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브랜드 레터 위크> (2024 Brand Letter Week, BLWK)가 진행되는 4일 동안, 매일 매일 하나씩 총 네 번의 <브랜드 세션>을 통해 네 브랜드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어요. 이 시간을 통해 ‘브랜드가 레터를 왜 만들고 어떻게 잘 만들 수 있을지’, 그리고 '미디어는 어떻게 레터를 통해 브랜드로 자리 잡고, 포화된 미디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생한 인사이트를 나눴습니다. 2024년 브랜드 레터 위크는 크게 ‘브랜드’와 ‘미디어’를 기준으로 나누었는데요. 이에 따라 보면 ‘브랜드’로서는 <퍼즈플리즈>와 <밑미>가, ‘미디어’로서는 <차우진 평론가>와 타임앤코의 신규 서비스 <Ep9>이 함께 했습니다. 4일 동안 어떤 인사이트가 현장에서 오갔는지, 오늘 한 번에 정리해 볼게요!
01 브랜드와 미디어를 끌어안은 네 개의 브랜드
브랜드 레터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퍼즈플리즈와 밑미의 팬은 브랜드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해서 오기도 했어요. 차우진 평론가와 Ep9에게는 특별히 어떻게 더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많은 분이 그 답을 찾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이 세션들은 마치 BLWK의 전시 공간과 같이 구성되어 있어요. 즉 네 번의 세션 내용은 하나의 전시를 둘러보는 것과 비슷한 경험과 효과가 있다는 것인데요. 많은 분들이 이번 BLWK에서 다수의 세션을 들었지만, 혹시 못 들은 세션 혹은 다시 듣고 싶은 세션의 정수를 뽑아 비마이비가 여러분에게 전달합니다.
02 Session 1 | 콘텐츠로 브랜딩 하기, 차우진 평론가
> 브랜드 레터는 ‘디지털 콘텐츠’이다.
브랜드 레터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브랜드 레터는 디지털 콘텐츠라는 거죠. 사전적 정의로 콘텐츠는 네트워크 위에 얹어지는 멀티미디어입니다. 콘텐츠라는 단어는 90년대에 우리나라 미디어에 처음 등장했다가, 인터넷이 깔리기 시작한 이후부터 갑자기 언급이 늘었어요. 콘텐츠의 기본 전제는 ‘네트워크(인터넷)’인데, 현재 인터넷은 과잉, 초과 생산의 영역이에요. 브랜드 레터는 이러한 디지털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에 따라 두 번째는 주의를 끌 수 있는 콘텐츠여야 한다는 겁니다. 인터넷은 과잉 생산의 영역이기 때문에 마케팅만으로 해결할 수가 없어요. 차별화 즉, 달라지는 것만이 방법이죠. 사람들은 다른 걸 낯설다고 느끼고, 낯선 건 이상한거라고 생각해요. 즉 달라지려면 이상하고 낯선 것을 해야 하는거죠. 그러면 차별화하는 데 있어서, 퀄리티와 인게이지먼트 중 어떤 쪽으로 달라져야 할까요?
마지막으로 세 번째, 퀄리티와 인게이지먼트를 선택하기 전에 콘텐츠의 핵심은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나의 브랜드 레터를 보는지, 이 사람들이 누구와 연결되는지 앎으로써 결국 내가 어떤 네트워크에 들어가서 위치해야 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죠. 팔로워 수로 얘기하는 시대는 끝난 것 같아요. 팔로워를 많이 가진 사람들이 이미 혜택을 가져갔죠. 앞으로는 정성적인 것(경험, 관계, 감각)이 더 중요할 겁니다.
> 팬을 재정의하다, 그들은 ‘무엇’에 열광하는가?
팬은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나를 통한’ 뭔가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이동진 평론가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그분의 취향이 좋은 건지, 관점이 좋은 건지, 유명세를 좋아하는 건지를 생각해 보는 거죠. 이걸 따지고 들어가면 사람들이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가 보여요.
가끔 브랜딩 목표는 어떻게 달성하는지에 대해 물어보는데요. 제 생각에 브랜딩은 되는 거지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구독자와 관계를 맺고 이것이 누적될 때 외부에서 사람들이 브랜딩이라 부른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관계를 맺는 것, 즉 라포를 형성하는 것은 왜 중요할까요? 위에서 말했듯 주의를 끄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관계가 기반이 되어 합니다. 나와 관계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에서 시작해야 그 주위 사람들의 주의도 끌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러한 네트워크가 연결되는 점들에 집중해야 하고 이런 관계를 자산화해야 해요. 여기서 자원과 자산을 헷갈리시기도 하는데, 자원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 혹은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하는 거라면 자산은 나중에 계속해서 가치가 높아질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콘텐츠 가치의 밸류에이션을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03 Session 2 | 감각과 솔직 그 사이 팬을 만드는 방법, 퍼즈플리즈
> 거꾸로 가는 브랜드가 되다.
회사를 나와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고, 어떻게 하면 10년, 20년, 30년 재밌고 끊임없이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그래서 브랜드를 운영하며 겪는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쉽고 감각적으로 해보자고 생각했죠. 일상이 소재가 되면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브랜드를 ‘거꾸로 가는 브랜드’라고 정의했어요. 회사에서 하는 것과는 반대로 해야 한다는 의미에요. 그래야지 스몰브랜드로서의 시선이 끌린다고 생각해요. 길게 가고 싶기에 느리지만 천천히, 그리고 대담하게 시도하는 편이에요.
처음 브랜드 레터를 시작하게 된 건, 브랜드를 런칭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주기 위해서였어요. 사실 저희가 퍼즈플리즈를 런칭할 때 했던 고민들이었어요. 택배 상부터 택배사 선정, 입점 등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 정말 많이 찾아봤는데, 그런 걸 알려주는 콘텐츠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재밌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일상부터 브랜드까지 날것의 이야기를 담아내다 보니 실제로 저희의 브랜드 레터를 통해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께는 브랜드의 성장기를, 창업의 꿈이 있으신 분들께는 저희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으셔서 ‘나도 이거 하고 싶었는데’라는 공감과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받아요.
처음 브랜드 레터를 시작할 때는 친구들에게 공유하며 작게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구독자가 생기고 꾸준히 읽어주는 분들을 보고 끊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생겼어요. 그리고 이걸 하지 않으면 브랜드가 멈추는 거니까 계속하게 됐어요. 브랜드 레터를 지속가능하게 쓰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부터 일상까지 조금 더 공감되고 쉬운 이야기를 담아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정보만 계속 작성하기에는 그 정보를 찾는 시간까지 시간과 에너지가 들잖아요. 그래서 지금도 일상 이야기를 종종 쓰는데, 사실 이 부분에서 브랜드와 일상 이야기의 경계에 관한 고민이 있긴 해요. 하지만 일상 이야기에서 힘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되어서 유지하면 좋을 것 같다고 느꼈어요.
> 매출과 이미지는 하나.
저희 이미지를 필요로 하는 브랜드와 콜라보를 통해 많은 매출이 이뤄지고 있어요. 저희는 브랜드와 브랜드 사이의 접점, 즉 ‘경계’를 만들 수 있는 곳과 협업해요. 서로 더 나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협업하는 만큼, 만났을 때 재밌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과 함께하고 있죠. 그리고 독특한 점은 콜라보했던 브랜드 담당자분들이 모두 구독자 분들이셨어요. 처음 만났지만 저희의 히스토리를 다 알고 계셔서 굉장히 수월하게 콜라보를 진행했어요.
그래서 브랜드 레터가 매출에 도움이 되냐는 질문을 받을 때 된다고 말해요. 저희는 런칭 전부터 브랜드 레터와 인스타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활동들을 했는데요. 그래서인지 런칭하자마자 입점 제안이 많이 들어왔어요. 그리고 퍼즈플리즈의 주제품인 잠옷은 가격과 의미를 고려하는 고관여 제품이에요. 판매를 위해 기능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제품과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해야 하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주기적으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브랜드 레터가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 제품 특성 상 소비자분들이 바로 구매하기 보다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오랫동안 고민하시는데요. 그렇게 바로 구매하지 않고 잊어버릴 수 있는데, 매주 발행하는 브랜드 레터가 알람 역할도 해서 구매전환을 일으키는데 생각보다 큰 영향을 줘요.
저희는 특정 모습의 브랜드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계속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브랜드 레터에 잠옷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 이유도 오래가기 위해서인데요. 잠옷뿐 아니라 다른 라이프스타일 상품도 구상하는 중이에요. 앞으로는 더 넓은 개념의 브랜드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04 Session 3 | 성공의 시대에서 멈춤을 얘기하다, 밑미
> 트렌드보다는 ‘나’가 더 지속가능하다.
밑미와 밑미레터는 다름 아닌 제가 번아웃을 겪으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나를 꽤 잘 아는 편’이라고 자신했는데, 번아웃을 겪으면서 그게 아니란 걸 새삼 깨달았어요. 당시엔 밑미같은 서비스도 없어서 그 긴 터널을 혼자 지나오는데, 많이 외롭고 힘들었어요. 그때 누군가 ‘너 번아웃이야, 좀 쉬어봐’, ‘지금 너 스스로가 원하는 걸 잘 들여다봐’라고 말해줬더라면 더 지혜롭게 극복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만들게 되었어요.
심리학 공부를 하던 중,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을 보고 ‘모든 사람은 고유한 방식으로 자기다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인간관이 굉장히 가슴에 와닿고 감동적이었어요. 밑미라는 서비스로 나답게 사는 것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하면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지 대해 이야기함과 동시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브랜드 시작과 동시에 밑미레터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3년 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휴재 없이 꾸준히 발행해 왔는데요. 이렇게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위로가 되는 응원과 피드백들 덕분이에요. 매주 월요일마다 응원의 메시지를 읽고 밑미레터를 지속할 힘을 얻고 있어요.
저희는 주제를 정할 때 그때그때의 느낌과 직관을 믿는 편인데, 크게 세 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어요. 첫 번째는 내가 어떤 생각과 감정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봐요. 기분이 좋았다면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분이 나빴다면 어느 이유에서 기분이 나빴는지 돌아보는 등 심리적 이슈를 바탕으로 나를 관찰하다 보면 주제를 얻게 돼요. 두 번째는 피드백을 읽어요. 저희는 피드백 퀄리티가 아주 좋은 편이라 생각지 못했던 주제에 대해 살펴볼 수 있게 되죠. 마지막 세 번째는 트렌드를 쫓지 않는 거에요. 이 부분은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저희가 관심이 없는 주제는 아무래도 글이 잘 안 써지더라고요. 밑미레터 특성 상 가능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트렌드를 쫓아가기 보다는 나와 내 주변을 관찰하고 피드백을 활용해서 매주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 사람들은 왜 밑미의 글과 그림에 공감할까?
밑미레터는 자극적이지 않아요. SNS를 보면 클릭해야 할 것만 같은 내용이 있어 들어가 보면 별 내용이 없는 경우가 많고 그런 것들이 피로감을 주기도 하죠. 저희는 자극적인 콘텐츠는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가 이야기하는 본질과 반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자극적이기보다는, 밑미 브랜드의 톤을 꾸준히 일관성 있게 전달하려고 해요.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나다움’은 아무래도 스스로를 마주해야 하는 행위이다 보니 내용이 조금 무거울 수도 있지만, 귀엽고 심플한 느낌의 밑미 그림을 통해 그 느낌을 상쇄시켜 줘요.
사람들이 우리 콘텐츠에 왜 공감할까를 생각해 보면, 저희는 콘텐츠를 보라고 재촉하고 제안하거나 마케팅 혹은 SNS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이야기는 하지 않아요. 목적지까지 가는 빠른 길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목적지로 향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죠. 조금 느리더라도 나답게 살면 되겠구나, 나다운 건 뭘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요. 특히 불안함, 조급함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받는데요. 후킹하는 카피들보다는, 불안을 없앨 수 없지만 불안을 갖고서도 나답게 살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했을 때 더 좋은 반응과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어요.
저희는 천천히 내실을 다지고 공감을 끌어내며 성장하는 것을 꿈꾸고 있어요. 올여름에는 밑미레터의 글을 모아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죠. 유명인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고유한 나다운 순간들을 접하기는 굉장히 어렵잖아요. 그래서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고유함을 찾아가는 내용을 통해 자신의 불완전함을 포용하고, 나만의 나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05 Session 5 | 성공 위 또 다른 브랜드 레터를 쓰다, Ep9
브랜드 공부에 관심 있는 분들은 모두 들어보셨을 구독 서비스, 롱블랙. 롱블랙을 운영하는 ‘타임앤코’에서 새로운 브랜드, ‘Ep9(이피나인)’을 런칭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Ep9은 테크 비즈니스 트렌드를 전하는 테크 비즈니스 미디어인데요. 타임앤코 김종원 부대표와 함께 롱블랙의 시작부터 Ep9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기까지의 스토리와 함께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기분 좋은 강제성
좋은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마케팅 없이도 프로덕트를 계속 쓰게 할까를 고민했어요. 그때 든 생각이 ‘아카이빙이 꼭 좋은 걸까?’였어요. 잡지를 구독한다고 했을 때 계속 쌓아두면 집안에 둘 데가 없어지는 것처럼, 결국 지금 바로 보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죠. 더불어 헬스장을 많이 참고했어요. 틈틈이 식단과 운동을 챙겨주는 PT 선생님처럼 읽기에도 리딩메이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결국 어떤 강제성이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기분 좋은 강제성’을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일 발행되는 콘텐츠를 24시간 동안 보지 않으면 해당 콘텐츠는 더 이상 보지 못하고, 보려면 추가로 돈을 내야 해서 오늘 내로 읽어야 한다는 강제성이 부여되죠.
언제 어디서나 무제한으로 읽어보라는 말은 지금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4,900원이라는 커피 한 잔 가격의 구독료를 책정할 때도, 저희는 콘텐츠 유통 방식이 파격적이기 때문에 1만 원 이상의 가격대면 오늘 콘텐츠를 놓쳤을 때 스스로를 피드백하기보다는 서비스를 탓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클릭 한 번만 하면 되는데 이걸 안 했네’라며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이 생길 수 있도록 했고 이렇게 하다 보면 분명 읽을거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카페에서 커피를 사면 쿠폰을 찍듯이, 읽은 콘텐츠에 스탬프를 찍는 시스템을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게끔 했어요.
그렇게 했더니 롱블랙 런칭 2년이 되었을 때 누적 조회수가 2,500만이 넘었고 지금은 3,000만이 넘었죠. 유료 콘텐츠 서비스가 이런 조회수를 만든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에요.
> 영상의 시대에 텍스트를 어필하는 방법
롱블랙을 통해 얻은 노하우와 자신감으로 새로운 주제의 미디어를 런칭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가장 급변하는 산업 분야이자 많은 이들이 좋은 지식에 대한 목마름을 느끼고 있는 분야인 테크 비즈니스를 주목하게 됐죠. 대중들에게 테크 미디어를 알고 있냐고 물으면 모른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플레이어(소식을 전하는 사람)은 많은데, 브랜딩까지 하는 곳은 없으니 테크 분야를 하기로 했죠. 소비자의 머릿속에 들어가면 해볼 만한 게임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미디어이자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많은 우려를 했어요. 롱블랙 하나만으로도 힘든데 굳이 하나의 브랜드를 더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계속 잡지로 비유해서 생각했어요. 잡지가 잘된다고 면수/장수를 늘려서 다른 애기를 넣으면 코어 소비자들에게 잡지를 구독해야 하는 이유를 줄 수가 없어서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힘들더라도 테크 정체성에 맞는 브랜드를 만들었고 이다음에도 다른 분야로 세분화해서 서비스를 런칭하게 될 것 같습니다.
Ep9은 하나의 콘텐츠 당 1만 자가량의 분량인데, 보통 소설책이 7~11만 자 정도니 1만 자면 꽤 많은 분량이죠. 영상의 시대에 왜 텍스트냐고 묻는다면, 공부는 텍스트가 압도적이라고 답해요. 영상은 어떤 점에서는 비효율적이에요. 뒤에 무슨 얘기가 나올지도 모르고, 머릿속에서 빠져나가고 밑줄 치기도 어렵죠. 텍스트는 1만 자 정도는 훑어서 읽으면 10분을 넘기지 않고 공부 측면에서 영상보다 훨씬 이점이 큽니다. 그리고 영상은 이야기보다 메신저의 역할이 중요해요. 제가 얘기하는 것보다 유명 인사가 얘기하는 게 더 임팩트가 큰 거죠. 그런 의미에서 텍스트는 효율적인 프로덕트이고 혁신할 지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서비스가 이쁜 걸 넘어서서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왜 이 이야기를 지금 해야 하지?’를 생각해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 이런 게 필요하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시대정신이 담긴 콘텐츠가 필요하죠. 그리고 브랜드를 소비할 때 자랑 할 수 있어야 해요. 지금은 브랜드가 나를 어필하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었습니다. 텍스트라는 올드한 프로덕트도 패션처럼 인스타로 공유함으로써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랑할 수 있도록 패셔너블하고 자랑하고 싶은 본능을 자극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꾸준함입니다. 하루, 일주일, 혹은 한 달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1년, 5년, 10년을 지속한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진정 브랜드가 되고 싶다면 꾸준함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2024년 브랜드 레터 위크를 돌아보며, 함께 읽으면 좋을 콘텐츠>
👉🏻 2024년 브랜드 레터 위크의 모든 것
👉🏻 패널 talk 총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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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브랜드 레터 위크> (2024 Brand Letter Week, BLWK)가 진행되는 4일 동안, 매일 매일 하나씩 총 네 번의 <브랜드 세션>을 통해 네 브랜드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어요. 이 시간을 통해 ‘브랜드가 레터를 왜 만들고 어떻게 잘 만들 수 있을지’, 그리고 '미디어는 어떻게 레터를 통해 브랜드로 자리 잡고, 포화된 미디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생한 인사이트를 나눴습니다. 2024년 브랜드 레터 위크는 크게 ‘브랜드’와 ‘미디어’를 기준으로 나누었는데요. 이에 따라 보면 ‘브랜드’로서는 <퍼즈플리즈>와 <밑미>가, ‘미디어’로서는 <차우진 평론가>와 타임앤코의 신규 서비스 <Ep9>이 함께 했습니다. 4일 동안 어떤 인사이트가 현장에서 오갔는지, 오늘 한 번에 정리해 볼게요!
01 브랜드와 미디어를 끌어안은 네 개의 브랜드
브랜드 레터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퍼즈플리즈와 밑미의 팬은 브랜드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해서 오기도 했어요. 차우진 평론가와 Ep9에게는 특별히 어떻게 더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많은 분이 그 답을 찾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이 세션들은 마치 BLWK의 전시 공간과 같이 구성되어 있어요. 즉 네 번의 세션 내용은 하나의 전시를 둘러보는 것과 비슷한 경험과 효과가 있다는 것인데요. 많은 분들이 이번 BLWK에서 다수의 세션을 들었지만, 혹시 못 들은 세션 혹은 다시 듣고 싶은 세션의 정수를 뽑아 비마이비가 여러분에게 전달합니다.
02 Session 1 | 콘텐츠로 브랜딩 하기, 차우진 평론가
> 브랜드 레터는 ‘디지털 콘텐츠’이다.
브랜드 레터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브랜드 레터는 디지털 콘텐츠라는 거죠. 사전적 정의로 콘텐츠는 네트워크 위에 얹어지는 멀티미디어입니다. 콘텐츠라는 단어는 90년대에 우리나라 미디어에 처음 등장했다가, 인터넷이 깔리기 시작한 이후부터 갑자기 언급이 늘었어요. 콘텐츠의 기본 전제는 ‘네트워크(인터넷)’인데, 현재 인터넷은 과잉, 초과 생산의 영역이에요. 브랜드 레터는 이러한 디지털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에 따라 두 번째는 주의를 끌 수 있는 콘텐츠여야 한다는 겁니다. 인터넷은 과잉 생산의 영역이기 때문에 마케팅만으로 해결할 수가 없어요. 차별화 즉, 달라지는 것만이 방법이죠. 사람들은 다른 걸 낯설다고 느끼고, 낯선 건 이상한거라고 생각해요. 즉 달라지려면 이상하고 낯선 것을 해야 하는거죠. 그러면 차별화하는 데 있어서, 퀄리티와 인게이지먼트 중 어떤 쪽으로 달라져야 할까요?
마지막으로 세 번째, 퀄리티와 인게이지먼트를 선택하기 전에 콘텐츠의 핵심은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나의 브랜드 레터를 보는지, 이 사람들이 누구와 연결되는지 앎으로써 결국 내가 어떤 네트워크에 들어가서 위치해야 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죠. 팔로워 수로 얘기하는 시대는 끝난 것 같아요. 팔로워를 많이 가진 사람들이 이미 혜택을 가져갔죠. 앞으로는 정성적인 것(경험, 관계, 감각)이 더 중요할 겁니다.
> 팬을 재정의하다, 그들은 ‘무엇’에 열광하는가?
팬은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나를 통한’ 뭔가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이동진 평론가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그분의 취향이 좋은 건지, 관점이 좋은 건지, 유명세를 좋아하는 건지를 생각해 보는 거죠. 이걸 따지고 들어가면 사람들이 무엇을, 왜 좋아하는지가 보여요.
가끔 브랜딩 목표는 어떻게 달성하는지에 대해 물어보는데요. 제 생각에 브랜딩은 되는 거지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구독자와 관계를 맺고 이것이 누적될 때 외부에서 사람들이 브랜딩이라 부른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관계를 맺는 것, 즉 라포를 형성하는 것은 왜 중요할까요? 위에서 말했듯 주의를 끄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관계가 기반이 되어 합니다. 나와 관계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에서 시작해야 그 주위 사람들의 주의도 끌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러한 네트워크가 연결되는 점들에 집중해야 하고 이런 관계를 자산화해야 해요. 여기서 자원과 자산을 헷갈리시기도 하는데, 자원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 혹은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하는 거라면 자산은 나중에 계속해서 가치가 높아질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콘텐츠 가치의 밸류에이션을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03 Session 2 | 감각과 솔직 그 사이 팬을 만드는 방법, 퍼즈플리즈
> 거꾸로 가는 브랜드가 되다.
회사를 나와 창업을 하기로 마음먹고, 어떻게 하면 10년, 20년, 30년 재밌고 끊임없이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그래서 브랜드를 운영하며 겪는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쉽고 감각적으로 해보자고 생각했죠. 일상이 소재가 되면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브랜드를 ‘거꾸로 가는 브랜드’라고 정의했어요. 회사에서 하는 것과는 반대로 해야 한다는 의미에요. 그래야지 스몰브랜드로서의 시선이 끌린다고 생각해요. 길게 가고 싶기에 느리지만 천천히, 그리고 대담하게 시도하는 편이에요.
처음 브랜드 레터를 시작하게 된 건, 브랜드를 런칭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주기 위해서였어요. 사실 저희가 퍼즈플리즈를 런칭할 때 했던 고민들이었어요. 택배 상부터 택배사 선정, 입점 등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 정말 많이 찾아봤는데, 그런 걸 알려주는 콘텐츠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재밌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일상부터 브랜드까지 날것의 이야기를 담아내다 보니 실제로 저희의 브랜드 레터를 통해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께는 브랜드의 성장기를, 창업의 꿈이 있으신 분들께는 저희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으셔서 ‘나도 이거 하고 싶었는데’라는 공감과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받아요.
처음 브랜드 레터를 시작할 때는 친구들에게 공유하며 작게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구독자가 생기고 꾸준히 읽어주는 분들을 보고 끊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생겼어요. 그리고 이걸 하지 않으면 브랜드가 멈추는 거니까 계속하게 됐어요. 브랜드 레터를 지속가능하게 쓰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부터 일상까지 조금 더 공감되고 쉬운 이야기를 담아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정보만 계속 작성하기에는 그 정보를 찾는 시간까지 시간과 에너지가 들잖아요. 그래서 지금도 일상 이야기를 종종 쓰는데, 사실 이 부분에서 브랜드와 일상 이야기의 경계에 관한 고민이 있긴 해요. 하지만 일상 이야기에서 힘이 나온다는 걸 알게 되어서 유지하면 좋을 것 같다고 느꼈어요.
> 매출과 이미지는 하나.
저희 이미지를 필요로 하는 브랜드와 콜라보를 통해 많은 매출이 이뤄지고 있어요. 저희는 브랜드와 브랜드 사이의 접점, 즉 ‘경계’를 만들 수 있는 곳과 협업해요. 서로 더 나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협업하는 만큼, 만났을 때 재밌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과 함께하고 있죠. 그리고 독특한 점은 콜라보했던 브랜드 담당자분들이 모두 구독자 분들이셨어요. 처음 만났지만 저희의 히스토리를 다 알고 계셔서 굉장히 수월하게 콜라보를 진행했어요.
그래서 브랜드 레터가 매출에 도움이 되냐는 질문을 받을 때 된다고 말해요. 저희는 런칭 전부터 브랜드 레터와 인스타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활동들을 했는데요. 그래서인지 런칭하자마자 입점 제안이 많이 들어왔어요. 그리고 퍼즈플리즈의 주제품인 잠옷은 가격과 의미를 고려하는 고관여 제품이에요. 판매를 위해 기능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제품과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해야 하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주기적으로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는 브랜드 레터가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 제품 특성 상 소비자분들이 바로 구매하기 보다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오랫동안 고민하시는데요. 그렇게 바로 구매하지 않고 잊어버릴 수 있는데, 매주 발행하는 브랜드 레터가 알람 역할도 해서 구매전환을 일으키는데 생각보다 큰 영향을 줘요.
저희는 특정 모습의 브랜드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계속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브랜드 레터에 잠옷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 이유도 오래가기 위해서인데요. 잠옷뿐 아니라 다른 라이프스타일 상품도 구상하는 중이에요. 앞으로는 더 넓은 개념의 브랜드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04 Session 3 | 성공의 시대에서 멈춤을 얘기하다, 밑미
> 트렌드보다는 ‘나’가 더 지속가능하다.
밑미와 밑미레터는 다름 아닌 제가 번아웃을 겪으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나를 꽤 잘 아는 편’이라고 자신했는데, 번아웃을 겪으면서 그게 아니란 걸 새삼 깨달았어요. 당시엔 밑미같은 서비스도 없어서 그 긴 터널을 혼자 지나오는데, 많이 외롭고 힘들었어요. 그때 누군가 ‘너 번아웃이야, 좀 쉬어봐’, ‘지금 너 스스로가 원하는 걸 잘 들여다봐’라고 말해줬더라면 더 지혜롭게 극복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만들게 되었어요.
심리학 공부를 하던 중,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을 보고 ‘모든 사람은 고유한 방식으로 자기다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인간관이 굉장히 가슴에 와닿고 감동적이었어요. 밑미라는 서비스로 나답게 사는 것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하면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지 대해 이야기함과 동시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브랜드 시작과 동시에 밑미레터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3년 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휴재 없이 꾸준히 발행해 왔는데요. 이렇게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위로가 되는 응원과 피드백들 덕분이에요. 매주 월요일마다 응원의 메시지를 읽고 밑미레터를 지속할 힘을 얻고 있어요.
저희는 주제를 정할 때 그때그때의 느낌과 직관을 믿는 편인데, 크게 세 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어요. 첫 번째는 내가 어떤 생각과 감정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봐요. 기분이 좋았다면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분이 나빴다면 어느 이유에서 기분이 나빴는지 돌아보는 등 심리적 이슈를 바탕으로 나를 관찰하다 보면 주제를 얻게 돼요. 두 번째는 피드백을 읽어요. 저희는 피드백 퀄리티가 아주 좋은 편이라 생각지 못했던 주제에 대해 살펴볼 수 있게 되죠. 마지막 세 번째는 트렌드를 쫓지 않는 거에요. 이 부분은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하는데, 저희가 관심이 없는 주제는 아무래도 글이 잘 안 써지더라고요. 밑미레터 특성 상 가능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트렌드를 쫓아가기 보다는 나와 내 주변을 관찰하고 피드백을 활용해서 매주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 사람들은 왜 밑미의 글과 그림에 공감할까?
밑미레터는 자극적이지 않아요. SNS를 보면 클릭해야 할 것만 같은 내용이 있어 들어가 보면 별 내용이 없는 경우가 많고 그런 것들이 피로감을 주기도 하죠. 저희는 자극적인 콘텐츠는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가 이야기하는 본질과 반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자극적이기보다는, 밑미 브랜드의 톤을 꾸준히 일관성 있게 전달하려고 해요.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나다움’은 아무래도 스스로를 마주해야 하는 행위이다 보니 내용이 조금 무거울 수도 있지만, 귀엽고 심플한 느낌의 밑미 그림을 통해 그 느낌을 상쇄시켜 줘요.
사람들이 우리 콘텐츠에 왜 공감할까를 생각해 보면, 저희는 콘텐츠를 보라고 재촉하고 제안하거나 마케팅 혹은 SNS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이야기는 하지 않아요. 목적지까지 가는 빠른 길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목적지로 향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죠. 조금 느리더라도 나답게 살면 되겠구나, 나다운 건 뭘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요. 특히 불안함, 조급함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받는데요. 후킹하는 카피들보다는, 불안을 없앨 수 없지만 불안을 갖고서도 나답게 살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했을 때 더 좋은 반응과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어요.
저희는 천천히 내실을 다지고 공감을 끌어내며 성장하는 것을 꿈꾸고 있어요. 올여름에는 밑미레터의 글을 모아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죠. 유명인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고유한 나다운 순간들을 접하기는 굉장히 어렵잖아요. 그래서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고유함을 찾아가는 내용을 통해 자신의 불완전함을 포용하고, 나만의 나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05 Session 5 | 성공 위 또 다른 브랜드 레터를 쓰다, Ep9
브랜드 공부에 관심 있는 분들은 모두 들어보셨을 구독 서비스, 롱블랙. 롱블랙을 운영하는 ‘타임앤코’에서 새로운 브랜드, ‘Ep9(이피나인)’을 런칭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Ep9은 테크 비즈니스 트렌드를 전하는 테크 비즈니스 미디어인데요. 타임앤코 김종원 부대표와 함께 롱블랙의 시작부터 Ep9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기까지의 스토리와 함께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기분 좋은 강제성
좋은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마케팅 없이도 프로덕트를 계속 쓰게 할까를 고민했어요. 그때 든 생각이 ‘아카이빙이 꼭 좋은 걸까?’였어요. 잡지를 구독한다고 했을 때 계속 쌓아두면 집안에 둘 데가 없어지는 것처럼, 결국 지금 바로 보는 게 맞다는 생각을 했죠. 더불어 헬스장을 많이 참고했어요. 틈틈이 식단과 운동을 챙겨주는 PT 선생님처럼 읽기에도 리딩메이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결국 어떤 강제성이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기분 좋은 강제성’을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당일 발행되는 콘텐츠를 24시간 동안 보지 않으면 해당 콘텐츠는 더 이상 보지 못하고, 보려면 추가로 돈을 내야 해서 오늘 내로 읽어야 한다는 강제성이 부여되죠.
언제 어디서나 무제한으로 읽어보라는 말은 지금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4,900원이라는 커피 한 잔 가격의 구독료를 책정할 때도, 저희는 콘텐츠 유통 방식이 파격적이기 때문에 1만 원 이상의 가격대면 오늘 콘텐츠를 놓쳤을 때 스스로를 피드백하기보다는 서비스를 탓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클릭 한 번만 하면 되는데 이걸 안 했네’라며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이 생길 수 있도록 했고 이렇게 하다 보면 분명 읽을거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카페에서 커피를 사면 쿠폰을 찍듯이, 읽은 콘텐츠에 스탬프를 찍는 시스템을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게끔 했어요.
그렇게 했더니 롱블랙 런칭 2년이 되었을 때 누적 조회수가 2,500만이 넘었고 지금은 3,000만이 넘었죠. 유료 콘텐츠 서비스가 이런 조회수를 만든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에요.
> 영상의 시대에 텍스트를 어필하는 방법
롱블랙을 통해 얻은 노하우와 자신감으로 새로운 주제의 미디어를 런칭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가장 급변하는 산업 분야이자 많은 이들이 좋은 지식에 대한 목마름을 느끼고 있는 분야인 테크 비즈니스를 주목하게 됐죠. 대중들에게 테크 미디어를 알고 있냐고 물으면 모른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플레이어(소식을 전하는 사람)은 많은데, 브랜딩까지 하는 곳은 없으니 테크 분야를 하기로 했죠. 소비자의 머릿속에 들어가면 해볼 만한 게임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미디어이자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많은 우려를 했어요. 롱블랙 하나만으로도 힘든데 굳이 하나의 브랜드를 더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계속 잡지로 비유해서 생각했어요. 잡지가 잘된다고 면수/장수를 늘려서 다른 애기를 넣으면 코어 소비자들에게 잡지를 구독해야 하는 이유를 줄 수가 없어서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힘들더라도 테크 정체성에 맞는 브랜드를 만들었고 이다음에도 다른 분야로 세분화해서 서비스를 런칭하게 될 것 같습니다.
Ep9은 하나의 콘텐츠 당 1만 자가량의 분량인데, 보통 소설책이 7~11만 자 정도니 1만 자면 꽤 많은 분량이죠. 영상의 시대에 왜 텍스트냐고 묻는다면, 공부는 텍스트가 압도적이라고 답해요. 영상은 어떤 점에서는 비효율적이에요. 뒤에 무슨 얘기가 나올지도 모르고, 머릿속에서 빠져나가고 밑줄 치기도 어렵죠. 텍스트는 1만 자 정도는 훑어서 읽으면 10분을 넘기지 않고 공부 측면에서 영상보다 훨씬 이점이 큽니다. 그리고 영상은 이야기보다 메신저의 역할이 중요해요. 제가 얘기하는 것보다 유명 인사가 얘기하는 게 더 임팩트가 큰 거죠. 그런 의미에서 텍스트는 효율적인 프로덕트이고 혁신할 지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서비스가 이쁜 걸 넘어서서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왜 이 이야기를 지금 해야 하지?’를 생각해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 이런 게 필요하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시대정신이 담긴 콘텐츠가 필요하죠. 그리고 브랜드를 소비할 때 자랑 할 수 있어야 해요. 지금은 브랜드가 나를 어필하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되었습니다. 텍스트라는 올드한 프로덕트도 패션처럼 인스타로 공유함으로써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랑할 수 있도록 패셔너블하고 자랑하고 싶은 본능을 자극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꾸준함입니다. 하루, 일주일, 혹은 한 달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1년, 5년, 10년을 지속한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진정 브랜드가 되고 싶다면 꾸준함이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2024년 브랜드 레터 위크를 돌아보며, 함께 읽으면 좋을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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