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스 김’이라는 이름 앞에는 꽤 많은 수식어가 따라 붙습니다. 구글 코리아 커뮤니케이션 총괄 임원, 미국 본사 최초 비원어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그리고 55세 정리해고 직후 도전한 트레이더 조 매장 매니저까지. 얼핏 보면 다르게 다가오는 이 직책들 사이에는 공통된 하나의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관계’이죠. 3가지 직무 모두 결국 조직 내의 직원과 직원, 그리고 고객과 기업이 원활하게 맞물려 일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로이스 김(정김경숙)은 오랫동안 브랜드와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왔고, 그 고민을 책과 강연, 그리고 삶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최근 출간한 《우리는 다르게 팝니다》에서는 미국의 로컬 그로서리 브랜드 ‘트레이더 조’를 중심으로, 진정성 있는 브랜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단지 ‘글로벌 브랜드의 성공적인 브랜딩 전략’을 다루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왜 사람들은 30분씩 줄을 서면서까지 바로 옆에 있는 마트가 아닌 트레이더 조를 찾아갈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로이스 김의 생생한 트레이더 조 여정은, 결국 ‘브랜드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직원이 잠시 일을 멈추고 고객에게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 빠름보다 올바름을 우선시 하는 문화, 그리고 그 모든 걸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경험한 로이스 김의 열정까지. 이를 통해 브랜드에서 사람이 결국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커리어의 한가운데에서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한 로이스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일하는 방식, 사람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역경을 겪고 스스로를 다시 단단히 세우는 힘까지.
마이비레터가 ‘로이스 김’이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진 과정을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미국 구글 본사에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일했던 로이스 김 / 자료 출처 로이스 김
Q1. 로이스 김(정김경숙) 님 안녕하세요! 구독자 분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로이스 김입니다. 저는 이전에 구글 코리아에서 12년간 커뮤니케이션 총괄 임원으로 활동했고, 미국의 구글 본사에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도 맡으며 글로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모토로라 코리아와 한국릴리의 마케팅 및 홍보팀을 거치기도 했고요. 최근에는 회사에서 나와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제 다음 스텝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트레이더 조, 에코백 마저 사랑하게 만든 비결
Q2. 로이스 님의 다섯 번째 도서 《우리는 다르게 팝니다》가 지난 9월 출간 되었어요. 특히 트레이더 조에 대한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며, 트레이더 조의 브랜딩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의 기대를 많이 받았는데요. 출간을 준비하며 걱정이 되었던 부분이 있었나요?
가장 크게는 한국에 트레이더 조가 없기 때문에 이 브랜드를 경험하지 않은 독자들이 브랜드의 스토리와 전략에 공감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였어요. 두번째로 오프라인 중심의 트레이더 조 사례를 리테일이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국내에 적용하는 것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트레이더 조 창업자가 50년 동안 실험해본 것들을 제가 임의로 결과론적인 관점에서만 해석하는 데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됐어요. 예를 들면, 창업자 조 쿨롬(Joe Coulombe)이 처음부터 “우리는 희소성의 법칙에 따라 에코백을 소량만 생산 하자”고 계획한 건 아니었을 거예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진정성을 기반으로 트레이더 조가 해온 브랜딩이 제가 공부해온 기존의 심리학 이론에 적합한 경우가 있었고, 이는 분명히 브랜드적으로 인사이트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이 책을 그러한 관점으로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로이스 김의 다섯 번째 저서 《우리는 다르게 팝니다》 / 자료 출처 교보문고
Q3. 심리학과 연결지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로 들려주실 만한 게 있을까요?
‘선택의 역설’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이른바 잼 실험인데요. 잼의 종류 갯수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택 패턴이 어떻게 달라질 지 진행한 실험이에요. 잼 6개를 진열한 곳과 24개를 진열한 곳을 비교했을 때, 사람이 많이 몰린 곳은 24개의 잼이 있는 곳이었지만 실제 더많은 구매가 일어난 건 6개의 잼만을 진열한 곳이었어요.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보기에는 종류가 많아 와우에 대한 임팩트는 줄 수 있지만 결국 고민하느라 구매로의 전환은 미루게 되는 것이죠. 이를 실제 사례로 접목해 본다면 월마트의 경우에는 시리얼 코너에 가면 통로 양옆에 100가지 가까이 되는 시리얼을 진열해요. 반면, 트레이더 조는 8~10개 정도의 종류만 엄선해서 선반에 올려두죠. 내가 필요한 것이 초코 시리얼인지, 과일 시리얼인지만 결정하면 되고 트레이더 조에 오면 나의 취향 안에서 선택할 폭을 확 좁혀 쉬운 구매를 유도합니다. 그만큼 고객이 트레이더조의 큐레이션을 믿는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기도 하고요.

트레이더 조는 뭐가 다를까 / 사진 출처 로이스 김
그 넓은 트레이더 조 매장에서 취급하는 물건 종류가 4,000개 정도 되는데, 이는 보통 다른 브랜드 매장의 경우의 1/10 정도이고, 국내 일반 편의점 매장 하나에서 2,500~3,000종의 품목을 다루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 품목 수는 엄청 적은 수준입니다. 그렇기에 딱 4,000개만 선반에 올리기 위해서는 엄선이 필요합니다. 덕분에 물건의 순환이 빠르고, 평당 매출이 좋을 수밖에 없죠. 트레이더 조의 엄선의 비결은 까다로운 자체 퀄리티 평가 과정이에요. 기본적으로는 인공 감미료, 인공 방부제, MSG, GMO, 표백 밀가루, 트랜스지방이 없어야 하고요. 지금의 기준에서 본다면 당연한 기준이지만, 아무도 이런 요소에 대한 중요성을 신경쓰지 않던 30년 전부터 이 기준을 세우고 지켜왔기 때문에 현재 고객이 트레이더 조의 선택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4. 다른 리테일 혹은 그로서리 브랜드와 트레이더 조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코로나에도 트레이더 조에만 사람들이 줄을 섰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어떤 브랜딩을 했기에 굳이 트레이더 조를 찾게 만들 수 있었나요?
앞서 말씀 드렸던 것 처럼 트레이더 조가 제품력으로 쌓아 온 큐레이션에 대한 신뢰와, 85%에 달하는 자체 브랜드 제품이라는 것이에요. 트레이더 조에는 기존 마트나 그로서리와는 다르게 익숙한 제품이 하나도 없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점은 매장 내에서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사람이 여기저기에 있다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민트향 치약을 찾는 고객이 있다고 해볼게요. 매장에서 진열을 하는 점원은 그 즉시 정리하던 박스를 그 자리에 두고, 고객과 함께 치약이 있는 매대까지 걸어 가면서 “민트향이 들어간 세정제 써보셨어요? 그것도 좋아요.”라며 고객과 라포를 쌓고 그 짧은 대화에서 나온 이야기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효과를 낳게 되죠. 기업이라면 으레, 추구하는 바와 매출을 위해 해야하는 액션 사이에서 간극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트레이더 조는 그 간극이 거의 없어요.
예를 들어 1시간 동안 4개의 박스만큼의 제품을 진열해야 한다면, 다른 기업의 경우 친절하게 고객 응대를 하라고는 해도 직원의 업무 역량을 판단하는 것은 그 시간 안에 4개의 박스를 진열할 수 있느냐이거든요. 그러니까 직원은 고객 응대에 대한 중요성은 알면서도 몸과 마음은 박스를 까고 진열하는 데로만 갈 수 밖에 없는 거예요. 하지만 트레이더 조는 4개의 박스 분량 중에 고객을 응대하느라 2개만 작업하더라도 조직 차원에서 격려와 칭찬을 해요. 그 작업량은 다음 사람에게 넘어 가겠지만, 그도 완수하지 못하여 매대에 물건이 충분하지 못해 오늘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찾지 못했더라도 내일 다시 방문할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과 자신감이 있어요. 그만큼 직원을 통해 고객과 충분한 라포를 쌓았으니까요.
Q5. 트레이더 조에서 피망 진열에 세 시간을 쓰는 것이 결국 효율적이더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고객 응대에 시간을 쏟는 것도 분명 의미있고 중요한 일인데, 이런 방식이 매출 등에 효과적 혹은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매장 내 반짝이는 광고판보다 직원과 잠깐 나눈 대화가 구매 전환에 훨씬 더 큰 힘을 갖고 있다고 트레이더 조는 믿습니다. 이걸 즉각적인 전환률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평방 제곱피트당 매출로 본다면 다른 브랜드가 평균 600달러의 매출을 일으키는 동안 트레이더 조는 평당 2,100달러를 벌어요. 고객이 오렌지 주스를 찾는다면, 그 제품을 찾으러 가는 길에 고객이 왜 그 제품을 찾는지 대화를 통해 즉각적으로 소비자 니즈를 파악할 수 있고, 맛을 물어본다면 직원의 경험담을 통해 세일즈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에요. 만약 고객이 맛을 물었을 때에 담당 직원도 안 먹어 봤고 옆에 있던 직원도 안 먹어 봤다면, “우리 같이 먹어 볼까요?”라며 즉석에서 그 제품을 열어서 같이 시식해요. 이 경험을 한 고객은 그 고객응대에 감동을 하게 되고 하나만 사려다가 2~3개를 사게 되는 거죠. 이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정확한 소비자 설문과 세일즈가 있을까요? 또한 고객의 입장에서도 이런 경험이 쌓이며 느끼는 친절도와 만족도가 올라가고 궁금적으로 평당 매출로 연결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트레이더 조에서 150명의 직원들과 함께하다 / 자료 출처 로이스 김
Q6. 결국 브랜드에게도 매출에도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다면 이러한 태도와 퍼포먼스를 탑재한 직원들을 모든 매장에 배치하여, 균일한 경험을 줄 수 있도록 관리하는 비법도 궁금해지는데요.
트레이더 조는 채용 과정부터 달라요.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뽑는데에도 1시간 길이의 인터뷰를 두번해요. 보통 다른 시급제 아르바이트생 채용때 "언제부터 일 시작할 수 있는지" "근무가능한 시간이 언제인지" 딱 두가지만 묻는 것과 엄청 다른거죠. 면접에 투입하는 시간 뿐 아니라, 질문의 수준이나 깊이도 제가 경험했던 구글이나 애플에서 직원을 뽑을 때의 면접 질문과 거의 동일해요. 우선 트레이더 조에서 가장 좋아하는 제품 3가지를 말하라고 해보고요. 업무를 처리하며 생길 수 있는 갈등 해결 방식이나, 업무 우선 순위를 세우는 방법 등을 심도 있게 물어봐요. 그리고 앞서 말한 상황처럼 고객과 대화를 통해 그들의 니즈를 끌어내야 하는 상황이 필수적이니, 말하는 방식과 태도도 면밀하게 보죠.
두번째는 Controlled Growth. 통제된 성장 방식입니다. 창업한 지 60년 된 회사에 약 600개 매장이 있는데, 모든 매장의 퀄리티가 동일합니다. 청원이 들어올 정도로 매장을 내달라는 요청이 많지만, 퀄리티 관리를 위해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아요. 매장을 총괄할 수 있는 캡틴과 매니저급의 직원들을 충분히 육성해서 보낼 수 있는 상황에만, 그리고 해당 매장이 속한 지역에서 직원을 충분히 채용할 수 있는 규모인지 등 다양한 상황과 환경을 입체적으로 검증한 후에 매장을 확장하는 방식이에요.
세번째는 직원 교육이에요. 보통 커리큘럼이 정해져 있는 방식과는 달리, ‘내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 때’가 신입 직원 교육이 끝나는 지점입니다. 3주가 걸리는 직원도 있고 8주가 걸리는 직원도 있어요. 교육 커리큘럼의 절대적인 기간보다 직원 각자가 만들 수 있는 퀄리티가 중요합니다. 이런 교육 기간을 거쳐 매장에 배치되면, 카테고리 별 나누어진 섹션마다 주기적으로 각기 다른 사수와 매칭해서 매장 내 모든 구역을 다른 사수들과 경험하게 합니다. 교육 받는 신입에게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효과적인 면이 있고, 동시에 각 사수들도 자신이 모범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보다 더 높은 퍼포먼스를 보이려고 노력하죠.
결국 이 모든 것의 선순환이에요. 직원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조직이 서포트 할 수 있는 방식을 물어, 그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합니다. 누군가 실수를 하더라도 다같이 모여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 주고, 자신은 더 큰 실수도 했었다며 분위기를 바로 풀어 버려요. 이러한 선순환의 분위기는 손님도 바로 알아 차리게 마련입니다. 제가 트레이더 조에서 일을 하며 동시에 그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서도 일을 했어요. 그런데 정말 신기한 점은 같은 고객이 트레이더 조에서와 스타벅스에서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거예요. 당시 코로나로 모두가 마스크를 쓰는 바람에, 저는 해당 고객을 알아봐도 그는 저를 알아볼 수 없는 상황이 있었는데요. 스타벅스에서는 인사 한 번 안 하던 쌀쌀맞던 고객이 트레이더 조에서는 반갑게 ‘Hi`’라며 먼저 인사를 건네는 일도 있었어요. 이러한 고객과 함께하는 분위기와 태도들이 쌓여, 결국 브랜딩이 된다고 느꼈습니다.
간접적으로 좋은 사람들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것 뿐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직원들을 향한 애정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례도 많았어요. 저희 미니토트백이 바이럴이 되며 완판이 순식간에 되는 일도 있었는데, 판매하기에도 모자른 그 토트백을 직원들 배부용으로 미리 빼두고, ‘CREW’라고 자수까지 새겨서 나눠준 일도 있었어요. 이렇게 사소하지만 큰 감동이 쌓이며 직원간의 선순환 뿐 아니라 직원과 조직의 선순환도 잘 만들어 질 수 있었죠.
Q7.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트레이더 조만의 가장 큰 우선순위는 무엇이었나요? 어느 조직이나 우선순위가 중요한 것을 알지만, 그것을 조직-직원 사이에서나 직원-직원 사이에서 하나의 우선순위를 향해 실행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잖아요? 우선순위를 실행으로 옮긴 트레이더 조만의 내부 방침이나 문화가 궁금합니다.
가장 큰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에요. 트레이더 조에서는 ‘quickly’가 아닌 ‘do things right’이 강력하게 작동하는데요. 빠르게가 아니라 천천히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하는 것이 현장에서 중요한 이유는, 넓은 매장을 누군가 돌아다니며 일일히 검수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야채를 예로 들어보면, ‘first come, first out’, 즉 선납선출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야 제품들이 균일하게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고, 제품의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하거나 고객이 잘못 집어가는 일이 생기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런데 조직적으로 빠르게 진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압박이 생기면, 직원은 누가 보지 않을 때에 새로 진열해야 하는 야채를 뒷쪽이 아닌 앞쪽에 진열하고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게 되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right’하게 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조직적으로는 직원의 역량을 작업량이나 속도가 아닌, 얼마나 제대로 해냈냐로 판단하며 서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일치화합니다.
#총괄부터 매장 매니저까지, 커리어를 주저하지 않다
Q8. 그렇다면 로이스님이 경험한 두 조직(구글과 트레이더 조)의 조직문화에서 공통점과 차이점도 궁금해집니다. 두 조직은 규모로도 산업적으로도 너무 다르잖아요?
우선 두 기업의 공통점은 모두 기업의 미션이 일상에 녹아 있다는 것이에요. 동시에 돈을 좇기 보다는 제품과 고객에 집중한다는 철학이 있어요. 구글도 보다 초기에는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고객의 검색을 더 편리하게 만들자라는 가치를 좇았어요. 굉장히 mission-driven했고, 받는 광고 역시 퀄리티 컨트롤을 강력하게 했죠. 또한, 잘 실패하고 그 실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적극 장려하는 ‘fail well’ 문화도 있다는 것이에요.
차이점이라면 트레이더 조는 오프라인 매장이기에 무엇보다 현장성이 중요해요. MBTI로 따지면 계획보다는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움직이는 P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렇기에 교육 과정에서 각자가 잘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토마토 꼭지를 뒤로 놓을지 앞으로 놓을지, 사과를 어떻게 쌓을지는 현장에서 판단해요. 그리고 그런 매뉴얼은 선임의 선임에서부터 이어 내려오고, 만들어진 매뉴얼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어느날은 선임이 사과의 꼭지를 뉘여 놓은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아 보여, 제가 꼭지가 위로 보게 진열해보자고 제안을 한 일이 있었어요. 선임은 별 다른 반대 없이 그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진열을 해보니 얼마 가지 않아 기존보다 빠르게 상하는 사과가 생기는 거예요. 그 선임은 그게 안 좋은 줄 알지만, 일단 제가 해보고 싶다니 하게 해보게 한 것이었어요. ‘fail well’ 하면서 배우라는 것이죠. 반대로 구글은 계획성, J같아요. 모든 것이 문서이고 매뉴얼대로이죠. 정답은 없지만 서로가 추구하는 효율의 정의나 의미가 다르다고 할 수 있겠네요.
나중에는 200kg 짜리 적재물도 옮길 수 있었다 / 자료 출처 로이스 김
Q9. 구글 코리아 임원에서 미국 구글 본사 디렉터로 이동하신 것도, 정리해고 이후 55세에 트레이더 조에서 일하신 것도 모두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선택이었어요. 원래 트리플 A형 성격이셨다는데 이런 용기가 나온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소심한 성격을 개조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어요. 트리플 A형인 스스로가 싫었고, 보다 소셜한 사람 되고 싶었거든요. 어느 정도로 노력해 봤냐면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저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던져 봤어요. 일부러 한국인 적은 지역에서 1년을 있었는데요. 생각해보니 그곳에서는 저의 소심했던 과거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마치 태어날 때부터 활달하고 사교성이 많았던 것처럼 첫날부터 기숙사를 활보하고 다녔어요. 그 후로는 워낙 소심한 성격의 극단에 있었던터라, 무얼 해도 그것보다는 낫겠다라는 자신감이 들더라고요. 동시에 지치지 않을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 왔어요. 매일 달리고 등산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할 신체적 준비를 해왔습니다.
Q10. 10년 넘게 다닌 구글에서 갑작스럽게 레이오프 통보를 이메일 단 한 통으로 받으신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무엇이었나요?
금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며 습관처럼 메일함을 열어 봤는데, 그 통지 메일이 정말 거짓말 같았어요. 제가 명단에 잘못 섞여 들어갔다고도 생각했죠.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첫 반응은 가만히 기다리는거였어요. 과거에 모든 대기업이 레이오프를 겪는 경제 위기에도 구글은 이를 오히려 채용의 기회라고 하던 회사였고, 저의 위치나 팀의 성과도 탄탄했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죠. 하룻밤 사이에 12,000명이 레이오프 됐고, 그 중 저와 저희 팀이 포함 되었다는 사실에 어떠한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어요. 그러는 사이 이른 아침이 되었고, 마침내 저를 채용했던 시니어에게 성과와 관계 없이 랜덤으로 대규모 레이오프 명단을 꾸리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후에야 현실임을 자각했어요. 당일에 원래 잡혀 있었던 미팅도 시니어 커뮤니티 배식 봉사에도 나가서, 레이오프 받았다는 이야기를 스스로 입밖으로 꺼내며 이 사실을 자각하고 받아 들였던 것 같아요. 아무렇지 않게 ‘done for the day?(오늘 하루 마무리 잘 했어요?)’라고 의례 묻는 인삿말에, done for the day, done the week, maybe done for the month’ (오늘 일 마무리 잘했구요, 아니 이번 일주일 마무리 잘 했구요, 아마도 이번 한 달 일도 마무리 잘 했을거예요.)라고 농담 섞인 고백을 하며 스스로를 방어했죠.
그렇게 주말 사이에 친구들과 예정 되어 있던 1박 2일 여행까지 다녀왔는데요. 메뉴나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마다 '나 해고 당했으니, 내가 좋아하는 것 먹자"라고 자조 섞인 농담을 던지고 친구들도 받아 주면서 그 충격을 승화한 것 같아요. 그렇게 정신 없이 3~4일을 보내고 책상에 앉으니 모든 것이 고요해지고, 그 다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정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 과정이 결국 트레이더 조 입사로 이어졌는데요. 그 짧은 시간 안에 불안, 배신감, 절망감, 타협, 수용 등 복잡한 감정이 지나갔던 것 같아요. 물론 그 이후에도 그때의 감정이 문득문득 떠오르기도 했답니다.
Q11. 글로벌 기업에서 디렉터 임원과 현장직을 했던 점이 오히려 로이스 님의 차별화 포인트가 되었다는 것에 공감하시나요?
모든 경험이 저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헤드헌터가 제 이력서에서 관심을 가진 부분은 구글이라는 기업에서 오랜 시간 디렉팅을 했다는 경력보다, 한 줄 남짓 적어놓은 스타벅스와 트레이더 조에서의 경력이었어요. 트레이더 조에서는 6개월만에 매니저가 되었는데 그 시간동안 사람과의 관계 어땠는지도 궁금해 했고요. 제가 모토로라는 6명, 구글 마케팅에서는 13명 등 팀으로 일할 때에는 큰 조직이더라도 직접적으로 업무에 닿아 있는 인원은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반면에 트레이더조는 1년 동안 150명과 함께 일했고, 모두 자라온 백그라운드와 언어, 성격, 학력 모든 것이 달랐어요. 앞으로의 C레벨로서는 제 차별화 포인트는 여기에 있었어요. 어느 조직에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를 이해하고 설득하면서 함께 밍글하고 협업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쌓아 온 것이 저만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12. 로이스님은 정말 빈틈없이 달려오신 것 같은데요.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개인적으로 충전하시는 방법도 궁금합니다.
제가 일할 때만 이렇게 치열하게 하지, 여행가서는 맨날 무계획 모드에요. 첫 날만 예약하고 아무런 계획도 하지 않아서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서 잔 적도 많아요. 강진으로 떠난 여행에서는 하루에 두 대 있는 마을 버스를 놓쳐 히치하이킹을 한 적도 있고요. 우리나라는 지구대가 너무 잘 되어 있는거 아시나요? 모든 정보가 지구대에 다 있어요. 사실 지구대가면 믹스 커피도 무료로 마실 수 있구요, 그 지역의 모든 정보를 다 알려 주세요. 이렇게 저는 저만의 밸런스를 유지합니다. 꼭 어디를 가지 않더라도 주말에는 푹 쉬어요. 나만의 ‘영화의 날’로 잡고 하루 종일 영화를 상영해주는 시네큐브에 아침부터 가서 조조부터 저녁까지 영화를 내리 볼 때도 있고, 걷는 것을 좋아해 한 달에 40만보를 걸을 정도로 걷는 것도 좋아해요.
Q13. 그동안의 업무의 폭이 워낙 넓으셔서 앞으로의 계획이 예상이 되지 않으면서도 궁금해 지는데요. 다시 회사라는 조직으로 돌아가실 계획이신가요, 개인 활동을 펼치실 계획이신가요?
저의 넥스트로는 오프라인에 집중한 무언가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최근에는 AI를 포함한 다양한 온라인에서의 채널이나 콘텐츠도 의미와 큰 변화가 있지만 결국 차별을 줄 수 있는 것은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이에요. 그래서 계속해서 성수동에서의 팝업이 성행하고 사람들도 그곳으로 찾아 가고 있는데요. 저는 몇년째 성행하고 있는 성수동 팝업이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풀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다만 아쉬운 점은 몇 일에서 몇 주되지 않는 기간만을 위해 운영하고 철거하는 자원이 너무 소모적이고 아쉽다고 생각해요. 반면에 제가 경험했던 트레이더 조는 거의 하루에 하나 꼴로 새로운 제품이 회전하고, 디스플레이는 쉴새없이 바뀌니 365일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가 바뀌는 팝업스토어 같았어요. 그래서 이후에 지속적으로 오프라인에서 경험을 줄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Q14. 지금 20-30대 직장인들에게 ‘이것만큼은 꼭 ‘해라’와 ‘하지 말라’라고 조언해 주신다면요?
가장 크게는 목숨 걸고 영어 공부를 하라고 강조하고 싶어요. 언어와 문화는 연결 되어 있다는 점 이외에도, 웹 상에서 모든 텍스트의 65%가 영어로 되어 있어요. 한글은 0.6%밖에 안 돼요. 물론 업무도 잘 해야하는 동시에 가정일도 해야 하고, 또 운동도 해야 하는 등 영어 공부에 대한 시간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은 이해합니다만, 투자 대비 하여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생각했을 때에는 영어만한 장사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현장 경험도 많이 쌓아 보세요. 화이트 칼라로서 사무실에 앉아 노트북만 하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야지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트레이더 조에는 셰프와 마케터가 각각 번갈아 가면서 주말을 불사하고 파견을 나와 현장에서 함께 일 해요. 셰프는 현장에서 사람들이 어떤 식재료와 먹거리를 찾는지 힌트를 얻어 이를 메뉴 개발에 반영하고, 마케터는 현장에서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거든요.
다만 오직 스펙 한 줄만을 위해서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말리고 싶어요. 저도 대학원을 5개나 다니긴 했지만요. (웃음) 그러나 예전에는 전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곳이 대학원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여러 방법으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이잖아요.
Q15. 마지막으로 ‘로이스 김’이라는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저는 “너 로이스잖아.”라는 주문을 힘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던져요. 이 말은 ‘내가 로이스다’ 즉,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라는 의미에요. 로이스라는 사람은 에너지가 있고 에너지를 나눠주는 사람, 본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구독자분들도 어려움이 있을 때 마다 “나 OOO이잖아.”이라는 마인드로 자신감 있게 잘 헤쳐 나가셨으면 좋겠어요.

🏆10월의브랜드, 아직도 모른다고요?🏆

국내 최대 브랜드 커뮤니티 비마이비가 브랜드의 관점으로 한 달을 돌아보며 선정한 10월의브랜드👀✨
비마이비의 우리의 일상 속 각 분야(입고 / 먹고 / 머물고 / 즐기고 / 쓰고)를 빛낸 다섯 브랜드의 이야기를 돌아보았습니다.
옥상에 빨간 별을 수 놓은 '하이네켄'부터 제니가 한글날을 기념해 공개한 '젠 세리프' 폰트까지! 10월의브랜드를 지금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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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 김’이라는 이름 앞에는 꽤 많은 수식어가 따라 붙습니다. 구글 코리아 커뮤니케이션 총괄 임원, 미국 본사 최초 비원어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그리고 55세 정리해고 직후 도전한 트레이더 조 매장 매니저까지. 얼핏 보면 다르게 다가오는 이 직책들 사이에는 공통된 하나의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관계’이죠. 3가지 직무 모두 결국 조직 내의 직원과 직원, 그리고 고객과 기업이 원활하게 맞물려 일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로이스 김(정김경숙)은 오랫동안 브랜드와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왔고, 그 고민을 책과 강연, 그리고 삶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최근 출간한 《우리는 다르게 팝니다》에서는 미국의 로컬 그로서리 브랜드 ‘트레이더 조’를 중심으로, 진정성 있는 브랜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건 단지 ‘글로벌 브랜드의 성공적인 브랜딩 전략’을 다루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왜 사람들은 30분씩 줄을 서면서까지 바로 옆에 있는 마트가 아닌 트레이더 조를 찾아갈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로이스 김의 생생한 트레이더 조 여정은, 결국 ‘브랜드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직원이 잠시 일을 멈추고 고객에게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 빠름보다 올바름을 우선시 하는 문화, 그리고 그 모든 걸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경험한 로이스 김의 열정까지. 이를 통해 브랜드에서 사람이 결국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커리어의 한가운데에서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한 로이스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일하는 방식, 사람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역경을 겪고 스스로를 다시 단단히 세우는 힘까지.
마이비레터가 ‘로이스 김’이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진 과정을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Q1. 로이스 김(정김경숙) 님 안녕하세요! 구독자 분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로이스 김입니다. 저는 이전에 구글 코리아에서 12년간 커뮤니케이션 총괄 임원으로 활동했고, 미국의 구글 본사에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도 맡으며 글로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모토로라 코리아와 한국릴리의 마케팅 및 홍보팀을 거치기도 했고요. 최근에는 회사에서 나와 컨설팅 업무를 하면서 제 다음 스텝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트레이더 조, 에코백 마저 사랑하게 만든 비결
Q2. 로이스 님의 다섯 번째 도서 《우리는 다르게 팝니다》가 지난 9월 출간 되었어요. 특히 트레이더 조에 대한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며, 트레이더 조의 브랜딩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의 기대를 많이 받았는데요. 출간을 준비하며 걱정이 되었던 부분이 있었나요?
가장 크게는 한국에 트레이더 조가 없기 때문에 이 브랜드를 경험하지 않은 독자들이 브랜드의 스토리와 전략에 공감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였어요. 두번째로 오프라인 중심의 트레이더 조 사례를 리테일이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국내에 적용하는 것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트레이더 조 창업자가 50년 동안 실험해본 것들을 제가 임의로 결과론적인 관점에서만 해석하는 데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됐어요. 예를 들면, 창업자 조 쿨롬(Joe Coulombe)이 처음부터 “우리는 희소성의 법칙에 따라 에코백을 소량만 생산 하자”고 계획한 건 아니었을 거예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진정성을 기반으로 트레이더 조가 해온 브랜딩이 제가 공부해온 기존의 심리학 이론에 적합한 경우가 있었고, 이는 분명히 브랜드적으로 인사이트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이 책을 그러한 관점으로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3. 심리학과 연결지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로 들려주실 만한 게 있을까요?
‘선택의 역설’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이른바 잼 실험인데요. 잼의 종류 갯수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택 패턴이 어떻게 달라질 지 진행한 실험이에요. 잼 6개를 진열한 곳과 24개를 진열한 곳을 비교했을 때, 사람이 많이 몰린 곳은 24개의 잼이 있는 곳이었지만 실제 더많은 구매가 일어난 건 6개의 잼만을 진열한 곳이었어요.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보기에는 종류가 많아 와우에 대한 임팩트는 줄 수 있지만 결국 고민하느라 구매로의 전환은 미루게 되는 것이죠. 이를 실제 사례로 접목해 본다면 월마트의 경우에는 시리얼 코너에 가면 통로 양옆에 100가지 가까이 되는 시리얼을 진열해요. 반면, 트레이더 조는 8~10개 정도의 종류만 엄선해서 선반에 올려두죠. 내가 필요한 것이 초코 시리얼인지, 과일 시리얼인지만 결정하면 되고 트레이더 조에 오면 나의 취향 안에서 선택할 폭을 확 좁혀 쉬운 구매를 유도합니다. 그만큼 고객이 트레이더조의 큐레이션을 믿는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기도 하고요.
트레이더 조는 뭐가 다를까 / 사진 출처 로이스 김
그 넓은 트레이더 조 매장에서 취급하는 물건 종류가 4,000개 정도 되는데, 이는 보통 다른 브랜드 매장의 경우의 1/10 정도이고, 국내 일반 편의점 매장 하나에서 2,500~3,000종의 품목을 다루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 품목 수는 엄청 적은 수준입니다. 그렇기에 딱 4,000개만 선반에 올리기 위해서는 엄선이 필요합니다. 덕분에 물건의 순환이 빠르고, 평당 매출이 좋을 수밖에 없죠. 트레이더 조의 엄선의 비결은 까다로운 자체 퀄리티 평가 과정이에요. 기본적으로는 인공 감미료, 인공 방부제, MSG, GMO, 표백 밀가루, 트랜스지방이 없어야 하고요. 지금의 기준에서 본다면 당연한 기준이지만, 아무도 이런 요소에 대한 중요성을 신경쓰지 않던 30년 전부터 이 기준을 세우고 지켜왔기 때문에 현재 고객이 트레이더 조의 선택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4. 다른 리테일 혹은 그로서리 브랜드와 트레이더 조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코로나에도 트레이더 조에만 사람들이 줄을 섰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어떤 브랜딩을 했기에 굳이 트레이더 조를 찾게 만들 수 있었나요?
앞서 말씀 드렸던 것 처럼 트레이더 조가 제품력으로 쌓아 온 큐레이션에 대한 신뢰와, 85%에 달하는 자체 브랜드 제품이라는 것이에요. 트레이더 조에는 기존 마트나 그로서리와는 다르게 익숙한 제품이 하나도 없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점은 매장 내에서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사람이 여기저기에 있다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민트향 치약을 찾는 고객이 있다고 해볼게요. 매장에서 진열을 하는 점원은 그 즉시 정리하던 박스를 그 자리에 두고, 고객과 함께 치약이 있는 매대까지 걸어 가면서 “민트향이 들어간 세정제 써보셨어요? 그것도 좋아요.”라며 고객과 라포를 쌓고 그 짧은 대화에서 나온 이야기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효과를 낳게 되죠. 기업이라면 으레, 추구하는 바와 매출을 위해 해야하는 액션 사이에서 간극이 생기기 마련인데요. 트레이더 조는 그 간극이 거의 없어요.
예를 들어 1시간 동안 4개의 박스만큼의 제품을 진열해야 한다면, 다른 기업의 경우 친절하게 고객 응대를 하라고는 해도 직원의 업무 역량을 판단하는 것은 그 시간 안에 4개의 박스를 진열할 수 있느냐이거든요. 그러니까 직원은 고객 응대에 대한 중요성은 알면서도 몸과 마음은 박스를 까고 진열하는 데로만 갈 수 밖에 없는 거예요. 하지만 트레이더 조는 4개의 박스 분량 중에 고객을 응대하느라 2개만 작업하더라도 조직 차원에서 격려와 칭찬을 해요. 그 작업량은 다음 사람에게 넘어 가겠지만, 그도 완수하지 못하여 매대에 물건이 충분하지 못해 오늘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찾지 못했더라도 내일 다시 방문할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과 자신감이 있어요. 그만큼 직원을 통해 고객과 충분한 라포를 쌓았으니까요.
Q5. 트레이더 조에서 피망 진열에 세 시간을 쓰는 것이 결국 효율적이더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고객 응대에 시간을 쏟는 것도 분명 의미있고 중요한 일인데, 이런 방식이 매출 등에 효과적 혹은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매장 내 반짝이는 광고판보다 직원과 잠깐 나눈 대화가 구매 전환에 훨씬 더 큰 힘을 갖고 있다고 트레이더 조는 믿습니다. 이걸 즉각적인 전환률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평방 제곱피트당 매출로 본다면 다른 브랜드가 평균 600달러의 매출을 일으키는 동안 트레이더 조는 평당 2,100달러를 벌어요. 고객이 오렌지 주스를 찾는다면, 그 제품을 찾으러 가는 길에 고객이 왜 그 제품을 찾는지 대화를 통해 즉각적으로 소비자 니즈를 파악할 수 있고, 맛을 물어본다면 직원의 경험담을 통해 세일즈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에요. 만약 고객이 맛을 물었을 때에 담당 직원도 안 먹어 봤고 옆에 있던 직원도 안 먹어 봤다면, “우리 같이 먹어 볼까요?”라며 즉석에서 그 제품을 열어서 같이 시식해요. 이 경험을 한 고객은 그 고객응대에 감동을 하게 되고 하나만 사려다가 2~3개를 사게 되는 거죠. 이것보다 더 효과적이고 정확한 소비자 설문과 세일즈가 있을까요? 또한 고객의 입장에서도 이런 경험이 쌓이며 느끼는 친절도와 만족도가 올라가고 궁금적으로 평당 매출로 연결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트레이더 조에서 150명의 직원들과 함께하다 / 자료 출처 로이스 김
Q6. 결국 브랜드에게도 매출에도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다면 이러한 태도와 퍼포먼스를 탑재한 직원들을 모든 매장에 배치하여, 균일한 경험을 줄 수 있도록 관리하는 비법도 궁금해지는데요.
트레이더 조는 채용 과정부터 달라요.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뽑는데에도 1시간 길이의 인터뷰를 두번해요. 보통 다른 시급제 아르바이트생 채용때 "언제부터 일 시작할 수 있는지" "근무가능한 시간이 언제인지" 딱 두가지만 묻는 것과 엄청 다른거죠. 면접에 투입하는 시간 뿐 아니라, 질문의 수준이나 깊이도 제가 경험했던 구글이나 애플에서 직원을 뽑을 때의 면접 질문과 거의 동일해요. 우선 트레이더 조에서 가장 좋아하는 제품 3가지를 말하라고 해보고요. 업무를 처리하며 생길 수 있는 갈등 해결 방식이나, 업무 우선 순위를 세우는 방법 등을 심도 있게 물어봐요. 그리고 앞서 말한 상황처럼 고객과 대화를 통해 그들의 니즈를 끌어내야 하는 상황이 필수적이니, 말하는 방식과 태도도 면밀하게 보죠.
두번째는 Controlled Growth. 통제된 성장 방식입니다. 창업한 지 60년 된 회사에 약 600개 매장이 있는데, 모든 매장의 퀄리티가 동일합니다. 청원이 들어올 정도로 매장을 내달라는 요청이 많지만, 퀄리티 관리를 위해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아요. 매장을 총괄할 수 있는 캡틴과 매니저급의 직원들을 충분히 육성해서 보낼 수 있는 상황에만, 그리고 해당 매장이 속한 지역에서 직원을 충분히 채용할 수 있는 규모인지 등 다양한 상황과 환경을 입체적으로 검증한 후에 매장을 확장하는 방식이에요.
세번째는 직원 교육이에요. 보통 커리큘럼이 정해져 있는 방식과는 달리, ‘내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 때’가 신입 직원 교육이 끝나는 지점입니다. 3주가 걸리는 직원도 있고 8주가 걸리는 직원도 있어요. 교육 커리큘럼의 절대적인 기간보다 직원 각자가 만들 수 있는 퀄리티가 중요합니다. 이런 교육 기간을 거쳐 매장에 배치되면, 카테고리 별 나누어진 섹션마다 주기적으로 각기 다른 사수와 매칭해서 매장 내 모든 구역을 다른 사수들과 경험하게 합니다. 교육 받는 신입에게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효과적인 면이 있고, 동시에 각 사수들도 자신이 모범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보다 더 높은 퍼포먼스를 보이려고 노력하죠.
결국 이 모든 것의 선순환이에요. 직원이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조직이 서포트 할 수 있는 방식을 물어, 그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합니다. 누군가 실수를 하더라도 다같이 모여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 주고, 자신은 더 큰 실수도 했었다며 분위기를 바로 풀어 버려요. 이러한 선순환의 분위기는 손님도 바로 알아 차리게 마련입니다. 제가 트레이더 조에서 일을 하며 동시에 그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서도 일을 했어요. 그런데 정말 신기한 점은 같은 고객이 트레이더 조에서와 스타벅스에서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거예요. 당시 코로나로 모두가 마스크를 쓰는 바람에, 저는 해당 고객을 알아봐도 그는 저를 알아볼 수 없는 상황이 있었는데요. 스타벅스에서는 인사 한 번 안 하던 쌀쌀맞던 고객이 트레이더 조에서는 반갑게 ‘Hi`’라며 먼저 인사를 건네는 일도 있었어요. 이러한 고객과 함께하는 분위기와 태도들이 쌓여, 결국 브랜딩이 된다고 느꼈습니다.
간접적으로 좋은 사람들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것 뿐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직원들을 향한 애정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례도 많았어요. 저희 미니토트백이 바이럴이 되며 완판이 순식간에 되는 일도 있었는데, 판매하기에도 모자른 그 토트백을 직원들 배부용으로 미리 빼두고, ‘CREW’라고 자수까지 새겨서 나눠준 일도 있었어요. 이렇게 사소하지만 큰 감동이 쌓이며 직원간의 선순환 뿐 아니라 직원과 조직의 선순환도 잘 만들어 질 수 있었죠.
Q7.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트레이더 조만의 가장 큰 우선순위는 무엇이었나요? 어느 조직이나 우선순위가 중요한 것을 알지만, 그것을 조직-직원 사이에서나 직원-직원 사이에서 하나의 우선순위를 향해 실행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잖아요? 우선순위를 실행으로 옮긴 트레이더 조만의 내부 방침이나 문화가 궁금합니다.
가장 큰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에요. 트레이더 조에서는 ‘quickly’가 아닌 ‘do things right’이 강력하게 작동하는데요. 빠르게가 아니라 천천히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하는 것이 현장에서 중요한 이유는, 넓은 매장을 누군가 돌아다니며 일일히 검수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야채를 예로 들어보면, ‘first come, first out’, 즉 선납선출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야 제품들이 균일하게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고, 제품의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하거나 고객이 잘못 집어가는 일이 생기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런데 조직적으로 빠르게 진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압박이 생기면, 직원은 누가 보지 않을 때에 새로 진열해야 하는 야채를 뒷쪽이 아닌 앞쪽에 진열하고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게 되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right’하게 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조직적으로는 직원의 역량을 작업량이나 속도가 아닌, 얼마나 제대로 해냈냐로 판단하며 서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일치화합니다.
#총괄부터 매장 매니저까지, 커리어를 주저하지 않다
Q8. 그렇다면 로이스님이 경험한 두 조직(구글과 트레이더 조)의 조직문화에서 공통점과 차이점도 궁금해집니다. 두 조직은 규모로도 산업적으로도 너무 다르잖아요?
우선 두 기업의 공통점은 모두 기업의 미션이 일상에 녹아 있다는 것이에요. 동시에 돈을 좇기 보다는 제품과 고객에 집중한다는 철학이 있어요. 구글도 보다 초기에는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고객의 검색을 더 편리하게 만들자라는 가치를 좇았어요. 굉장히 mission-driven했고, 받는 광고 역시 퀄리티 컨트롤을 강력하게 했죠. 또한, 잘 실패하고 그 실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을 적극 장려하는 ‘fail well’ 문화도 있다는 것이에요.
차이점이라면 트레이더 조는 오프라인 매장이기에 무엇보다 현장성이 중요해요. MBTI로 따지면 계획보다는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움직이는 P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렇기에 교육 과정에서 각자가 잘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토마토 꼭지를 뒤로 놓을지 앞으로 놓을지, 사과를 어떻게 쌓을지는 현장에서 판단해요. 그리고 그런 매뉴얼은 선임의 선임에서부터 이어 내려오고, 만들어진 매뉴얼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어느날은 선임이 사과의 꼭지를 뉘여 놓은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아 보여, 제가 꼭지가 위로 보게 진열해보자고 제안을 한 일이 있었어요. 선임은 별 다른 반대 없이 그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진열을 해보니 얼마 가지 않아 기존보다 빠르게 상하는 사과가 생기는 거예요. 그 선임은 그게 안 좋은 줄 알지만, 일단 제가 해보고 싶다니 하게 해보게 한 것이었어요. ‘fail well’ 하면서 배우라는 것이죠. 반대로 구글은 계획성, J같아요. 모든 것이 문서이고 매뉴얼대로이죠. 정답은 없지만 서로가 추구하는 효율의 정의나 의미가 다르다고 할 수 있겠네요.
나중에는 200kg 짜리 적재물도 옮길 수 있었다 / 자료 출처 로이스 김
Q9. 구글 코리아 임원에서 미국 구글 본사 디렉터로 이동하신 것도, 정리해고 이후 55세에 트레이더 조에서 일하신 것도 모두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선택이었어요. 원래 트리플 A형 성격이셨다는데 이런 용기가 나온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소심한 성격을 개조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어요. 트리플 A형인 스스로가 싫었고, 보다 소셜한 사람 되고 싶었거든요. 어느 정도로 노력해 봤냐면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저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던져 봤어요. 일부러 한국인 적은 지역에서 1년을 있었는데요. 생각해보니 그곳에서는 저의 소심했던 과거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마치 태어날 때부터 활달하고 사교성이 많았던 것처럼 첫날부터 기숙사를 활보하고 다녔어요. 그 후로는 워낙 소심한 성격의 극단에 있었던터라, 무얼 해도 그것보다는 낫겠다라는 자신감이 들더라고요. 동시에 지치지 않을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 왔어요. 매일 달리고 등산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할 신체적 준비를 해왔습니다.
Q10. 10년 넘게 다닌 구글에서 갑작스럽게 레이오프 통보를 이메일 단 한 통으로 받으신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무엇이었나요?
금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며 습관처럼 메일함을 열어 봤는데, 그 통지 메일이 정말 거짓말 같았어요. 제가 명단에 잘못 섞여 들어갔다고도 생각했죠.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첫 반응은 가만히 기다리는거였어요. 과거에 모든 대기업이 레이오프를 겪는 경제 위기에도 구글은 이를 오히려 채용의 기회라고 하던 회사였고, 저의 위치나 팀의 성과도 탄탄했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죠. 하룻밤 사이에 12,000명이 레이오프 됐고, 그 중 저와 저희 팀이 포함 되었다는 사실에 어떠한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어요. 그러는 사이 이른 아침이 되었고, 마침내 저를 채용했던 시니어에게 성과와 관계 없이 랜덤으로 대규모 레이오프 명단을 꾸리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후에야 현실임을 자각했어요. 당일에 원래 잡혀 있었던 미팅도 시니어 커뮤니티 배식 봉사에도 나가서, 레이오프 받았다는 이야기를 스스로 입밖으로 꺼내며 이 사실을 자각하고 받아 들였던 것 같아요. 아무렇지 않게 ‘done for the day?(오늘 하루 마무리 잘 했어요?)’라고 의례 묻는 인삿말에, done for the day, done the week, maybe done for the month’ (오늘 일 마무리 잘했구요, 아니 이번 일주일 마무리 잘 했구요, 아마도 이번 한 달 일도 마무리 잘 했을거예요.)라고 농담 섞인 고백을 하며 스스로를 방어했죠.
그렇게 주말 사이에 친구들과 예정 되어 있던 1박 2일 여행까지 다녀왔는데요. 메뉴나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마다 '나 해고 당했으니, 내가 좋아하는 것 먹자"라고 자조 섞인 농담을 던지고 친구들도 받아 주면서 그 충격을 승화한 것 같아요. 그렇게 정신 없이 3~4일을 보내고 책상에 앉으니 모든 것이 고요해지고, 그 다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정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 과정이 결국 트레이더 조 입사로 이어졌는데요. 그 짧은 시간 안에 불안, 배신감, 절망감, 타협, 수용 등 복잡한 감정이 지나갔던 것 같아요. 물론 그 이후에도 그때의 감정이 문득문득 떠오르기도 했답니다.
Q11. 글로벌 기업에서 디렉터 임원과 현장직을 했던 점이 오히려 로이스 님의 차별화 포인트가 되었다는 것에 공감하시나요?
모든 경험이 저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요. 특히 헤드헌터가 제 이력서에서 관심을 가진 부분은 구글이라는 기업에서 오랜 시간 디렉팅을 했다는 경력보다, 한 줄 남짓 적어놓은 스타벅스와 트레이더 조에서의 경력이었어요. 트레이더 조에서는 6개월만에 매니저가 되었는데 그 시간동안 사람과의 관계 어땠는지도 궁금해 했고요. 제가 모토로라는 6명, 구글 마케팅에서는 13명 등 팀으로 일할 때에는 큰 조직이더라도 직접적으로 업무에 닿아 있는 인원은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반면에 트레이더조는 1년 동안 150명과 함께 일했고, 모두 자라온 백그라운드와 언어, 성격, 학력 모든 것이 달랐어요. 앞으로의 C레벨로서는 제 차별화 포인트는 여기에 있었어요. 어느 조직에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를 이해하고 설득하면서 함께 밍글하고 협업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쌓아 온 것이 저만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12. 로이스님은 정말 빈틈없이 달려오신 것 같은데요.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개인적으로 충전하시는 방법도 궁금합니다.
제가 일할 때만 이렇게 치열하게 하지, 여행가서는 맨날 무계획 모드에요. 첫 날만 예약하고 아무런 계획도 하지 않아서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서 잔 적도 많아요. 강진으로 떠난 여행에서는 하루에 두 대 있는 마을 버스를 놓쳐 히치하이킹을 한 적도 있고요. 우리나라는 지구대가 너무 잘 되어 있는거 아시나요? 모든 정보가 지구대에 다 있어요. 사실 지구대가면 믹스 커피도 무료로 마실 수 있구요, 그 지역의 모든 정보를 다 알려 주세요. 이렇게 저는 저만의 밸런스를 유지합니다. 꼭 어디를 가지 않더라도 주말에는 푹 쉬어요. 나만의 ‘영화의 날’로 잡고 하루 종일 영화를 상영해주는 시네큐브에 아침부터 가서 조조부터 저녁까지 영화를 내리 볼 때도 있고, 걷는 것을 좋아해 한 달에 40만보를 걸을 정도로 걷는 것도 좋아해요.
Q13. 그동안의 업무의 폭이 워낙 넓으셔서 앞으로의 계획이 예상이 되지 않으면서도 궁금해 지는데요. 다시 회사라는 조직으로 돌아가실 계획이신가요, 개인 활동을 펼치실 계획이신가요?
저의 넥스트로는 오프라인에 집중한 무언가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최근에는 AI를 포함한 다양한 온라인에서의 채널이나 콘텐츠도 의미와 큰 변화가 있지만 결국 차별을 줄 수 있는 것은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이에요. 그래서 계속해서 성수동에서의 팝업이 성행하고 사람들도 그곳으로 찾아 가고 있는데요. 저는 몇년째 성행하고 있는 성수동 팝업이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풀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다만 아쉬운 점은 몇 일에서 몇 주되지 않는 기간만을 위해 운영하고 철거하는 자원이 너무 소모적이고 아쉽다고 생각해요. 반면에 제가 경험했던 트레이더 조는 거의 하루에 하나 꼴로 새로운 제품이 회전하고, 디스플레이는 쉴새없이 바뀌니 365일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가 바뀌는 팝업스토어 같았어요. 그래서 이후에 지속적으로 오프라인에서 경험을 줄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Q14. 지금 20-30대 직장인들에게 ‘이것만큼은 꼭 ‘해라’와 ‘하지 말라’라고 조언해 주신다면요?
가장 크게는 목숨 걸고 영어 공부를 하라고 강조하고 싶어요. 언어와 문화는 연결 되어 있다는 점 이외에도, 웹 상에서 모든 텍스트의 65%가 영어로 되어 있어요. 한글은 0.6%밖에 안 돼요. 물론 업무도 잘 해야하는 동시에 가정일도 해야 하고, 또 운동도 해야 하는 등 영어 공부에 대한 시간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은 이해합니다만, 투자 대비 하여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생각했을 때에는 영어만한 장사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현장 경험도 많이 쌓아 보세요. 화이트 칼라로서 사무실에 앉아 노트북만 하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야지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트레이더 조에는 셰프와 마케터가 각각 번갈아 가면서 주말을 불사하고 파견을 나와 현장에서 함께 일 해요. 셰프는 현장에서 사람들이 어떤 식재료와 먹거리를 찾는지 힌트를 얻어 이를 메뉴 개발에 반영하고, 마케터는 현장에서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거든요.
다만 오직 스펙 한 줄만을 위해서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말리고 싶어요. 저도 대학원을 5개나 다니긴 했지만요. (웃음) 그러나 예전에는 전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곳이 대학원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여러 방법으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이잖아요.
Q15. 마지막으로 ‘로이스 김’이라는 브랜드는 무엇인가요?
저는 “너 로이스잖아.”라는 주문을 힘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던져요. 이 말은 ‘내가 로이스다’ 즉,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라는 의미에요. 로이스라는 사람은 에너지가 있고 에너지를 나눠주는 사람, 본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구독자분들도 어려움이 있을 때 마다 “나 OOO이잖아.”이라는 마인드로 자신감 있게 잘 헤쳐 나가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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