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Curation]특집 | 브랜드의 젊은 소통이 어렵다면, 불교처럼

 

지금도 화제가 되고 있는 서울국제불교박람회 / 자료 출처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인스타그램


지난 4월 4일부터 7일까지, 서울 강남에서 파격적인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현직 스님이 디제잉을 하고, 인공지능 부처님께 고민을 묻는 ‘힙한’ 국제 불교 박람회가 진행됐죠. “다른 종교를 믿지만 재밌어 보여서 구경 왔다”, “불교가 이런 종교인지 몰랐다” 등 관람객 반응도 아주 좋았는데요. 불교의 주요 메시지를 이벤트와 굿즈에 적용한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단순히 트렌드만 따라가지 않았던 거죠. 올해 박람회 슬로건이었던 ‘재밌는 불교’에도 충실했고요. 

이 인기는 기세를 몰아 지난 주말 진행된 연등회에서도 계속 되었고,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도 이 인기를 식히지는 못했어요. 오히려 대한불교조계종은 공식 인스타그램에 '자, 이제 워터불을 즐겨볼까?'라며 불힙원탑을 외쳤죠. 


파격적인 공연과 이벤트로,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 자료 출처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인스타그램


불교는 역사적으로 청중의 관심사와 이해도 등을 고려해, 다양한 형태로 다가가려 노력했습니다. ‘일체유심조’로 유명한 원효대사는 평생 허름한 옷을 입고 전국 장터에서 사람들을 만났어요. 뉴진스님의 음악은 ‘몸과 마음의 괴로움을 떠나보내자’라는 해탈의 뜻을 세련되게 표현하고 있죠. ‘뉴진스님’도 알고 보면 ‘새롭게(new) 나아가라(進)’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은 특별한 법명이죠.

이처럼 개방적이고 유연한 태도로, 불교는 세련되고 부담스럽지 않은 종교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교리를 강요하지 않고, ‘같이 이런 것들을 실천해 보자’라는 불교의 방향성에 호감을 느끼는데요. 브랜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자기 메시지만 말하는 것 대신, 고객 목소리도 들으며 소통하는 브랜드가 마음에 오래 남으니까요. 

사실 우리 주변에는 불교박람회 이외에도, 각자의 방식으로 불교의 매력을 전하는 브랜드들이 많아요. 분야나 방식은 다르지만, 개방적인 태도와 유연함으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죠. 불교의 핵심 가치를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해, ‘젊은 불교’를 선보이는 5개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고객과의 진솔한 소통 방법 등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거예요. 




01 종료를 살아있는 문화 콘텐츠로 재편집하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불교'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마음'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었던 '불박' / 자료 출처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2013년부터 조계종이 주최하고 불교신문, 불광미디어 등이 주관하는 연간 행사입니다. 1회부터 스님과의 담소, 사찰음식 및 명상 체험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 왔는데요. 약 5만 명으로 시작한 관람객 수는 2020년 10만 명을 넘기고, 올해는 전체 관람객의 80%를 2030세대로 채웠습니다. 이런 성공의 배경에는 ‘지금 불교가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한국전통문화를 세계화’한다는 한류정책에 있어 하나의 좋은 해결책이며, 

불교계에서도 문화유산을 활용한 다양한 산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를 위해 불교문화는 역사와 함께 하면서도, 대중의 삶을 담아내야 보다 다양하게 유통될 수 있습니다.”

_주경스님, 2017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세미나에서


한국 불교는 이전부터 젊은이들의 눈높이를 이해하려 노력해 왔습니다. / 자료 출처 부처님마음 내마음(좌), 현대불교(우)


이런 노력은 젊은 세대를 이해하는 콘텐츠로 구현됐습니다. 2022년 불교 미디어 ‘현대불교’는 MZ세대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간담회를 열었는데요. 젊은 불자들이 불교에 대한 인식과 아쉬움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죠. 이를 바탕으로 올해 3월 ‘부처님 마음, 내 마음’ 에니어그램 이벤트가 등장했습니다. ‘진정한 나를 볼 때, 마음의 주인이 될 수 있다’라는 가르침을 세련되게 전달하죠. 이번 박람회에서도 AI 부처님과의 상담, 청년 불교미술작가 전시 등이 청년들을 사로잡았는데요.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객을 이해하려 한다는 점에서, 불교박람회는 소통에 충실한 브랜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02 메시지와 의미가 먼저 판매는 그 다음, 본디나



브랜드 본디나 / 자료 출처 월간 디자인


본디나는 2014년 문을 연 브랜드입니다. '본디 나로 돌아가다'라는 의미를 담아, 일상에서 불교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다양한 굿즈를 선보이는데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2013년부터 한국의 불교 관련 이야기, 문화 소재를 발굴하고 콘텐츠화한 결과물입니다. 서울 조계사 템플스테이 홍보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어요.


불교의 메시지와 실용성을 고루 갖춘 본디나의 제품들 / 자료 출처 본디나


본디나 굿즈들은 불교를 잘 몰라도 눈길이 갈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절 처마에 매달려 맑은 소리를 내는 나무물고기 풍경을 응용한 넥타이 세트와 USB, 전통 문양을 새긴 노트와 손수건까지. 실용성과 디자인을 함께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죠. 최근에는 폐현수막, 폐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열쇠고리 키트로 환경 보호가 중요해지는 트렌드에도 대응하고 있습니다. 

사실 본디나 제품들은 수익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닙니다. 본디나 자체가 대중에게 불교문화를 알리는 국고지원 사업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유통망도 서울 조계사 템플스테이 홍보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으로 한정돼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불교문화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진화스님은 본디나가 ‘과실’보다는 ‘씨를 뿌리는 과정’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본디나는 불교 디자인의 미래를 위한 발전의 근간입니다. 

우리 불교 문화에 내재한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풀어내어, 일상으로 끌어내는 작업이죠.”

_진화스님, 불교신문 인터뷰에서, 2015.8 


150여 종으로 시작한 제품군은 이제 1,000종으로 늘었습니다. 외국인들과 타 종교인들에게도 부담스럽지 않게 한국 불교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죠. ‘불교의 가치를 일상에 전한다’는 가치에 충실하기에,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고요. 이처럼 핵심 가치를 잊지 않은 덕분에, 본디나 굿즈는 꾸준하게 성장 중입니다. 




03 부업으로 시작했는데 브랜드가 됐습니다, 아미울


브랜드 아미울 / 자료 출처 아미울 블로그


아미울은 본래 창업자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부업이었습니다. 당시 약사였던 그는 특히 염주가 많이 팔리는 것에 주목해, 불교 관련 용품을 판매에 집중했죠. 본래 불교 신자가 아니었지만, 상품 상세 페이지를 쓰기 위해 불교를 공부하고 절에도 찾아갔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불교에 진심이 되었죠. 이후 그림을 그려온 누나를 MD로 영입하며, ‘불교 굿즈 맛집’ 아미울로 발전했습니다.


묵주부터 오브제까지, 아미울은 다양한 모습의 불교 굿즈를 선보입니다. / 자료 출처 아미울 블로그(좌), 아미울 인스타그램(우)


2022년 문을 연 신생 브랜드지만, 아미울은 오픈 1년도 되지 않아 월 매출 3천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제품에 ‘사람들이 평온함과 따스함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 잘 담긴 덕분이죠. 지금도 베스트셀러인 ‘우주염주’는 알마다 12지신 조각을 수작업으로 새겼습니다. 귀여운 모습으로 큰 화제가 된 ‘합장개구리’는 좋은 기운을 가져다준다는 불교 속 개구리를 재해석했죠. 고양이 얼굴이 달린 염주팔찌, 핑크색과 하늘색 옷을 입은 미니 목탁도 인기가 많습니다. 

아미울은 ‘아미타 부처님의 울타리’를 줄인 말이라고 하는데요. 부처님의 울타리 안에 들어온 것처럼,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전달한다는 브랜드의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 지금 사람들이 원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각이 더해졌죠. 이를 바탕으로 아미울은 본질과 트렌드의 균형을 맞추며 ‘불교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04 입는 사람의 편안함을 생각하는 마음이 BTS의 선택을 받다, 지장사


BTS의 RM은 반가사유상을, 정국은 법복을 / 자료 출처 조선일보



지난 2019년, BTS 정국의 공항 패션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품이 넉넉하면서도 세련된 색깔의 ‘법복’을 입었거든요. 이 옷을 만든 브랜드 지장사는 2004년부터 승복을 만들어 왔는데요. 정국의 공항 패션이 화제가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이때의 인기에 힘입어 지장사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무신사 등에 입점했죠. 지금은 해외 고객에게도 판매 중입니다.


승복을 넘어 생활 한복 등 분야로 확장 중인 지장사. / 자료 출처 지장사


지장사 대표는 전국을 돌며 승복을 판매하는 일을 했는데요. 당시 승복은 모두 맞춤이어서 가격이 비쌌습니다. ‘튼튼하면서도 언제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승복은 없을까?’라는 생각을 한 대표는 소·중·대로 표준화한 제품을 시험 삼아 판매했죠. 생각 이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본 대표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제품군을 다양화했습니다. 지금은 맞춤 승복과 기성복, 생활 한복 등을 다루는 브랜드로 성장했어요.

BTS 등 셀럽들이 입어 유명해졌지만, 지장사 대표는 지금도 모든 제품을 직접 디자인합니다. 제작도 전통 기술자들이 전부 수작업으로 진행하죠. 승복은 바느질하는 방법부터 기성복과 다르거든요. “열심히 수행하시는 스님들이 부담 없이, 편하게 입는 옷을 만들고 싶다”는 철학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여기에 젊은 신자들과 스님들의 취향도 놓치지 않았기에, 스타일 코드가 되는 승복을 만들 수 있었죠. 역시 ‘불교의 가르침을 이해하기 편하게 전한다’는 가치에 충실한 브랜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05 본질이 있는 아름다움, 스튜디오무상


브랜드 스튜디오무상 / 자료 출처 스튜디오무상


지난 2023 서울국제불교박람회, 고려 시대 불화를 현대적인 일러스트로 재해석해 주목받은 작가가 있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불교 문화에 진심이었던 김상규 작가인데요. 스튜디오무상은 고려 불화 속 이야기와 아름다움을 다양한 콘텐츠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브랜드입니다. 시각디자인 전공으로 쌓은 경험과 불교에 대한 관심을 살려 ’디지털 시대의 불교 아트’를 선보이고 있어요. 


스튜디오무상의 콘텐츠들은 모던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 자료 출처 김상규 작가 포트폴리오


그의 졸업논문은 콘텐츠 모음집으로 재탄생하기도 했습니다. 고려 불화에 담긴 민족의 이야기, 우리나라 작품만의 특징, 그림에 숨겨진 의미 등을 재구성해 책으로 만들었죠. <빛과 바람의 그림, 고려불화>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그의 작품은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2023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호평 등에 힘입어 정식으로 출간되기도 했어요. 이후에도 그는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을 강조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불교 활성화를 위해서는 불자 뿐만 아니라, 불교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젊은 층까지 포섭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불교 콘텐츠의 디자인도 현대화되어야 합니다.”

_김상규 작가, 현대불교 인터뷰에서, 2023.8


스튜디오무상의 목표는 불교문화를 더 다채롭게 선보이면서,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입니다. 휴식과 명상을 선물하는 디지털 아트를 만드는 것도 그런 이유죠. 자극이 가득한 시대, 현대적인 불교의 이미지로 여유와 평온함을 찾는 것이 그가 그리는 미래입니다. 무상(無常)은 ‘한결 같은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언제나 변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영원히 뒤쳐지는 것 같은 지금 사회에, 꼭 필요한 메시지가 아닐까요. 스튜디오무상은 그런 불교의 가르침을, 세련되면서도 따스한 콘텐츠로 전하는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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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이미지 출처 : @해탈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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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말고도 어떤 브랜드가 유연한 소통으로 고객을 '환영'했을까요? 누구보다 유연하고 솔직한 소통으로, 팬들을 헤어 나올 수 없도록 만드는 브랜드를 함께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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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비레터 객원에디터 | 최진수


브랜드와 영화, 음악, 책, 공간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탐구하는 최진수입니다. 1일 1인사이트 뉴스레터 롱블랙, 진정성 있는 패션 웹진 온큐레이션, 그리고 브랜드에 진심인 비마이비까지. 브랜드와 마케팅에 대한 다채로운 시도들을 직접 경험하고, 탐구하고, 공유하는 활동을 꾸준하게 해 오고 있습니다. 항상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환영합니다.
‘한국 스트리트 패션’ 시장을 개척한 브랜드, 브라운브레스 (Brownbreath)가 저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제가 가장 닮아가고 싶은 브랜드입니다. 2006년부터 ‘메시지를 전파한다 (Spread the Message)’를 모토로 힙합 앨범, 전시회 등 새로운 시도를 지속해 왔습니다. 꾸준하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에서 제가 떠올랐고, 그래서 더 애착이 가는 브랜드입니다.


editor | Bem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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