도록 돕습니다. 이미지와 내용이 함께 전달될 때 말보다 훨씬 설득력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Q5. “지치지 않고 롱런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저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작업을 애정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애정하는 작업물이 하나씩 쌓여가는 것을 보면 뿌듯함과 동시에 더 오래, 더 많이 쌓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롱런하는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까요?
Q6. “한 번의 성공 이후, 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매번 성공적이고 완벽한 결과물을 내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전의 결과물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 것이 제게는 큰 힘이 됩니다. 완벽함보다는 성장과 변화를 이어가는 흐름이 압박감을 줄이고 다시 새로운 작업에 도전할 수 있는 추진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시티호퍼스 | 이동진 대표
「퇴사준비생의 도쿄•런던•교토•홍콩」, 「오프라인의 모험」 등의 저자이자, 여행 콘텐츠 기획사 ‘트래블코드’의 대표입니다. 트래블코드의 트렌드 뉴스레터인 ‘시티호퍼스’를 통해 서울, 도쿄, 상하이, 뉴욕, 런던에서 발견한 글로벌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그동안 서울, 도쿄, 교토, 오사카, 상하이, 타이베이, 홍콩, 런던, 파리,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등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1,000곳 이상의 브랜드나 공간을 비즈니스 관점으로 관찰하고 분석했습니다.
Q1. “당신의 기획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오나요?”
기획의 단계에 따라 달라요. 컨셉을 ‘잡아야’ 하는 단계와 컨셉을 ‘풀어야’ 하는 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죠. 컨셉을 잡는 단계에서는 ‘레이더‘ 모드를 켜요. 다양한 영감 소스를 열어놓고 보는 거예요. 이럴 때 주로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요. 서점에서 요즘 팔리는 책들을 보면서 힌트를 얻죠. 컨셉을 푸는 단계에서는 ’레이저’ 모드로 전환해요. 여러 소스를 검색해 보거나 레퍼런스로 모아두었던 자료들을 들춰봐요. 컨셉이 명확해지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거든요.
Q2. “터질 줄 알았는데 성과 없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대하나요?”
‘히트칠 확률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비즈니스 목적이라면 터지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죠. 그럼에도 모든 콘텐츠를 흥행시킬 수는 없어요. 시행착오를 거치며 히트칠 확률을 높일 수 있을 뿐이에요. 그러기 위해선 콘텐츠가 터질 거란 기대만큼이나 가설이 필요해요. 어떤 이유에서 반응이 있을지를 예상하고 콘텐츠를 선보이는 거예요. 그래야 반응이 좋으면 다음에 또 적용해볼 수 있고, 결과가 저조하면 개선할 점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Q3. “급박한 마감 앞에서 시간에 쫓길 때, 나만의 일하는 방식 있나요?”
생각하는 영역과 실행하는 영역을 구분해요. 지금도 마감에 쫓기면서 쓰고 있으니, 이번 인터뷰를 예로 들어볼게요. 질문에 답을 하려면 2가지를 해야 해요. 하나는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 다른 하나는 그것을 어떻게 쓸 것인가. 메시지를 고민하는 건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공간의 제약이 없어요. 그래서 이 영역은 차 타고 이동할 때, 샤워할 때, 식사할 때 등 혼자 있어서 몰입할 수 있는 시간에 해요. 그렇게 답을 틈틈이 찾은 후, 책상에 앉았을 때 글로 푸는 거죠. 이렇게 하면 시간을 아낄 수 있어요
Q4. “내부에서 내 기획안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설득하는 방법이 있나요?”
‘기획의 해상도’를 높여요. 기획안을 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제각각이면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워요. 서로 유사한 상상할 수 있도록 기획안의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하죠. 컨셉이 뾰족하던가, 레퍼런스가 분명하던가, 콘텐츠 샘플을 만들어보던가 등의 방법으로 해상도를 높일 수 있어요. 만약 구체화하기 어려운 단계라면 적어도 조짐과 징후, 데이터 등의 근거가 있어야 방향성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죠. 그럼에도 설득이 안 되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기획안을 더 숙성시켜요.
Q5. “지치지 않고 롱런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발견력’이 필요해요. 콘텐츠를 기획하려면 영감을 받을 수 있어야 하죠. 하지만 아무리 다양한 영감 소스가 있다고 해도, 인풋의 절대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하루종일 정보를 본다고 해도 24시간이 최대니까요. 그리고 매일같이 최대치의 정보를 소화하기도 쉽지 않죠. 그래서 지치지 않으려면 제한된 인풋에서 기획에 필요한 것들을 ‘발견’하는 힘을 키울 필요가 있어요. 영감 소스를 활용하는 효율을 높이는 거예요. 그래야 인풋을 채우는 피로도라도 줄일 수 있으니까요.
Q6. “한 번의 성공 이후, 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팬을 쌓아간다’는 기분으로 결과물을 만들어요. 콘텐츠 성공은 '작품성'와 '흥행성'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어요. 여기서 컨트롤할 수 있는 건 작품성이에요. 완성도는 실력을 키우면서 높여가야 하죠. 문제는 흥행성.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인 줄 알았는데, 김동률 콘서트 덕분에 생각이 바뀌었어요. 김동률은 본격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데도, 콘서트 티켓을 구하기가 어렵대요. 그동안의 결과물로 팬을 쌓아왔기 때문이죠. 결국 팬층이 두터우면 대박까진 아닐지 몰라도 꾸준한 히트를 칠 수 있어요. 그러니 새로운 콘텐츠로 팬이 늘어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매거진 C | 전은경 디렉터
디자인 & 브랜드 디렉터. 2006년부터 2022년까지 월간 『디자인』 기자, 편집장, 디렉터로 200여 권을 마감하며 국내외 디자이너와 경영인, 마케터 등을 인터뷰하고 다양한 디자인 영역과 프로젝트, 전시, 공간, 트렌드에 관한 콘텐츠를 기획했다. 『워크 디자인』을 론칭하고, 『The Way We Build』(공저) 등을 냈으며 코오롱 래코드와 함께 한 『래;콜렉티브: 25개의 방』, 『순환하는 가구의 모험』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매호 하나의 의자를 다루는 매거진 C를 론칭하고 디렉터를 맡고 있다.
Q1. “당신의 기획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오나요?”
기획자에게 닥치는 악몽 중 하나는 더 이상 아무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순간일 텐데요.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실은 잘 모르고 있거나 아는 게 없어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벤치마킹이라는 명목으로 비슷한 설정을 참고하거나, 갑자기 책상을 정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그럴 바에는 책을 읽거나 자료를 찾아보는 게 훨씬 낫습니다. 가끔은 관심사를 돌리기 위해 전혀 상관없는 책을 살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최근에 드니 디드로가 18세기에 편찬한 <백과전서 도판집>을 들춰봤는데, 영상이나 사진보다 더 강렬하고 정직한 이미지가 주는 상상력과 영감의 힘을 느꼈습니다.
Q2. “터질 줄 알았는데 성과 없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대하나요?”
‘다음 기회가 있다. 다음 호가 있으니까 더 잘하면 되지.’ 아쉬운 마음이 들어도 그런 식으로 엄청난 정신 승리와 자기 최면을 했던 것 같네요. 물론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 복기하고 반성하지만, 절대적인 실패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같은 기획이어도 언제, 어디서, 누구와 실행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럴 때는 아이템 서랍에 저장해두고 나중에 맥락에 맞게 재구성해보기도 합니다.
Q3. “급박한 마감 앞에서 시간에 쫓길 때, 나만의 일하는 방식 있나요?”
울면서 마감할 뿐, 그냥 했습니다! 허브티나 명상이 도움된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나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더라고요. 때로는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정해진 시간 안에 집중해서 일하는 버릇을 들이는 일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Q4. “내부에서 내 기획안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설득하는 방법이 있나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본 다음에 커뮤니케이션합니다. 타협 포인트도 예상해봅니다.
Q5. “지치지 않고 롱런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새로운 기획하는 일을 재밌어하고, 좋아했어요. 호기심이 많고 싫증도 잘 내는 편이거든요. 제가 기획 관련 일을 오래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런 저의 성격 때문이었어요. 마감하고 바로 또 다음 달 취재거리와 특집을 생각하느라 매달 바빠서 싫증 나거나 지루할 겨를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네요.
Q6. “한 번의 성공 이후, 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항상 새로운 일들을 기획하고 앞으로 나가는 일을 했지, 뒤를 자꾸 돌아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좋은 기획이었지만 성과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었거든요.

에피케 | 홍유진 대표
미메시스 대표와 열린책들 기획이사를 거쳐 현재는 에피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픽노블, <테이크아웃> 시리즈,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세트>, <열린책들 한국 시집 초간본 100주년 기념판>, <모노에디션> 등을 기획, 출간했다. 15년간 출판계에 몸담았지만,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호시탐탐 다른 일에 도전하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Q1. “당신의 기획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오나요?”
떠오르는 아이디어 중에서 '실현 가능한', '될 만한' 아이디어를 선별하는 것이 늘 어려워요. 저는 출판계에 있긴 하지만, 영상, 전시, 음악,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오히려 출판 외에 다른 분야에서 자극을 많이 받는 편인 것 같아요. 다양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전시와 팝업도 가고요. 다른 브랜드에서는 뭘 하는지 사람들은 어디에 돈을 쓰는지 잘 보려고 합니다. 요즘은 종이 신문도 외부 필진이 많아서, 다양하고 실력 있는 필진을 알게 되는 데 그만한 매체가 없는 것 같아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책과 거리가 먼 지인이나 친구에게 묻습니다. "어때? 재미있을 것 같아?" 때로는 그들의 피드백이 꽤 도움되기도 합니다.
Q2. “터질 줄 알았는데 성과 없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대하나요?”
별다른 성과를 얻은 기획이 오히려 많지 않아서 실패는 늘 제 친구라고 할 수 있어요.(웃음) 실패할 때마다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지만,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생각합니다. 다음에 더 잘해서 성과가 좋았던 건, 열린책들 재직 당시 기획했던 <모노 에디션>입니다. 이 기획은 10년 전쯤 미메시스에서 그래픽노블을 출판할 때, 책값을 어떻게 하면 낮춰서 보급형으로 만들까 생각하며 기획한 것인데요. 당시에는 제작비, 원저작자의 반대 등으로 실패했던 기획을 열린책들 세계문학으로 완성한 것이죠. 저작권이 소멸된 작가의 작품인 것도, 디자인이 좋았던 것도, 불황인 시기를 만난 것도 다 잘 맞아떨어져 성공한 기획입니다.
Q3. “급박한 마감 앞에서 시간에 쫓길 때, 나만의 일하는 방식 있나요?”
새벽이나 아침에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합니다. 저는 대체로 사무실 책상에서 일이 가장 잘 되는 편인데요. (카페나 집에서 일하시는 분들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하게 마감이 있을 때는 집에서 일이 잘돼요. 회사에 있으면 누군가 끊임없이 저를 찾잖아요. 아이들 다 학교 가고, 씻지도 않고 혼자 거실 책상에 앉으면 그렇게 집중이 잘 되더라고요. 가끔은 그렇게 일하는 장소를 바꿔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4. “내부에서 내 기획안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설득하는 방법이 있나요?”
설득. 사회생활 할 때 가장 어려우면서 꼭 필요한 스킬인데요. 설득할 대상이 누군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차분하고 끈질기고 다정하게 설득하는 태도도 중요하고요. 1차 소비자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편이 좋겠죠.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포인트만 짚어주고 상대방이 이해하기 편한 방법을 동원합니다. 디자이너라면 이미지로 보여주고, 마케터라면 수치로 보여주고, 대표라면 손익으로 보여주고요. 물론 그렇다고 다 설득이 되는 것도 아니에요. 다 실패했다면 다시 한번 내 기획을 돌아봅니다.
Q5. “지치지 않고 롱런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제일 중요한 건 무조건 운동과 식이에요. 체력과 건강. 체력과 건강은 재력과 비슷해서 단단하게 쌓는 건 오래 걸리고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순식간입니다. 몸이 정신을 지배합니다. 맑은 정신에서 능력이 발휘되고 올바른 태도가 생겨요. 저는 이제 40대고, 앞으로 최소 30년은 더 일하지 않을까요? 절대 전속력으로 달리지 않습니다. 밤을 새우지도 않아요. 꾸준하고 일정하게 내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6. “한 번의 성공 이후, 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사실 하나하나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일을 할 뿐, 꼭 압박을 느끼진 않아요. 관망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거든요. 다만, 지난 기획에 실수했던 것이 있다면 그 실수만큼은 하지 말아야지 하는 것뿐입니다. 내가 하는 모든 기획과 프로젝트가 계속 성공하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 잘된 기획이 회자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 있어요. 가까이서 들어보세요. 누구나 실패의 경험이 더 많습니다. 두 번 성공시키는 것이 실력인가요? 저는 계속 실패하는데도 도전하는 게 실력인 것 같습니다.
250호를 마치며,
250호 특집 <새벽 2시 50분의 고민>을 마무리하며, 함께해주신 9명의 콘텐츠 전문가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창작의 고민은 때로는 외롭지만, 사실 우리는 혼자가 아니었어요.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마감을 앞두고 있을 테고, 또 누군가는 실패를 딛고 다시 시작하고 있겠죠. 이번 특집이 여러분의 새벽 2시 50분에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2,129일 동안 멈추지 않았던 마이비레터처럼, 여러분의 끈기와 책임감도 언젠가 빛나는 결과물로 돌아올 거예요. 실패도, 성공도 모두 다음을 위한 자산이니까요.
오늘도 창작의 고민과 마주하고 있을 모든 기획자, 마케터, 크리에이터들을 응원하며.
브랜드를 깊고 넓게 다룹니다, 마이비레터💙
💡함께 보면 좋을, 비마이비의 특별한 순간들
특집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150호 특집
👉🏻 2024년 브랜드 레터 위크 특집
👉🏻 200호 특집

my B letter의 본문과 큐레이션을 포함, 비마이비의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비마이비에게 있습니다.
<비마이비의 모든 콘텐츠 자산의 무단 사용 및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콘텐츠의 활용을 금지합니다>
2025년 10월의 첫째 주, 마이비레터가 250호를 맞이했습니다. 2019년 12월 4일 첫 발송 이후 2,129일, 거의 휴재 없이 매주 수요일마다 여러분을 찾아왔었는데요. 마이비레터 250호를 기념하여 '250'을 '새벽 2시 50분'이라는 시간으로 바라보려 합니다. 모든 것이 고요해지고 나만 남은 새벽 2시 50분, 하나의 콘텐츠를 완성하기 위해 끈질기게 고민해본 그 순간들을 떠올리며 말이죠.
영향력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9명의 콘텐츠 전문가들은 과연 어떤 고민을 해왔을까요? 아이디어가 실제 콘텐츠가 되기까지의 시행착오와 고민들을 인터뷰로 진솔하게 담았어요. 비마이비가 아래 콘텐츠 전문가 9인에게 기획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물어보았습니다.
<콘텐츠 전문가 9명>
컨셉진 | 김경희 편집장
북스톤 | 김은경 대표
코스모폴리탄 | 김주연 편집장
아침 | 남도연 에디터
폴인 | 도헌정 팀장
일러스트레이터 | 설동주 작가
시티호퍼스 | 이동진 대표
매거진 C | 전은경 디렉터
에피케 | 홍유진 대표
* 이름의 ㄱㄴㄷ순
지금도 어디선가 하나의 콘텐츠를 완성하기 위해 고민과 마주하고 있을 모든 콘텐츠 기획자들에게 작은 위로와 인사이트가 되기를 바라며.
250호 특집 <새벽 2시 50분의 고민>, 이제 시작합니다! 🌙
🎙️ 영향력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콘텐츠 전문가 9명의 답변 🎙️
컨셉진 | 김경희 편집장
매달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새로운 한 달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월간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컨셉진>을 14년째 만들고 있는 편집장 김경희입니다. 독자의 일상에 조금 더 적극적인 변화를 만들어 주고 싶어 새로운 삶을 살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자기 발견 플랫폼 <미션캠프>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Q1. “당신의 기획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오나요?”
모든 기획은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컨셉진> 주제 회의를 할 때 항상 팀원들에게 이렇게 묻곤 합니다. “요즘 관심사가 뭐예요?”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보다 지금 당장 ‘나’의 관심사로부터 시작하는 건데요. 저나 팀원 모두 굉장히 보편적인, 평범한 대중인 만큼 ‘나’의 관심사가 결국 ‘대중’의 관심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언가 기획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최근 내가 관심을 둔 것과 자주 검색했던 단어들에서 찾아보려 합니다.
Q2. “터질 줄 알았는데 성과 없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대하나요?”
저희 팀은 실패했을 때 감정을 빼고 솔직하게 토론하려고 해요. 감정적인 상태가 되면, 서로 상처만 남으니까요. 팀원들에게 항상 ‘결과는 이미 나왔고, 이걸 가지고 성장할지 그냥 속상하기만 할지 선택은 우리 몫’이라는 말을 합니다. 지난여름, 고민이 있을 땐 산에 가자는 컨셉의 ‘하이커 캠프’ 프로그램을 론칭했습니다. 기대만큼 반응이 없어 실패 원인을 찾던 중, 이 주제는 ‘프로그램’이 아닌 ‘굿즈’로 판매하는 방식이 더 어울린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팀원들에게 냉정하게 대표의 판단 실수라고 인정한 뒤, ‘굿즈’로 디벨롭하여 재출시했는데요. 꽤 괜찮은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실패를 인정하며 문제를 공유하고 빠르게 디벨롭한 노력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Q3. “급박한 마감 앞에서 시간에 쫓길 때, 나만의 일하는 방식 있나요?”
시간을 지키는 것까지가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달 매거진을 만들다 보니 시간은 항상 촉박하고, 마감 때가 되면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큰데요. 하지만, ‘월간지’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도 나고, 이 한 달 마감 루틴은 바꿀 수 없다 보니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저는 항상 팀원들에게 이렇게 얘기해요. “100점짜리 만들려고 하지 말자. 시간 안에 85점짜리로 만들고, 아쉬운 15점은 다음 달에 채우자”라고요. 시간이 부족한 현실을 인정하며 평정심을 찾는 거죠.
Q4. “내부에서 내 기획안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설득하는 방법이 있나요?”
최대한 감정을 빼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100퍼센트 설득된 것 같지 않은데 제 의견을 들어주려 하는 것 같다면 그것도 잘못된 것이니 좀 더 치열한 논쟁을 통해서라도 완전 설득이 될 때까지 대화를 끌고 나가고요. 다만, 요즘에는 처음 제 기획을 얘기했을 때 설득되지 않는다면, 제 기획의 문제를 인정하고 바꾸려 하는 편이에요. 그동안 수없이 많은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상대방을 설득하고 진행해서 결과를 보는 과정에서 깨달은 건, 좋은 기획은 ‘설득’의 과정이 필요 없다는 사실이었거든요. 좋은 기획은 단어 하나, 설명 한 문장만으로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하기에 구구절절 설명을 통해 설득해야 한다면, 그건 좋은 기획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Q5. “지치지 않고 롱런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내가 기획한 콘텐츠가 누군가의 삶에 도움되길 바라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그러면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고, 그 고민이 오래 담길수록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리고 내가 만든 콘텐츠가 결국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모습을 목격한다면, 이 일을 하는 목적이 달성된 거니, 더 신나서 즐기며 일할 수 있게 되고요. 저도 제가 만든 콘텐츠를 통해 독자의 일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졌다, 행복해졌다’는 리뷰를 꾸준히 마주해 왔기에, 컨셉진을 지금껏 128호까지 끌고 올 수 있었답니다.
Q6. “한 번의 성공 이후, 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인정하는 겁니다. 저도 물론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오래 고민하고 망설일 때도 많은데요. 그럴 때마다 저의 파트너인 김재진 대표가 이런 이야기로 용기를 주곤 해요. “야구에서는 열 번 중에 세 번 잘 치면 3할 타자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우리도 항상 잘할 순 없다. 못할 때도 있음을 인정하고, 자신 있게 하자.” 그래서 저희 회사는 오래 고민해서 완벽하게 하려 하기보다, 빠르게 선보이고 아쉬운 부분은 그 후에 보완해서 완성해 나가는 방식을 지향하고 있어요.
북스톤 | 김은경 대표
북스톤 대표를 맡고 있는 출판기획자 김은경입니다.
Q1. “당신의 기획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오나요?”
일상에서 기획의 영감이 될 만한 것을 오히려 찾으려 애쓰지 않습니다. 연간 10종 넘는 책을 기획하려면 아이디어나 영감보다, 장기적으로 브랜드가 될 만한 사람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고, 장기적인 브랜딩 관점에서 저자와 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더 중요하거든요. 영감보다 문제 해결에 주안점을 두고, 같은 주제라도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를 고민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씁니다. 0에서 1을 만드는 기획보다 1을 2로 만드는 기획인 셈이죠. 이런 이유로 평소 책을 많이 읽으면서 인풋을 채우고 나와 다른 업계의 사람을 많이 만나면서 자극을 받고, 여행을 가서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 이 세 가지는 꼭 하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Q2. “터질 줄 알았는데 성과 없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대하나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타깃 공략과 관련이 큽니다. 내가 예측한 타깃 독자가 반응하지 않는 경우인데요. 독자가 어떤 것에 반응하고 어떤 것에 반응하지 않는지를 끝까지 트래킹하고 다음 유사한 기획에 반영하는 편이에요. <별게 다 영감>(이승희 지음)은 별다른 기대 없이 냈는데 오히려 책이 잘된 케이스예요. 인스타그래머블한 책이 약점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젊은 층의 영감을 궁금해하는 40대 독자들에게도 많이 팔렸거든요. 형식 때문에 읽고 싶다는 리뷰도 많았습니다. 편집자로서의 예측이 실패했어요.(웃음)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실패를 통과하는 일>(박소령 지음)의 편집 형식을 나름 파격적으로 가져갔습니다. 음슴체를 썼고, 리스티클 형식으로 편집했고, 콘텐츠 인용도 과감하게 썼어요. 실험적인 편집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SNS와 스레드 같은 기록형에 익숙해진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Q3. “급박한 마감 앞에서 시간에 쫓길 때, 나만의 일하는 방식 있나요?”
24시간 일 생각과 분리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인풋이 들어오는 편이에요. 급박한 마감을 앞에 두고는 오히려 인풋이 많고 생각이 많은 것이 방해되기도 해요. 그래서 마감 시즌에는 무조건 업무일지를 전날 써두고 새벽에 일어나서 오전 중에 중요하고 시급한 업무를 마친 후에 출근합니다. 이런 시즌에는 메일도 짧게, 톡도 짧게,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짧게 가져갑니다. 평정심을 지키는 루틴은 딱히 없어요.(웃음)
Q4. “내부에서 내 기획안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설득하는 방법이 있나요?”
내부의 반대가 있을 때 우선 내 결정에 자신 있으면 내가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고 이야기해요. 두 번째는 회사 외부의 조언자들, 믿음직한 일 친구들의 의견을 수집해서 근거로 제안하고요. 세 번째는 나와 다른 의견을 논리적으로 반박합니다. 이 정도면 대체로 설득이 이루어집니다.
Q5. “지치지 않고 롱런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지치지 않고 롱런하려면, 내가 모든 걸 잘할 수 없다(혹은 다 알 수 없다)는 인정이 필요해요. 이에 더해 언러닝(unlearning)의 마음가짐을 평소에 장착하면 오히려 FOMO에서 자유로워집니다. 트렌드에 집착하면 쉽게 지쳐요. 모르면 어때, 같은 자신감이 필요해요. 남들 다 아는 걸 나만 모르는 것도 차별화라 생각합니다.
Q6. “한 번의 성공 이후, 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출판 기획은 1승 9패의 법칙이 통하는 세계입니다. 터진 하나의 콘텐츠가 나머지 콘텐츠를 먹여 살리는 구조라고 이해하면 쉬워요. 즉 연속해서 좋은 기획을 해내기가 꽤 어렵다는 이야기예요. 그럴수록 일정 수준의 퀄리티 레벨을 정해두고 우선은 스스로 만족하는 기획을 하려 애씁니다. 모순적인 답변 같지만, 고객에게 집착하기보다 나를 만족하게 하면 좋은 기획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있어요. 그래야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코스모폴리탄 | 김주연 편집장
<엘르>, <엘르걸>, <쎄씨> 등 국내 주요 패션 매거진에서 에디터 경험을 축적한 후, 현재 <코스모폴리탄> 코리아의 편집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Q1. “당신의 기획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오나요?”
사진, 영화, 소설, 아트북, 뉴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기획의 영감을 얻어요. 때로는 사진 한 장의 이미지가 그달 매거진 전체의 콘셉트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소설 속 한 문장이 패션 화보의 주제로 확장되기도 해요. 사소한 계기처럼 보일지라도 창작의 출발점이 되곤 하죠. 최근에는 우연히 접한 영화 〈퍼펙트 데이즈〉가 〈코스모폴리탄〉 10월호 편집장 글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Q2. “터질 줄 알았는데 성과 없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대하나요?”
실패는 실패대로 받아들여요. 모든 결과에는 배움이 남고, 이미 지나간 일에 후회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까요. 1년에 단 12번만 발행되는 프린트 매거진에는 두 번의 기회가 없어요. 묵혀두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완벽하지 않더라도 과감히 내보낼 것인가. 결국, 답은 둘 중 하나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의지예요. 실패조차 기록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
Q3. “급박한 마감 앞에서 시간에 쫓길 때, 나만의 일하는 방식 있나요?”
To do 리스트를 시간별로 나눠 일해요. 시간을 컨트롤한다고 느껴져 일이 잘 풀립니다. 평정심을 지키기 위해선 클래식 음악을 듣는 편이에요.
Q4. “내부에서 내 기획안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설득하는 방법이 있나요?”
상대가 왜 공감하지 못하는지를 먼저 파악해요. 그 이유가 비용 문제인지, 리스크 때문인지, 우선순위 차이인지, 혹은 개인적 경험 때문인지 살펴요. 이렇게 파악한 이유를 토대로 접근 방식을 디벨롭하고, 상황에 맞게 설득이나 보완 논리를 전개하는 편이에요.
Q5. “지치지 않고 롱런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팀원들과 소통하며 일하는 것 아닐까요? 콘텐츠 기획은 결코 혼자만의 아이디어나 실행으로 완성되는 일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동료들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며, 의견 차이가 생겼을 때 이를 건강하게 조율하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속가능한 커리어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건 초심을 잃지 않는 것. 내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커리어를 쉽게 놓을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것!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습니다. 받아들이고 Just Keep Driving!
Q6. “한 번의 성공 이후, 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끊임없이 보고, 듣고, 행동하는 것. 그것만이 답입니다.
아침 | 남도연 에디터
아침의 가치를 나누는 타임 버티컬 웰니스 플랫폼 Achim의 에디터입니다. 더 많은 이들이 더 나은 하루를 시작하길 진심으로 바라며 일합니다.
Q1. “당신의 기획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오나요?”
가장 많은 영감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얻지만 어디까지나 ‘힌트’를 얻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스스로 숙고하거나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디벨롭하는 과정인 듯합니다. 본 것을 그대로 차용하는 대신, ‘Achim이라면 어떻게 다르게 진행할까?’를 깊이 생각해 보거나 대화를 나누며 ‘우리만 할 수 있는’ 당위성과 맥락을 쌓아가는 듯합니다. 아이디어는 ‘막’ 쏟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종이 위에 생각나는 대로 마구 쓴 다음 그중에서 솎아내듯 정리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숙고하고 있는 것과 아예 상관없는 책, 영화, 유튜브를 보거나 팟캐스트를 들으며 걷습니다. 골몰해 있던 무언가에서 벗어나 있다 보면 어느 순간 예기치 못한 힌트를 얻게 되거든요. 그렇게 얻은 힌트를 또다시 궁리하거나 동료들과 대화하며 디벨롭해 나갑니다.
Q2. “터질 줄 알았는데 성과 없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대하나요?”
지난 해 12월, 후암동에 있는 Achim 오프라인 공간 ‘아침 프로비전’을 리뉴얼했습니다. 오픈한 시기에 계엄령 사태가 발생해 정말 막막했습니다. “새단장을 마쳤으니 어서 놀러 오세요!”라고 감히 말할 수 없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었으니까요. 처음엔 걱정이 컸지만, Achim 팀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약속한 시간에 문을 열고, 어려운 걸음 해 주신 분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준비한 음식과 음료를 정성 다해 내어 드리길 그저 묵묵히 반복했죠. 그사이 손님들의 발길이 꾸준히 늘었고, 어느새 프로비전은 단골손님이 여럿 생길 만큼 사랑받고 활기로 북적이는 공간이 됐습니다. ‘터졌다’고 여기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이 과정을 통해 배웠습니다. 진정으로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 빛을 발한다는 것을요.
Q3. “급박한 마감 앞에서 시간에 쫓길 때, 나만의 일하는 방식 있나요?”
마감 시간에 쫓기며 원고를 쓸 때, 빨리 끝내고 싶다는 욕심을 최대한 내려놓으려 합니다. 안 그래도 잘 안 써지는 글이 강박과 공포감에 더 안 써질 수 있어서요. 너무 안 써질 땐 잠시 키보드에서 손을 떼어낸 뒤 쓰는 수단을 바꿉니다. 종이 위에 펜으로 아무렇게나 쓰거나, 누운 채로 휴대폰으로 쓰기도 하죠. 타자기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는 수기만의 필연적인 느림 상태에서 필요했던 문장이 툭 하고 나오기도, 큰 화면에선 보이지 않던 대목이 작은 화면에서야 눈에 들어와 글이 막혔던 원인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Q4. “내부에서 내 기획안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설득하는 방법이 있나요?”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명확하고 구체적인 근거를 보여 주며 설득하는 수밖엔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일에 대한 싱크를 99% 맞춘 동료라 해도 사람과 사람이기에 서로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근거를 바탕으로 설득하고 또 설득해야 내가 원하는 바를 실행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내 의견을 공감하지 못하는 동료나 상사를 설득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내 의견이 공감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스스로 납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빠르게 인정하고, 실망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어떻게 아이디어를 디벨롭할 수 있는지 더 고민하고 더 빨리 실행하려고 노력합니다.
Q5. “지치지 않고 롱런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내가 바라는 일들만 할 순 없음을 인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Achim의 에디터가 되면 책이나 매거진처럼 재미난 것들만 만들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습니다. 오히려 그것들은 일부일 뿐,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기획하고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공간에서 사용될 메뉴판이라든지(저희는 메뉴판조차 한 권의 책처럼 만들어 ‘메뉴북’이라 부른답니다!), 웹사이트라든지요.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기대하지 않은 것들을 만들 때의 배움이 기대한 것들을 만들 때 얻은 것보다 결코 적거나 작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나도 몰랐던 내 가능성을 키운다는 즐거움은 외려 더 컸던 것 같고요. 상황과 환경에 따라 필요한 콘텐츠를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역량 아닐까 싶습니다.
Q6. “한 번의 성공 이후, 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성공한 결과물’이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보게 되네요. 그것이 반드시 이다음에 대한 압박감을 수반한다면, 저와 Achim 팀은 아직 성공한 결과물을 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희는 여전히 어떠한 압박감 없이 재미나고 다양한 것들을 자유롭고 꾸준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것이 Achim만의 강점이라 생각하고요. 언젠가 압박감이 재미를 압도할 만큼의 결과물도 만들어 보고 싶지만, 언제나 재미를 잃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바람입니다.
폴인 | 도헌정 팀장
경영학을 전공하고, 은행 기업금융 파트에서 7년간 일했다. 이후 콘텐츠 업계로 전업해 출판사에서 마케터로 일하며, 팔리는 콘텐츠 만드는 법을 배웠다. 2020년 중앙일보 폴인팀에 에디터로 합류, 현재 폴인 팀장을 맡고 있다.
Q1. “당신의 기획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오나요?”
제가 보는 모든 콘텐츠, 그리고 동료들에게서 영감을 얻습니다. 새로운 기획이 필요하게 되면 그때부터 뇌의 안테나가 켜지는데요. 며칠 동안 기획을 숙성시키는 시간을 갖는 거죠. 그 과정에서 어떤 종류의 콘텐츠를 보든 해당 기획과 연결하게 돼요. 폴인 인터뷰이나 행사 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상에서 접하는 신문 기사나 영상에서 힌트를 얻을 때가 많아요. 물론 하루종일 수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헤비유저여서 가능한 것 같긴 합니다. 그리고 혼자서 도저히 영감이 안 떠오를 땐 폴인팀 동료들에게 SOS를 칩니다. 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나와요.
Q2. “터질 줄 알았는데 성과 없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대하나요?”
처절하게 반성하고, 잘못했던 지점들을 계속 복기합니다(웃음). 팀장이 된 후 제가 기획한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더 창피해요. 그런데 콘텐츠 업계에서 근 10년간 일하다 보니 어떤 게 실패이고 성공인지 구분이 잘 안 되더라고요. 지금의 실패가 나중에 좋은 프로젝트로 연결되는 실마리가 되기도 하고요, 지금의 성공이 시간이 지나서 브랜드에 독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프로젝트의 성패에는 크게 휘둘리지 않게 됐습니다. 다만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3. “급박한 마감 앞에서 시간에 쫓길 때, 나만의 일하는 방식 있나요?”
커리어에서 많은 업무량을 처리했던 경험이 큰 힘이 됩니다(웃음). 저는 은행에서 기업금융 업무를 할 때도 보고서 마감 일정이 늘 타이트했어요. 사회 초년생일 때부터 하드한 스케줄에 적응되다 보니 콘텐츠 업계의 마감에도 압박감을 덜 느끼는 편이에요. 그리고 평소에 좋은 글을 많이 접하고 일기나 기록을 자주 하면 글 쓸 때 문장이 쉽게 나오는 것 같아요.
Q4. “내부에서 내 기획안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설득하는 방법이 있나요?”
폴인에 처음 합류했을 때, 제가 냈던 기획안을 보고 다들 우려하셨던 적이 있어요. 제 생각엔 분명히 트렌디하고 대중적이라 잘 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았고 저 때문에 회의 분위기가 어두워졌던 적이 있습니다(웃음). 몇 달 지나 팀에 적응하고 나니 시야가 넓어지면서 당시 팀원들의 반응이 이해되더라고요. 요즘의 저는 제 기획안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볍게 던져보고 반응이 별로면 기획안을 묵혀요. 시간이 흐르면 보완할 점이 보이고, 그때 다시 내면 통과되기도 합니다. 여러 번 가볍게 시도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Q5. “지치지 않고 롱런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일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지속 가능하게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듯합니다. 저도 그렇고 주변에도 일 욕심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인데요. 과한 욕심과 몰입이 몸과 마음에 해가 될 때도 있어요.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 결국은 버티는 사람이 승자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버팀에 있어 체력보다 멘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이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멘탈, 어느 정도의 둔감함이 필요한 듯합니다.
Q6. “한 번의 성공 이후, 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한 번 성공하면 이어서 좋은 결과물을 또 안 내도 되지 않을까요?(웃음) 사람은 누구나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한 번 성과가 좋게 나오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아 다음에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서 실패해도 되겠구나" 생각해요. 이런 여유가 있으면 또 좋은 기획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폴인 에디터들을 관찰해보면 성공과 실패를 몇 번 반복하면서 성공하는 방법을 알게 되고, 일정 기간 계속 킬러 콘텐츠를 내곤 합니다. 이런 과정을 보여주는 사람이라면 실력을 갖췄다고 생각해요.
설동주 작가
저는 도시의 스쳐 지나가는 풍경과 작은 조각들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길거리의 풍경, 낯선 구조물, 버려진 오브제를 펜과 카메라로 저만의 시선으로 담아내며, 익숙하지만 낯선 시각적 경험을 제안합니다.
Q1. “당신의 기획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오나요?”
저는 아이디어가 막힐 때면 좋아하는 동네를 천천히 거닙니다. 걸으면서 동네의 풍경을 찬찬히 살핍니다. 사진도 찍고 가게에도 들어가 보고 서점에서 책도 읽다 보면 아이디어가 불현듯 떠오르곤 합니다. 요즘에는 그렇게 떠오른 생각을 ChatGPT와 대화로 이어가는데, 마치 엉뚱하지만 착하고 거짓말 잘하는 친구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대화를 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때로는 그런 엉뚱한 대화 속에서 의외의 힌트를 얻기도 합니다.
Q2. “터질 줄 알았는데 성과 없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대하나요?”
첫 전시가 좋은 반응을 얻어 같은 기획으로 두 번째 전시를 이어갔는데, 결과는 다소 아쉬웠습니다. 작품 자체에는 만족했지만 전시 장소, 시기, 홍보 등의 변수들이 성과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작품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다른 요소들을 간과한 것이 실수였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기에 실패라기보다 다음을 위한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3. “급박한 마감 앞에서 시간에 쫓길 때, 나만의 일하는 방식 있나요?”
급한 마감 앞에서 결국 밤샘 작업으로 버틴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매년 한 살씩 나이를 먹으며 이제는 다른 해결 방식을 찾아보려 노력 중입니다. 때로는 바쁜 중에 잠시 시간을 내어 새로운 장소로 가서 작업하곤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공간의 긴장감이 집중력을 끌어올려 더 밀도 있는 결과를 낼 때가 있습니다. 작업실에서 10시간보다 새로운 장소에서의 1시간이 더 효율적일 때도 있습니다.
Q4. “내부에서 내 기획안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설득하는 방법이 있나요?”
저는 결과물이 이미지로 드러나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획 과정에서의 레퍼런스나 스케치 같은 준비 과정을 공유하려 합니다. 또한, 과거 작업이 어떻게 완성되었고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사례로 보여주며, 기획이 완성되었을 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도록 돕습니다. 이미지와 내용이 함께 전달될 때 말보다 훨씬 설득력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Q5. “지치지 않고 롱런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저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작업을 애정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애정하는 작업물이 하나씩 쌓여가는 것을 보면 뿌듯함과 동시에 더 오래, 더 많이 쌓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롱런하는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까요?
Q6. “한 번의 성공 이후, 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매번 성공적이고 완벽한 결과물을 내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전의 결과물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 것이 제게는 큰 힘이 됩니다. 완벽함보다는 성장과 변화를 이어가는 흐름이 압박감을 줄이고 다시 새로운 작업에 도전할 수 있는 추진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시티호퍼스 | 이동진 대표
「퇴사준비생의 도쿄•런던•교토•홍콩」, 「오프라인의 모험」 등의 저자이자, 여행 콘텐츠 기획사 ‘트래블코드’의 대표입니다. 트래블코드의 트렌드 뉴스레터인 ‘시티호퍼스’를 통해 서울, 도쿄, 상하이, 뉴욕, 런던에서 발견한 글로벌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그동안 서울, 도쿄, 교토, 오사카, 상하이, 타이베이, 홍콩, 런던, 파리,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등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1,000곳 이상의 브랜드나 공간을 비즈니스 관점으로 관찰하고 분석했습니다.
Q1. “당신의 기획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오나요?”
기획의 단계에 따라 달라요. 컨셉을 ‘잡아야’ 하는 단계와 컨셉을 ‘풀어야’ 하는 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죠. 컨셉을 잡는 단계에서는 ‘레이더‘ 모드를 켜요. 다양한 영감 소스를 열어놓고 보는 거예요. 이럴 때 주로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요. 서점에서 요즘 팔리는 책들을 보면서 힌트를 얻죠. 컨셉을 푸는 단계에서는 ’레이저’ 모드로 전환해요. 여러 소스를 검색해 보거나 레퍼런스로 모아두었던 자료들을 들춰봐요. 컨셉이 명확해지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거든요.
Q2. “터질 줄 알았는데 성과 없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대하나요?”
‘히트칠 확률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비즈니스 목적이라면 터지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죠. 그럼에도 모든 콘텐츠를 흥행시킬 수는 없어요. 시행착오를 거치며 히트칠 확률을 높일 수 있을 뿐이에요. 그러기 위해선 콘텐츠가 터질 거란 기대만큼이나 가설이 필요해요. 어떤 이유에서 반응이 있을지를 예상하고 콘텐츠를 선보이는 거예요. 그래야 반응이 좋으면 다음에 또 적용해볼 수 있고, 결과가 저조하면 개선할 점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Q3. “급박한 마감 앞에서 시간에 쫓길 때, 나만의 일하는 방식 있나요?”
생각하는 영역과 실행하는 영역을 구분해요. 지금도 마감에 쫓기면서 쓰고 있으니, 이번 인터뷰를 예로 들어볼게요. 질문에 답을 하려면 2가지를 해야 해요. 하나는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 다른 하나는 그것을 어떻게 쓸 것인가. 메시지를 고민하는 건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공간의 제약이 없어요. 그래서 이 영역은 차 타고 이동할 때, 샤워할 때, 식사할 때 등 혼자 있어서 몰입할 수 있는 시간에 해요. 그렇게 답을 틈틈이 찾은 후, 책상에 앉았을 때 글로 푸는 거죠. 이렇게 하면 시간을 아낄 수 있어요
Q4. “내부에서 내 기획안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설득하는 방법이 있나요?”
‘기획의 해상도’를 높여요. 기획안을 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제각각이면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워요. 서로 유사한 상상할 수 있도록 기획안의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하죠. 컨셉이 뾰족하던가, 레퍼런스가 분명하던가, 콘텐츠 샘플을 만들어보던가 등의 방법으로 해상도를 높일 수 있어요. 만약 구체화하기 어려운 단계라면 적어도 조짐과 징후, 데이터 등의 근거가 있어야 방향성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죠. 그럼에도 설득이 안 되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기획안을 더 숙성시켜요.
Q5. “지치지 않고 롱런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발견력’이 필요해요. 콘텐츠를 기획하려면 영감을 받을 수 있어야 하죠. 하지만 아무리 다양한 영감 소스가 있다고 해도, 인풋의 절대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하루종일 정보를 본다고 해도 24시간이 최대니까요. 그리고 매일같이 최대치의 정보를 소화하기도 쉽지 않죠. 그래서 지치지 않으려면 제한된 인풋에서 기획에 필요한 것들을 ‘발견’하는 힘을 키울 필요가 있어요. 영감 소스를 활용하는 효율을 높이는 거예요. 그래야 인풋을 채우는 피로도라도 줄일 수 있으니까요.
Q6. “한 번의 성공 이후, 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팬을 쌓아간다’는 기분으로 결과물을 만들어요. 콘텐츠 성공은 '작품성'와 '흥행성'으로 구분해서 볼 수 있어요. 여기서 컨트롤할 수 있는 건 작품성이에요. 완성도는 실력을 키우면서 높여가야 하죠. 문제는 흥행성.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인 줄 알았는데, 김동률 콘서트 덕분에 생각이 바뀌었어요. 김동률은 본격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데도, 콘서트 티켓을 구하기가 어렵대요. 그동안의 결과물로 팬을 쌓아왔기 때문이죠. 결국 팬층이 두터우면 대박까진 아닐지 몰라도 꾸준한 히트를 칠 수 있어요. 그러니 새로운 콘텐츠로 팬이 늘어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매거진 C | 전은경 디렉터
디자인 & 브랜드 디렉터. 2006년부터 2022년까지 월간 『디자인』 기자, 편집장, 디렉터로 200여 권을 마감하며 국내외 디자이너와 경영인, 마케터 등을 인터뷰하고 다양한 디자인 영역과 프로젝트, 전시, 공간, 트렌드에 관한 콘텐츠를 기획했다. 『워크 디자인』을 론칭하고, 『The Way We Build』(공저) 등을 냈으며 코오롱 래코드와 함께 한 『래;콜렉티브: 25개의 방』, 『순환하는 가구의 모험』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매호 하나의 의자를 다루는 매거진 C를 론칭하고 디렉터를 맡고 있다.
Q1. “당신의 기획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오나요?”
기획자에게 닥치는 악몽 중 하나는 더 이상 아무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순간일 텐데요.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실은 잘 모르고 있거나 아는 게 없어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벤치마킹이라는 명목으로 비슷한 설정을 참고하거나, 갑자기 책상을 정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그럴 바에는 책을 읽거나 자료를 찾아보는 게 훨씬 낫습니다. 가끔은 관심사를 돌리기 위해 전혀 상관없는 책을 살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최근에 드니 디드로가 18세기에 편찬한 <백과전서 도판집>을 들춰봤는데, 영상이나 사진보다 더 강렬하고 정직한 이미지가 주는 상상력과 영감의 힘을 느꼈습니다.
Q2. “터질 줄 알았는데 성과 없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대하나요?”
‘다음 기회가 있다. 다음 호가 있으니까 더 잘하면 되지.’ 아쉬운 마음이 들어도 그런 식으로 엄청난 정신 승리와 자기 최면을 했던 것 같네요. 물론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 복기하고 반성하지만, 절대적인 실패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같은 기획이어도 언제, 어디서, 누구와 실행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럴 때는 아이템 서랍에 저장해두고 나중에 맥락에 맞게 재구성해보기도 합니다.
Q3. “급박한 마감 앞에서 시간에 쫓길 때, 나만의 일하는 방식 있나요?”
울면서 마감할 뿐, 그냥 했습니다! 허브티나 명상이 도움된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나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더라고요. 때로는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정해진 시간 안에 집중해서 일하는 버릇을 들이는 일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Q4. “내부에서 내 기획안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설득하는 방법이 있나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본 다음에 커뮤니케이션합니다. 타협 포인트도 예상해봅니다.
Q5. “지치지 않고 롱런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새로운 기획하는 일을 재밌어하고, 좋아했어요. 호기심이 많고 싫증도 잘 내는 편이거든요. 제가 기획 관련 일을 오래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런 저의 성격 때문이었어요. 마감하고 바로 또 다음 달 취재거리와 특집을 생각하느라 매달 바빠서 싫증 나거나 지루할 겨를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네요.
Q6. “한 번의 성공 이후, 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항상 새로운 일들을 기획하고 앞으로 나가는 일을 했지, 뒤를 자꾸 돌아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좋은 기획이었지만 성과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었거든요.
에피케 | 홍유진 대표
미메시스 대표와 열린책들 기획이사를 거쳐 현재는 에피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픽노블, <테이크아웃> 시리즈,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세트>, <열린책들 한국 시집 초간본 100주년 기념판>, <모노에디션> 등을 기획, 출간했다. 15년간 출판계에 몸담았지만,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호시탐탐 다른 일에 도전하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Q1. “당신의 기획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오나요?”
떠오르는 아이디어 중에서 '실현 가능한', '될 만한' 아이디어를 선별하는 것이 늘 어려워요. 저는 출판계에 있긴 하지만, 영상, 전시, 음악,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오히려 출판 외에 다른 분야에서 자극을 많이 받는 편인 것 같아요. 다양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전시와 팝업도 가고요. 다른 브랜드에서는 뭘 하는지 사람들은 어디에 돈을 쓰는지 잘 보려고 합니다. 요즘은 종이 신문도 외부 필진이 많아서, 다양하고 실력 있는 필진을 알게 되는 데 그만한 매체가 없는 것 같아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책과 거리가 먼 지인이나 친구에게 묻습니다. "어때? 재미있을 것 같아?" 때로는 그들의 피드백이 꽤 도움되기도 합니다.
Q2. “터질 줄 알았는데 성과 없이 실패한 프로젝트를 어떤 자세로 대하나요?”
별다른 성과를 얻은 기획이 오히려 많지 않아서 실패는 늘 제 친구라고 할 수 있어요.(웃음) 실패할 때마다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지만,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생각합니다. 다음에 더 잘해서 성과가 좋았던 건, 열린책들 재직 당시 기획했던 <모노 에디션>입니다. 이 기획은 10년 전쯤 미메시스에서 그래픽노블을 출판할 때, 책값을 어떻게 하면 낮춰서 보급형으로 만들까 생각하며 기획한 것인데요. 당시에는 제작비, 원저작자의 반대 등으로 실패했던 기획을 열린책들 세계문학으로 완성한 것이죠. 저작권이 소멸된 작가의 작품인 것도, 디자인이 좋았던 것도, 불황인 시기를 만난 것도 다 잘 맞아떨어져 성공한 기획입니다.
Q3. “급박한 마감 앞에서 시간에 쫓길 때, 나만의 일하는 방식 있나요?”
새벽이나 아침에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합니다. 저는 대체로 사무실 책상에서 일이 가장 잘 되는 편인데요. (카페나 집에서 일하시는 분들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하게 마감이 있을 때는 집에서 일이 잘돼요. 회사에 있으면 누군가 끊임없이 저를 찾잖아요. 아이들 다 학교 가고, 씻지도 않고 혼자 거실 책상에 앉으면 그렇게 집중이 잘 되더라고요. 가끔은 그렇게 일하는 장소를 바꿔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4. “내부에서 내 기획안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 설득하는 방법이 있나요?”
설득. 사회생활 할 때 가장 어려우면서 꼭 필요한 스킬인데요. 설득할 대상이 누군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차분하고 끈질기고 다정하게 설득하는 태도도 중요하고요. 1차 소비자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편이 좋겠죠.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포인트만 짚어주고 상대방이 이해하기 편한 방법을 동원합니다. 디자이너라면 이미지로 보여주고, 마케터라면 수치로 보여주고, 대표라면 손익으로 보여주고요. 물론 그렇다고 다 설득이 되는 것도 아니에요. 다 실패했다면 다시 한번 내 기획을 돌아봅니다.
Q5. “지치지 않고 롱런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 한 가지는 무엇일까요?”
제일 중요한 건 무조건 운동과 식이에요. 체력과 건강. 체력과 건강은 재력과 비슷해서 단단하게 쌓는 건 오래 걸리고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순식간입니다. 몸이 정신을 지배합니다. 맑은 정신에서 능력이 발휘되고 올바른 태도가 생겨요. 저는 이제 40대고, 앞으로 최소 30년은 더 일하지 않을까요? 절대 전속력으로 달리지 않습니다. 밤을 새우지도 않아요. 꾸준하고 일정하게 내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6. “한 번의 성공 이후, 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은 어떻게 이겨내나요?”
사실 하나하나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일을 할 뿐, 꼭 압박을 느끼진 않아요. 관망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거든요. 다만, 지난 기획에 실수했던 것이 있다면 그 실수만큼은 하지 말아야지 하는 것뿐입니다. 내가 하는 모든 기획과 프로젝트가 계속 성공하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 잘된 기획이 회자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 있어요. 가까이서 들어보세요. 누구나 실패의 경험이 더 많습니다. 두 번 성공시키는 것이 실력인가요? 저는 계속 실패하는데도 도전하는 게 실력인 것 같습니다.
250호를 마치며,
250호 특집 <새벽 2시 50분의 고민>을 마무리하며, 함께해주신 9명의 콘텐츠 전문가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창작의 고민은 때로는 외롭지만, 사실 우리는 혼자가 아니었어요.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마감을 앞두고 있을 테고, 또 누군가는 실패를 딛고 다시 시작하고 있겠죠. 이번 특집이 여러분의 새벽 2시 50분에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2,129일 동안 멈추지 않았던 마이비레터처럼, 여러분의 끈기와 책임감도 언젠가 빛나는 결과물로 돌아올 거예요. 실패도, 성공도 모두 다음을 위한 자산이니까요.
오늘도 창작의 고민과 마주하고 있을 모든 기획자, 마케터, 크리에이터들을 응원하며.
브랜드를 깊고 넓게 다룹니다, 마이비레터💙
💡함께 보면 좋을, 비마이비의 특별한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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