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루이스폴센 박성제 지사장 | 빛의 형태를 디자인하다, 나의 태도를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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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여러분은 루이스폴센이라는 매력적인 브랜드를 어떻게 접하셨나요? 비마이비는 매일같이 가던 감도 좋은 카페에서 처음 만났어요. '조명=불을 밝히는 전구'라고만 생각했던 비마이비는 그저 예뻐서 알아낸 루이스폴센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빛과 조도가 공간과 우리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인지 알게 되었답니다. 그 감도 좋던 카페도 루이스폴센이 은은하게 뿜어내는 빛 덕분에 특유의 밝기를 가질 수 있었고요. 그 후 조명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비마이비는 여러 브랜드를 만나보았지만 결국 종착지는 루이스폴센이었죠. 좋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의 취향도 다 그러한지, '이 공간 정말 좋다!'라고 느끼면 항상 루이스폴센이 최고의 빛을 내고 있었죠!💡 루이스폴센이 사람들의 선택과 사랑을 받는 그 이유의 기저에는 루이스폴센이 150여 년 동안 지켜온 <빛을 디자인하다>라는 브랜드 철학과 이를 나란히 지키며 발전해 온(혹은 고수해온) 디자인이 있었습니다.

오늘 마이비레터에서 만날 분은 이렇게 매력적인 루이스폴센을 우리나라에서 총괄하고 있는 박성제 지사장입니다. 성수 모노 스토어가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비마이비를 초대해 주었어요! 여러 매력적인 브랜드를 거쳐 현재 루이스폴센을 총괄하고 있는 지사장은 루이스폴센에 대한 애정(이라고 표현하기에도 부족한)이 넘치기로 유명하신 분인데요. '루이스폴센'과 '박성제'라는 브랜드의 이야기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담당하는 브랜드를 '사랑'할 수 있는지 들어 보아요!👂🏻

 

Q. 마이비레터 구독자를 위해 자기소개와 루이스폴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덴마크 조명 브랜드인 루이스폴센의 한국 마켓을 총괄하고 있는 박성제 지사장입니다. 루이스폴센은 150년 가까이 된 조명 클래식 브랜드로, <빛을 디자인하다>라는 모토 아래에 운영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여타 가구 브랜드가 만드는 ‘그저 예쁜’ 조명이 아닌 눈이 부시지 않고 환경과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는 조명을 디자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1920년대에 디자인한 조명을 지금까지도 같은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고,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함께 협업합니다. 루이스폴센을 통해 아름다운 조명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루이스폴센 박성제 지사장 / [사진 비마이비]

 

제가 루이스폴센에게 느낀 매력은 150년 동안 하나의 오브제를 만들어 왔다는 것. 그리고 조도를 계측할 수 있는 기계가 없던 시절임에도 조명에 대해 고민했다는 것이에요. 루이스폴센은 빛의 디자인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이러한 태도가 소비자에게 닿았을 때 빛의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이죠.

Q. 누구보다 조명에 대해 고민하는 브랜드와 함께하는 지사장님이 생각하시는 ‘우리가 조명을 비롯한 인테리어, 오브제 브랜드에 열광하는 트렌드’의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트렌드는 아니에요. 한 나라의 생활 수준이 올라가며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새로운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의 트렌드에도 관심을 기울이시던 분들을 시작으로 조명이 소비되기 시작했어요. 저희도 백화점 카테고리별 판매 추이를 분석했습니다. 초기에는 팬던트 조명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어요. 팬던트 조명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천장에 구멍을 뚫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사간다는 것은 자신의 집이 있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그 판매량이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반면 테이블과 플로우 조명의 매출이 늘었다는 뜻은 아직 집까지는 없지만 브랜드 딜리버리 속도가 빠른 요즘 세대의 고객층이 늘어난 것이라고 저희는 해석하고 있어요. 그래서 전략적으로 저가의 라인과 고가의 라인, 양 방향성을 갖고 공략을 한 것이죠. 현재 압도적 판매 1위인 판텔라 플로어는 루이스폴센의 다른 제품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 않지만 압도적인 수량으로 브랜드가 고객과 만나는 저변 확대에 큰 트리거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자연스러운 시대와 인식의 변화의 시기를 거쳐, 코로나 19라는 특수한 상황을 맞은 것이 그다음 시대를 연 기점인데요. 코로나 19를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저희가 준비하고 있던 스토어 수나 규모가 상황과 딱 맞아떨어진 덕에 다른 브랜드가 주춤할 사이에 더욱 확장할 수 있었죠.


현재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판텔라 플로어 / [자료 출처 루이스폴센]


Q. 그렇다면 이런 현상 속에서 왜 특히 '루이스폴센'이라는 브랜드에 사람들이 더욱 열광하는 것일까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우리나라의 주거 환경과 맞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해요. 주로 우리는 주로 아파트에 거주하기 때문에 층고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에요. 그렇다 보니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조명 브랜드보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루이스폴센이 우리 집에 놓기 크기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죠. 두 번째는 루이스폴센의 조명은 여러 개를 놓아도 눈부시지 않아요. ‘Form follows function’라는 가치를 지키며 눈부시지 않는 빛을 만들기 위해 미니멀한 디자인을 하죠. 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조명 브랜드는 ‘Form follows asthetic’를 따르며 빛의 농도나 품질보다는 구조체의 아름다움을 보는 미학을 따른 디자인이에요. 대표적으로 샹들리에가 있습니다.

이렇게 브랜드의 가치를 잘 전달하는 동시에 예쁜 디자인이 대중의 눈에 띄기에 큰 몫을 했죠. 미美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요, 처음 보았을 때 누구나 예쁘다고 느끼는 아름다움과 아는 만큼 보이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전자는 대개 대중적인 디자인을 하는데, 이런 디자인은 영속성을 갖기 어려워요. 그런데 후자는 그 아름다움이 보이기 위한 과정까지는 개인의 많은 경험과 레슨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느끼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디자인은 오래갈 수 있어요.

루이스폴센은 이 두 가지 아름다움을 적절히 섞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역시 브랜드 철학이 있어요. 브랜드 철학이 단단하게 버티고 있고, 디자이너들이 하나의 철학에 따라 구조체를 만들기 때문에 통일성과 개성 역시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죠.


Q. 이렇게 브랜드 철학이 뛰어난 브랜드이더라도 고객에게 그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 빛을 발하기 어려운데요. 이 과정에서 지사장님의 역할이 컸을 것 같습니다.

저의 역할은 기존의 시스템을 깬 것입니다. 대개의 브랜드가 시스템 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큰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의 판매 시스템 안에서 안정적으로 판매하는 것보다 때로는 이 시스템을 깰 용기도 필요해요. 저는 루이스폴센 성수 모노 스토어라는 공간을 개인적인 디자인 컨설팅을 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했어요. 이 컨설팅을 통해, 단순 디자인뿐 아니라 조명의 퀄리티나 조도에 의해서 산다는 새로운 관점을 고객들에게 전달했죠. 이 과정에서 아름다운 공간의 역할이 컸고, 제품의 디자인 역시 큰 힘이 되었죠.

루이스폴센의 가격 전략 역시 큰 역할을 하였는데요. 저가의 제품을 많이 파는 것도 하나의 역할을 하지만, 구매력 있는 고객에게 브랜드의 가치와 컨셉를 전달하고 공감시켰을 때 고가의 제품을 통해 매출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가장 편한 조도로 우리의 일상 속 빛의 형태를 디자인하는 루이스폴센의 PH 5(좌)와 PH 아티초크(우) / [사진 비마이비]

 

Q. 지사장님이 직접 브랜드에 대한 강연을 하시는 것도 브랜드의 이런 전략과 맞닿아 있는 것일까요?

제가 하는 강연의 가장 큰 목적은 루이스폴센에 대한 판타지를 선물하는 것이에요. 판타지라는 것은 이미지이죠. ‘우리 집에 루이스폴센이라는 브랜드의 조명이 있다면 우리 집이 아름다워질거야’라는 것처럼요. 강연이 꼭 매출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강연을 통해 루이스폴센을 사고 싶은 (아직은 돈이 부족하지만) 젊은 친구가 후에 여유가 된다면 ‘나의 첫 조명’으로서 루이스폴센을 살 수 있도록 꿈을 심어줍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의 앞에 설 때 진심을 갖춘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진심이 딱 무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명확하게 전달되고 느껴지죠. 강연 후에 ‘이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이 새로운 영감과 흥분을 준다’라는 임팩트를 주어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워크와 라이프의 경계 없이 일상에서도 끊기지 않고 고민해야 합니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다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그 정도 노력은 필요하지 않겠어요?

조명은 ‘익숙함에서 오는 중독성’이라는 큰 장점을 갖고 있어요. 조도에 한 번 익숙해진다면 그 조도보다 밝았을 때 굉장히 불편하고 힘듭니다.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밝은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눈부심을 빨리 느껴요. 그래서 여러 군데에 불을 켜서 밝지만 눈이 부시지 않게 하는 것이죠. 인간의 시신경과 뇌가 이미 이런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은 어찌할 수 없어요. (웃음)

이것이 어찌 보면 루이스폴센의 세일즈 트리거가 되었는데요.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무조건 다섯 개 사셔야 해요’라는 것이 상업적으로 보이지만, 루이스폴센은 우리 브랜드의 조명을 사야 하는 당위성을 생체 리듬에 따라 브랜드적으로 잘 풀어낸 것이죠.


Q. 루이스폴센 플래그십 스토어로 성수라는 지역을 선택하셨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다른 지역적 대안도 있으셨을 텐데 성수의 어떤 점이 루이스폴센이라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점과 맞닿았나요?

덴마크를 대표하는 도시 코펜하겐에서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능적이고, 그 기능 속에서 오는 럭셔리함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이라는 컨셉은 프랑스나 이태리의 화려한 태도와 다르며, 그것을 재현하기엔 한국에서 강남의 지역보다 과거 인더스트리얼 느낌이 여전히 남아있는 성수가 딱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Q. 루이스폴센 성수 모노 스토어를 마주하자마자 보이는 유리 벽 속의 조명과 녹슨 철제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또한 조명 아래 노란색 물탱크 그리고 오래된 나무 소재 천장도 장도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기존의 건물을 최대한 보존해서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본사 인하우스 디자이너인 Finn Jensen과 공동 작업을 하였고, 성수 공간의 중점은 어떻게 과거에 어르신들이 일하셨던 공간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덴마크적인 것을 보이느냐였습니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조화’라는 주제로 현대 바쁜 사회에 여유를 주고자 했어요. 플래그십 스토어 앞의 노란색 물탱크는 60년대 성수 공간의 원형이었던 종이 박스 공장 시절부터 있던 것들이고, 지금 보시는 천정의 나무도 그렇습니다. 우리 공간 그리고 브랜드 안의 모든 것은 새로운 것보다 ‘조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루이스폴센은 다양한 작가와 디자이너,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을 소개해 주신다면? 콜라보레이션 파트너를 선정하는 기준도 궁금합니다

최근 Anne Boysen이라는 작가와 함께 ‘문세터Moonsetter’라는 모던 디자인의 조명을 디자인했어요. 기존 Poul Henningsen의 빛의 철학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멋진 오브제를 만들었습니다. ‘Moonsetter’는 ‘달을 놓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우리가 밤하늘에 볼 수 있는 ‘달’을 자기 공간에 들여놓는다는 생각이 굉장히 아이코닉 합니다. 직접 바닥에 놓는 조명이라 우리나라에는 흔하지 않은 개념의 플로어 조명이지만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에요. 우리 브랜드가 조명의 새로운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이기에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루이스폴센 그리고 박성제 지사장의 새로운 도전, 문세터 / [자료 출처 루이스폴센]

Q. 지사장님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라고 하셨는데, 새로운 프로젝트 혹은 일을 시작할 때 드는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자기 의심 혹은 두려움은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내가 일하는 브랜드를 정말로 좋아해야 해요. 그리고 그 마음을 잃으면 안 됩니다. 단순히 공부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얘기에요. 좋아하는 순간 혹은 좋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순간 그 브랜드와 일은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됩니다. 단순히 외우고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브랜드의 다음 혹은 확장에 대해 생각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그 답이 일을 대하는 자세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회사에 돈 벌러 왔다’라는 것과 ‘이 브랜드를 경험하고 키우고 싶다’라는 태도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저도 Top-Down으로 ‘해야만 하는 일’로서 일을 대하면 어려운데요, 일을 받기 전에 제가 먼저 가져오면 ‘나의 일’이 되겠죠? 이런 자세는 나의 스트레스 관리와도 연결되어 있죠.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사를 선택할 때 브랜드보다도 돈이나 커리어를 더 우선순위에 두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기에서 충돌이 생기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성찰이 굉장히 많이 필요해요.

내가 몸담고 있는 브랜드가 6할이라면, 나머지 4할은 무조건 사람입니다.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그리고 이들의 장기를 끌어내고 조화하는 중재의 역할이 필요한 거죠.


Q.  위의 답변에서도 그렇고, 지사장님의 강연을 들으면 지사장님의 루이스폴센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데요. 지사장님처럼 내가 일하고 있는 브랜드를 좋아하고 진심을 다하기 위한 한 가지 팁을 주신다면요?

지금 일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한 마디는 ‘지금이 진짜 가장 중요할 때’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에요. ‘지금으로서도 괜찮지만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평가할 타이밍을 정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제까지’라는 스스로의 선을 그어두세요. 그래야만 그 기간 동안만큼은 내가 하는 일에 다른 걱정 없이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를 위해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첫 번째 질문은 ‘뭐 하고 싶어?’인데요. 우리 모두에게 고등학교 수험생 시절의 DNA로 인해 이미 무작정 열심히'만' 하는 것에는 익숙해요. 다만 여기에 더해 스스로를 재단하는 고민이 필요한 것이죠. 고민 후에 내린 결론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갖고 그때서 열심히 그리고 제대로 달려가는 것입니다.

그 책임감을 갖고 도전하는 것이 두 번째 단계에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냥 관성으로 하는 것인지, 목표를 위해 뇌를 움직이며 달려가는 것인지 돌아 보세요. 이를 돕기 위해서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것이죠. 새로운 자극을 위해서는 지금 따르고 있는 시스템의 틀을 깰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은 나의 성과, 그리고 그에 따른 희소가치를 만들 수 있는 기회에요. 이를 위해서는 상사와 동료를 모두 포함한, 함께 할 동료가 필요해요. 저의 경우로 예를 들자면 주로 상사와의 관계에서는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가져오고, 팀원과는 같은 방향을 볼 수 있도록 설득하며 새로운 자극을 주고받았습니다. 맡은 프로젝트가 저를 중심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래서 제가 꼭 필요하도록 주도권을 갖고 왔어요. 상사는 맡은 일을 덜 수 있고, 저는 성과와 책임감이라는 의미를 얻을 수 있었죠.

저 또한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이직을 했던 경험이 있는데요. 이전 패스트 무빙 굿즈 인더스트리에 몸담고 있을 때, ‘이 산업과 직무가 내 인생에 즐거움을 끝까지 줄까?’라는 고민을 깊게 했어요. 물론 저의 라이프 스타일 역시 함께 고려했죠. 결국 이직과 갈 회사를 결정하는 데에 가장 큰 동기는 ‘나의 관여도’였어요. 특히 이전에는 사람이 하던 일을 알고리즘이 대체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에, 사람에 의해 세일즈가 좌우되는 곳으로 방향을 정한 것이죠.

이직을 준비하며, 사람을 많이 만나기 위해 노력했어요. 해당 브랜드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 관련된 에이전시 혹은 딜러 등 브랜드의 환경에 대해 공부한 거죠. 브랜드가 어떤 프로모션을 하고 전시회를 하고, 해당 산업에서 몇 위인지 등 외부적인 결과에 대해서도 공부하고요. 그다음에 저의 생각을 전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이 브랜드에서 제가 어떤 전문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이 브랜드가 나를 어떤 역할로 사용할 수 있을지, 브랜드의 미래에 나를 대입하여 함께 고민하는 것이죠.

 

나의 희소성을 키우세요. 갖고 있는 것을 꺼내는 동시에 새로운 것을 계속 넣으며,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잠이 안 올 정로도 재미있어야 하고,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다는 욕구를 멈추면 안 돼요.

  

Q. 말씀하신 ‘나의 관여도’라는 것은 어떻게 만드셨나요? 지사장님의 구체적인 과거의 경험을 예시로 들어주신다면요?

제가 몸담았던 워치 브랜드 RADO라도를 예로 들자면, 고객에게 어프로치 하는 방향을 살짝 틀었던 것이 주요했어요. 그 당시 워치 인더스트리에서 강조하는 마케팅 툴은 무브먼트였어요. 하지만 라도는 소재 그리고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내세웠죠. 굉장히 차별화된 전략이라고 생각했고, 독특한 시장을 내가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하나의 프로덕트를 판매할 때 걸리는 시간이 롤렉스가 1초, 오메가가 10초라면 라도는 이틀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프로모션 전략보다 매니저와 고객의 특별한 접점, 즉 오케이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실제로 라도에서 매출을 크게 올렸던 방법은 고객 리스트와 매니저의 트레이닝이었습니다.

 

지식이 아닌 꿈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박성제 지사장 / [사진 비마이비]

 


브랜드의 오너는 하나의 팀을 꾸리는 감독이 되는 것. 목표는 같지만 HOW TO가 다른 브랜드를 만드는 것. 즉 변주와 조화를 중요시해야 합니다


Q. 물론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이제는 무색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과 그의 적절한 시기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조언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저는 적어도 축적 그리고 리뷰를 위한 3년의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 드리고 싶어요. 초반의 1년, 그리고 진짜 일을 하는 1년, 그리고 진짜 성과를 내는 1년, 이렇게 3년이 하나의 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3년을 보지 않으면 내가 성공 혹은 실패를 해도 리뷰를 할 기회가 없어요. 즉 회사와 브랜드에 오너십을 충분히 갖지 못한다는 것이에요. 회사도 나를, 나도 회사를 평가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고요.

우리가 고민하는 만큼, 스스로에 대한 답을 딱 얻으면 참 좋을 텐데요. (웃음) 그런데 그 답이 절대 안 나와요. 답이라는 건 여러 의견과 시각에서 복합적으로 찾아내야 하는데, 매년 한 번씩 답을 내린다고 가정할 때에 3년 동안 같은 답이 세 번 나온다면 자신이 ‘그 사람’일 확률이 굉장히 높은 것이죠. 2년이라는 시간을 많이 얘기하시는데, 사실 이 시간은 헤드 헌터의 기준이고요.

그리고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찾아가는 것에 대해 창피해 하거나 무서워하면 안 돼요. 그들도 같은 고민의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이 사람이 뭐에 배고파하는지 알아요. 문제는 이들에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메일이나 아는 사람을 통해서일 수도, 인스타그램이나 링크드인이어도 괜찮아요. 그래야 ‘나는 이런 과정을 통해 당신과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라는 자신의 열정을 이야기할 수 있어요. 물론 만나는 것이 쉽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그 만남이 이뤄지는 순간 여러분은 지금보다 한 단계 위에 가 있을 거예요. 다행히도 대부분의 사람이 만나고 싶다는 생각만 하지, 실제로 하지 않습니다. 즉 우리에게는 기회인 것이죠. 기본적으로 비즈니스는 마케팅, 재고, 영업, 오퍼레이션 시스템의 조합이에요. 그런데 영업이라는 행위 자체가 회사의 이익을 만드는 기본 단위이고, 영업의 기본은 찾아가는 것이에요. 이런 영업이 회사의 차원이 아닌 개인이라면 어떨까요? 여러분의 가치는 그만큼 올라가는 것입니다.


Q. 요즈음 일잘러가 되기 위한 고민 역시 사람들이 많이 하고, 그 생각을 공유하기도 하는데요. '일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 깊을 마이비레터 구독자들에게 일잘러가 되기 위한 '좋은 태도'에 대한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우선 일에 대한 정의와 인식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학창 시절을 거치며 수업이 끝나면 책을 덮고 학교에서 나가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들였어요. 그리고 그 태도 그대로 직장까지 온 거예요. 회사에서는 시키는 일을 숙제를 하듯이 하고, 퇴근 후에는 할 일이 끝났으니 두고 나가서 놀아야 된다는 학창 시절에 느꼈던 것을 그대로 직장에서도 하는 것이죠. 하지만 직장인에게는 정해진 커리큘럼이 없어요. 어떤 때에는 이 일을 해내기 위해서 가이드라인도 깨야 하는 것이고, 그 가이드라인을 깼을 때는 내가 이 일을 반드시 성공 시키겠다는 책임감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나의 다음 커리어를 고민하고 있는, 특히 27살에서 35살의 마이비레터 구독자 여러분은 좋은 상사를 만나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위에서 말씀드렸던 ‘직접 두드리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이제 막 시작한 브랜드를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저에게도 적용해야 하는 점인데요. (웃음) 성공하고 오래 지속하는 브랜드는 반드시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특징이기도 하고요. 오래되고 비록 오늘의 유행은 아닐 수 있어도 철학을 갖고 만들어진 것이죠.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영속성이 선제되어야 하는 것인데요, 이렇게 고민 끝에 탄생한 좋은 브랜드의 철학은 누구도 벤치마킹할 수 없습니다.

잘 만들어진 프로덕트는 사람들에게 호응을 이끌고, 실제로 우리 브랜드의 매장을 들어오게 하는 계기는 만들 수 있지만, 브랜드의 철학이 빠져있다면 그 이후에 머릿속에 각인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워요. 지금은 브랜드를 규정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그럴수록 우리 브랜드의 철학이 단단하게 있어야 해요. 이제는 로고만으로 흥미를 끌기는 어렵고, 프로덕트만으로 성공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이 둘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고요.

종합하자면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호기심을 끌 수 있고, 다시 돌아볼만해야 하며, 그 종착지에는 브랜드의 철학이 있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사이클을 한 번 돌았을 때에, 그다음에는 어떤 경험과 메시지를 줄 수 있을지 고민도 필수이고요.

Q. 지사장님이 눈여겨보는 요즘 잘하는 브랜드가 궁금합니다.

요즘 제가 가장 주목하는 브랜드는 과감한 결정을 하는 브랜드에요. 예를 들면 보테가 베네타는 인스타그램이 2천만 팔로워인데, 그냥 하루아침에 닫아 버렸어요. 얼마 전 성수동 팝업스토어는 광고를 하지 않아도 ‘저게 뭐지?’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게 만들었죠.

또한 이솝도 좋아하는데요, 이 브랜드는 지점마다 하드웨어가 다르다는 재미와 매력이 있어요. 백화점에서는 백화점 부티크 같아 보이기도, 새로 오픈한 성수점은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같기도, 파르나스 몰과 이태원점 역시 각각 다른 룩과 매력이 있고요. 한 브랜드 아래에 제품은 같을지언정 고객들에게 추천해 주는 제품은 직원들마다의 취향이 묻어있다는 점이 참 좋아요. 세 개의 다른 이솝 매장을 가면 각자 다른 향의 캔들을 추천해 줘요. 즉 각 매장의 점장과 직원들이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뜻이죠.

제가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란 이렇듯 실제 브랜드의 철학과 컨셉이 직원의 개인적인 면과 잘 동화되어 딜리버리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직원이 우리 브랜드에 많은 참여를 할수록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과정에서는 자신의 경험과 스토리를 입혀 다채로운 목소리를 내되, 결과에서 엔딩 포인트가 같다면 그 파급 효과는 엄청난 거죠.


Q. 지사장님 개인적으로는 루이스폴센의 어떤 제품을 왜 가장 좋아하시나요? 

PH 2/2 Questionmark라는 조명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 조명은 2021년 Limited edition으로 50년 만에 다시 재현한 작품인데 무드 등이면서 독서 등입니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어쩌면 궁금함과 호기심인데 이 조명의 형태가 마치 물음표 모양이라서 직관적인 네이밍도 너무 좋습니다.


브랜드의 철학과 제품의 용도 그리고 디자인이 일치하는 PH 2/2 Questionmark /[자료 출처 루이스폴센]



Q. 박성제라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저는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무모해 보이는 길을 가고 가이드라인을 과감히 깰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에게는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에요. 비록 제가 실패하더라도 사람들이 저를 보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는 중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각 사람마다 강점이 다르지만 좋은 중재자가 이 둘을 합쳐 하나의 팀으로 만든다면 이들이 브랜드에 끼칠 영향은 엄청 크기 때문이죠.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브랜드를 매니징 하는 사람은 서퍼와도 같아요. 아무리 파도를 잘 타는 서퍼도 언젠가는 파도에서 한 번은 내려와야 하죠. 전 세계 어느 브랜드도 풍랑을 맞지 않는 브랜드는 없어요. 하지만 잘 타는 사람은 한 파도를 오래 탄다, 그리고 다음 웨이브가 언제 오는지 보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를 걱정하기보다는 시도해 봐야 하는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시장은 넓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도 실패가 걱정되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백서’가 나오지 않거든요. 다음에 개진하기 위한 참고 자료를 만들 수 없다는 뜻이에요. 지금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해보세요. 그래야 나의 경험을 통해 다음 시도를 위한 백서가 만들어지고 참고서가 되죠.


 "워라밸을 지키지 말라는 것이 아닌, 일이 노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음악도 좋고 친구도 좋고,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세요.
그리고 거기에 일을 넣어 함께 즐기세요." / [사진 비마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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