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Curation]#271 내 가격표는 5천 원을 넘지 않아, 다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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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년간 1,000여 개의 브랜드의 스토리를 발굴해 온 국내 최대 브랜드 커뮤니티, 비마이비.
비마이비는 하나의 브랜드를 깊이 다루거나, 하나의 주제를 넓게 다루며 브랜드를 큐레이션하고, 사람을 만나고, 매월 이달의브랜드를 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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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의 마이비레터에서는 균일가 브랜딩의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다이소를 브랜드 관점으로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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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헬스를 열심히 하는 한 친구는 보충제인 ‘크레아틴’을 헬스 보충제를 다루는 브랜드 익스트림의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다이소에서 샀습니다. 고양이 밥과 함께요. 다른 한 친구는 욕실 청소 제품을 사러 다이소에 방문한 김에 피부 관리를 위한 VT 리들샷이 떨어져 한 웅큼 쟁여 놓았고요. 다이소가 어느 영역까지, 어느 브랜드까지 품을지 이제는 더 이상 놀랍지도 않습니다. 물론 좋은 쪽으로요. 이 소문이 외국인에게도 이미 퍼진지 오래인가봅니다. 우리가 일본에 가면 돈키호테와 빅카메라를 꼭 방문하듯 우리나라에서는 K-향을 진하게 맡을 수 있는 ‘올다무(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는 꼭 방문하죠.

다이소는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까요? 다이소가 계속해서 넓어지고 성장하는 이유를 단순히 ‘싸게 살 수 있어서’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그 앞에는 ‘정해진 범위 내에서 무조건’라는 조건이 반드시 필요한데요. 이 조건 하나가 어떻게 30년 만에 화폐의 가치를 새롭게 만드는 4조 5천억 원의 매출을 내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는지, 마이비레터에서 함께 알아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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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다이소와 다이소의 상관 관계


창립자 박정부 회장이 다니던 전구 제조회사에서 16년을 일하고 45살에 사표를 낸 건 1988년. 촉망받던 관리자에서 무능한 간부가 됐고, 다른 사람들이 퇴직을 저울질하던 나이에 그는 맨손으로 사업을 시작합니다. 혼자 사시는 어머니 집에 들어가, 밥상을 펴놓고 업무를 봤어요. 그렇게 시작한 회사가 한일맨파워(현 아성HMP), 지금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의 모기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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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원의 가치를 만든 박정부 회장 / 자료 출처 한국아이닷컴


한일맨파워는 일본 기업에 한국 사원들의 연수를 주선하며, 박 회장은 자연스럽게 일본을 자주 오갔고 현지에서 100엔 숍이 호황인 것을 발견합니다. 박 회장은 한국에서 제대로 만든 저가 생활용품을 일본에 수출하면 되겠다 싶었고, 한일맨파워의 업태를 무역회사로 바꾸죠. 3단 이민 가방 세 개를 들고 6시간씩 기차를 타며 일본 열도를 돌았다고 해요. 그렇게 일본 100엔숍에 4년간 납품한 경험을 바탕으로, 박 회장은 결국 한국에도 균일가 매장을 열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렇게 1992년 아성산업을 세우고 5년을 더 준비한 끝에, 1997년 5월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1호점 '아스코이븐프라자'를 오픈합니다. 회사 이름 '아성(亞成)'은 어머니가 '아시아에서 성공하라'고 지어준 이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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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코 이븐 프라자의 모습 / 자료 출처 아성다이소


다이소의 임계점은 아스코이븐프라자 1호점 오픈 4년만에 매장이 100개를 넘어 빠르게 성장하던 2001년이었습니다. 한국 매장 사업과 일본 수출 사업이 동시에 안정화 되던 시점에, 일본 내 아성산업의 가장 큰 거래처(수입처)이던 다이소산교는 4억 을 투자해 아성산업의 지분 34.21%를 확보합니다. 다이소산교는 한국으로부터상품을 안정적으로 독점 공급 받기 위해, 아성산업은 독점 납품 계약 파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양측이 자본 관계로 서로를 묶은 거예요. 이에 따라 이름이 어렵던 아스코이븐프라자도 ‘다이소’로 이름을 바꾸게 되고, 사명도 아성산업에서 아성다이소로 바뀌게 되어요. 당시에는 영리한 사업적 결정이었지만, 이후 22년 동안 일본 기업 논란이라는 역풍을 맞이하게 됩니다. 박 회장은 자서전 <천 원을 경영하라>에서 이 결정을 두고 ‘경솔했다’고 회고했고, 2023년 12월 다이소산교 보유 지분 전량을 약 5천억 원에 매입하며 완전한 토종 기업으로 정리했어요.




02 균일가 안에서 무한한 확장을 하다


우리나라의 다이소를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 박 회장이 주목했던 100엔 ‘균일가’를 지향한 일본의 다이소를 살짝 볼까요? 일본 다이소는 1972년 야노 히로타케가 '야노 상점'이라는 이동 판매 트럭으로 시작해 1991년에 100엔 숍 직영 1호점을 열며 본격 성장했어요. 일본 다이소는 거의 모든 상품이 100엔이라는 단일 가격대에 묶여 있어요. 반면 우리나라 다이소는 6가지 균일가(500원, 1천 원, 1,500원, 2천 원, 3천 원, 5천 원)로 가격 폭을 의도적으로 더 넓혀 놨어요. 이는 큰 전략 같지 않아 보이지만 이는 5천 원 이하라는 충동 소비가 가능한 액수 안에 구간을 나누어, 품질에 대한 합리와 기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지금의 다이소 열풍을 만든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천 원짜리 양말과 브랜드의 5천 원짜리 PDRN 앰플이 같은 매장 안에 공존할 수 있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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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 조끼도 다이소에서 / 자료 출처 다이소 인스타그램


5천 원이라는 커피 한 잔 정도 금액의 상한선, 그러나 1천 원 한 장으로는 편의점에서 살 것도 없는 역설적인 금액대의 상품으로 다이소는 넓은 매장을 채웁니다. 그렇기에 소비자는 다이소 안에서 가격을 비교하지 않아요. 1천 원~5천 원 사이의 이미 정해진 가격대에서, 가격은 더 이상 고려 대상이 아니고 ‘이게 진짜 필요한가?’라는 질문만 던집니다.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격’이라는 큰 요인 하나를 지워 버린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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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갤러리아, 다이소 / 자료 출처 아성다이소 


이것이 오늘날 다이소가 무한한 카테고리로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어요. 생활용품과 문구로 출발한 다이소는 2010년대에 들어 매월 약 600종의 신상품이 빠르게 들어오며, 식음료와 반려동물 용품, 레저 제품 등으로 카테고리를 넓힙니다. 1인 가구의 빠른 증가로 인해 소비 패턴이 ‘더 적게 더 자주’로 바뀌는 시대에 ‘저단가, 소포장’인 다이소의 방향성이 통한 것이었죠. 그리고 2020년대에 들어 다이소는 뷰티, 건기식, 패션 등으로 한 번 더 카테고리를 확장합니다. 특히 이 시점에서 다이소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단단함은 강하게 느낄 수 있는데요. 특히 1만원을 훨씬 상회하는 화장품, 영양제 등의 품목을 들여 오며, 가격대를 높인 것이 아니라 ‘다이소의 가격대’에 맞는 상품을 기획한 점이에요. 이로 인해 사람들은 ‘싸니까 별로겠지’가 아닌 ‘이 가격에 팔 수 있던 거였어?’라는 반응을 보이며 다이소에 이미 스며든, 신뢰의 반응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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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스에서 난리가 난 펫 워터 매트. 찢어지더라도 대부분의 반응은 ‘또 사면 되지’. 
이미 저렴한 제품을 셀프로 만들며 ‘흑수저’ 키워드를 붙이기도 한다 / 자료 출처 다이소 인스타그램




03 균일가에 맞추어 기획하는 브랜드들


2023년 가을, 다이소가 'VT 리들샷'을 매대에 올린 직후 1인당 1~2개 구매 제한이 걸렸어요. 같은 시기 올리브영과 VT 공식몰에는 본품이 정상 판매되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굳이 재고가 있는 다이소를 찾아 떠돌아 다녔죠. 비록 함유량의 차이는 있지만 3천 원에 같은 브랜드의 같은 이름표를 단 제품이 있는데, 굳이 비싼 본품을 살 이유를 크게 못 느낀 거예요. 함유량에 따른 성능 및 효과의 차이보다, 가격의 차이를 더 크게 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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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용 VT 리들샷을 쿠팡에서 파는 지경에 이르렀다 / 자료 출처 쿠팡 캡처


그리고 이 사건은 업계에 큰 변화를 만드는 단초가 됩니다. 올리브영 인기 상품을 만드는 한국콜마, 코스맥스 같은 1티어 OEM 제조사들이 다이소 전용 생산 라인을 따로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VT 코스메틱은 본품(50ml 펌프 용기, 3~4만 원대)과는 별개로, 2ml 6개입(총 12ml)을 3천 원에 파는 다이소 라인을 따로 기획했어요. 같은 브랜드 안에서 용량과 배합, 라인업을 달리한 '다이소에서 팔 수 있는 형태'로 새로 만든 것이죠. 새 화장품을 1만 원에 내놓으면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신뢰를 쌓기까지 막대한 광고비와 시간이 들지만, 같은 제품을 다이소 매대에 3천 원으로 올리면 그 작업이 통째로 생략돼요. 다이소가 30년간 '이 가격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신뢰는 이 울타리 안에 있는 처음 보는 제품에도 그대로 전이됩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우리의 인지도가 아니라 다이소라는 채널의 신뢰를 빌려 신제품을 시장에 푸는 거예요. 소비자 입장에서도 3천 원짜리 화장품이 안 맞아도 큰 손해라는 생각이 적으니, 신제품을 시도하기 위한 심리적 허들이 0에 가까워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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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T는 리들샷 뿐 아니라 색조 라인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 자료 출처 다이소 인스타그램


단순히 싼 제품이 잘 팔린다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동안 ‘합리’와 ‘신뢰’를 쌓아 온 다이소. 정해진 가격에 상품을 기획하도록 순서를 만든 다이소만의 운영 공식이 다양한 브랜드에도 적용이 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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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의 균일가가 만든 마술 / 자료 출처 다이소 2025 회사 소개




04 약국과 백화점의 위상을 흔들다


화장품에서 시작된 다이소의 아성은 더 권위 있는 카테고리로 빠르게 확산되며, 대한약사회와 정면 충돌이 있기도 했죠. 2025년 2월, 일양약품, 대웅제약, 종근당건강이 다이소에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을 납품하기 시작했어요. 약국 베스트셀러 라인업을 3~5천 원 대의 상품으로 기획한 것이죠. 이에 대한약사회는 반대하는 보도 자료를 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중재했습니다. 이 사건이 시사하는 점은 다이소가 권위의 영역으로 여겨져 오던 제약 부문에 손을 뻗쳤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소화제의 대명사 ‘활명수’를 제조하는 동화약품은 지난 4월, ‘편안 활’ 등 다이소용 생활 건강 제품 9종을 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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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채표 맞습니다 / 자료 출처 다이소몰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역시 다이소 전용 서브 브랜드를 따로 만들기 시작했어요. 기존 브랜드를 그대로 입점시키면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같은 브랜드를 보는 소비자에게 가격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는 리스크를 안게 되죠. LG생활건강은 더마 화장품 브랜드 CNP의 세컨드 브랜드 'CNP bye od-td'를 2024년 9월 다이소에 론칭, 출시 9개월 만에 100만 개를 팔았어요. 케어존은 ‘케어존 플러스 피케어’, 건기식 브랜드 리튠은 ‘이너뷰 바이 리튠’으로 출시했죠. 아모레퍼시픽은 잘파 세대를 겨냥하여 마몽드를 ‘미모 바이 마몽드’로 출시, 남성을 겨냥하여 비레디는 ‘프렙바이비레디’로 출시하며 브랜드를 보증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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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타깃에 맞추어, 다이소를 통해 접근하는 브랜드들 / 자료 출처 다이소몰


대개는 브랜드의 포지셔닝과 전략에 따라 입점하는 채널을 달리하는데, 다이소의 경우 채널에 맞추어 다양한 브랜드가 전략을 바꾼다는 점이 우리가 눈 여겨 볼 지점입니다. ‘다이소에 들어가기 위한’ 신규 브랜드를 기획하며, 저가 정책으로 인한 이미지 손상보다는 더 많은 대중과 만나기 위한 접점 확보를 더 앞에 두고 있어요.

신뢰와 전문성으로 권위를 지킨 제약, 가격과 타겟으로 권위를 만들어 온 뷰티 업계를 다이소가 흔들고 있습니다. 




05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다이소로


2023년 3월, 다이소는 명동역점을 1~5층에서 1~12층으로 두 배 이상 확장해 재오픈했습니다. 코로나19로 문 닫았던 매장을 다시 열면서 면적을 두 배로 키운 것인데요. 2026년 1~3월, 명동역점의 외국인 카드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어요.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 간 뷰티 1위는 'VT PDRN 광채 시트마스크', 식품 1위는 '삼립 미니 꿀약과'였어요. 외국인은 왜 다이소에 올까요? 생각해보면 몇몇 꿀템을 제외하고는 라이프스타일이 달라 필요한 생활 잡화가 다를 수 있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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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역의 12층짜리 다이소 / 자료 출처 아성다이소


외국인이 굳이 다이소를 찾는 이유는 한국 일상이 그 안에 압축돼 있기 때문이에요. 한국인이 매일 쓰는 마스크팩, 꿀약과, 손톱깎이, 캐릭터 문구를 2~3달러 안팎의 가격으로 한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에요. 그렇기에 같은 다이소 브랜드를 경험하더라도 그 목적과 이유가 서로 달라요. 한국인에게 다이소는 '필요한 걸 싸게 사는 곳'이지만, 외국인에게 다이소는 'K-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하는 곳'이거든요. 이 해석의 차이가 다이소의 다음을 가늠하는 힌트가 될 수 있어요. 지금까지 우리는 다이소가 카테고리를 확장한다는 소식을 접해왔는데요. 외국인들을 타깃으로는 '보다 K-스러운 일상의 큐레이션'이라는 또 다른 아이덴티티로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마치 일본의 무인양품이 슈퍼마켓의 PB에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고, 돈키호테가 잡화점에서 대표적인 관광 코스로 영역을 확장한 것처럼요.

천 원을 가장 가치있게 만드는 브랜드. 무엇보다 다이소가 갖는 기업 가치는 일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옵니다. 국민들도 이 점에서 브랜드의 호감과 신뢰가 쌓이고, 여기에 오늘 레터에서 다룬 ‘균일가’라는 약속까지 더해져 지금의 다이소를 만들었어요. 5월 깨끗한나라와 함께 개당 100원 생리대를 출시하며, 지난 국무회의에서의 이 대통령이 지적한 생리대 가격에 대해 다이소가 천원정신을 명분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응답한 사례라고도 볼 수 있어요.

가치를 바탕으로 한, 균일가라는 단 하나의 약속. 이 약속이 브랜드를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을까요? 


100원 생리대의 상품 제작 과정도 공개하며, 투명하게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전하고 있는 다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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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나만의 방식을 세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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