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Curation]#157 일상과 아웃도어를 넘나드는, 고프코어


본격적으로 날씨에 따듯함이 느껴지고, 웅크림 없이 완전히 ‘움직인다’라고 말할 수 있는 5월. 많은 브랜드 역시 팝업과 캠페인, 리브랜딩 등 5월을 기점으로 움직였는데요. 브랜드의 역동적인 꿈틀거림이 기대되는 한 달.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5월만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더욱 기대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5월의 마이비레터 주제는 <move!>입니다.

패션은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A라는 스타일을 입으면 a처럼 행동하게 되고, B라는 스타일을 입으면 b처럼 행동하게 하죠. 유니폼을 입는 이유는 소속감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행동을 ‘우리 그룹답게’ 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프코어 룩은 우리에게 새로운 행동과 새로운 관점을 유도합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TPO에 맞는 옷이냐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이만큼 편안함과 자유로움 속에 ‘와 예쁘다’라는 느낌을 주는 룩도 없죠.

패션은 얼마큼 돌고 돌까요? 노스페이스 바람막이가 유행했던 2000년대 후반, 그때와는 조금 다르지만 아웃도어의 바람은 채 10년이 되지 않아 2010년도 중후반부터 다시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아웃도어’라는 카테고리가 아닌 (아웃도어에서 먹기 편한 견과류 믹스인) Grain-Oat-Raisin-Peanut, 줄여서 고프Gorp라는 멋진 룩의 이름과 함께요. ‘고프코어’ 룩은 다들 한번 쯤 듣거나 보셨을 거예요. 예전의 아웃도어가 바람막이를 중심으로 유행했다면 오늘의 고프코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등산과 캠핑 열풍에 힘입어) 놈코어로 완성됩니다. 고프코어의 인기는 중고 거래량을 통해서도 알아볼 수 있는데요. 번개장터에 의하면 올 1분기의 고프코어 카테고리 중고 거래액은 작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213%) 증가했다고 해요.

치솟는 인기와는 별개로 고프코어 룩을 입으면 왠지 일상의 답답함에서 조금은 떨어질 것 같은 편안함과 자유로움이 느껴집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을 일상 속에서 일상 밖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더해 우리의 고프코어 룩을 완성하는 다섯 브랜드를 마이비레터에서 만나보세요.


영남 회장님의 고프코어는 A$AP Rocky를 찢어.. / [자료 출처 피식대학 캡쳐]



버질 아블로, 삼성 이재용 회장, 질 샌더, 팔라스 등 수많은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아크테릭스. 1989년 캐나다에서 시작한 아웃도어 브랜드이지만 이제는 유명한 아티스트, 인플루언서, 그리고 브랜드가 찾는 매력적인 브랜드이자 고프코어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크테릭스가 수많은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창업자의 ‘진심’이 브랜드의 본질에 담겨있기 때문인데요. 등산에 진심이었던 댄 그린과 데이브 레인은 등반을 위한 최고의 장비들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고 캐나다 코스트 산맥 아래 위치하여 산에서 영감을 받아 그들이 만든 장비를 바로 산에서 테스트해봄으로써 지금의 아크테릭스를 만들어왔습니다. 


아크테릭스와 함께 한 버질 아블로, 질 샌더, 팔라스  / [자료 출처 게티이미지, 질 샌더 팔라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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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된 등반 장비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장비를 항상 테스트할 수 있는 장소에 회사를 세웠습니다. 
상품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일 그리고 혁신적인 생각들은 모두 산에서 나옵니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아크테릭스의 탄생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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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그린, 아크테릭스 디자인 총괄 책임자


아크테릭스의 진심은 세상에 나온 그들의 제품으로 알 수 있어요. 1996년, 고어텍스 소재로 유명한 고어사와의 협업으로 방수 재킷을 제작, 1998년에는 지금도 혁신적인 아이템이라고 불리는 알파SV 재킷을 탄생시켰습니다. 더불어 방수 지퍼, 워터타이트 지퍼 등 새로운 기술을 의류에 적용하여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로 제품력을 높였는데요. 2001년에는 아디다스가 소유하고 있는 (역시 고프코어 룩을 완성하는 신발 브랜드로 사랑받는) 살로몬 그룹에 인수, 2005년에는 핀란드 아머 스포츠가 살로몬 그룹을 인수, 2019년에는 중국의 안타 스포츠에 인수되면서 나이키, 아디다스에 이은 세계 3위로 손꼽히는 대기업 산하에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됩니다.


아식스는 태생은 농구화와 마라톤 화로, 현재 가장 뜨겁게 패션계를 달리는 운동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는 라틴어 ‘Anima Sana In Corpore Sano’의 앞 글자를 딴 ASICS. 뿌리가 ‘아웃도어’에 있는 여타 브랜드와는 달리, 아식스는 ‘스포츠’와 ‘역동적인 움직임’에 방점을 두고 있는데요. 스포츠를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건강한 청소년을 육성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는 아식스는 보다 나은 스포츠 기술이 보다 나은 삶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스포츠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게 하고, 전 세계를 하나로 모으려는 아식스의 노력은 패션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사랑받고 있어요.



스포츠를 넘어 일상으로 스며든 아식스. 모델 주우재는 고프코어와 캐주얼을 넘나 들며 아식스를 소화중이에요 / [자료 출처 주우재 인스타그램]


아식스의 러닝화 라인 중 고프코어와 딱인 ‘젤 소노마’와 ‘젤 벤쳐’ 그리고 스테디셀러인 ‘젤 카야노’와 ‘젤 라이트’는 2020년대에 접어들며 콜라보레이션의 집중 타깃이 되었습니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마뗑킴부터 앤더슨 벨, IAB 스튜디오, 키르시와 같은 국내 브랜드는 물론, 세실리에 반센과 비비안 웨스트우드, 베이프, 꼼데 가르송, 할 스튜디오 등 카테고리의 경계를 넘나들며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해오고 있는데요. 무수한 콜라보레이션 중에도 아식스는 자신만의 특별한 역동성과 놈코어 룩을 지키고 뽐내며 고프코어를 사랑하는 패피들의 마음과 통장을 털었죠. 


콜라보레이션 속에서도 자기다움을 / [자료 출처 아식스, A.P.C]


키코 코스타디노브도 아식스를 지나칠 수 없었는데요. 아식스와의 1차 콜라보레이션 이후 지난 2월 한 번 더 협업 소식을 전하며 이슈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키코가 누구냐고요? 종묘를 사랑한 디자이너랄까요. 몇 년 전 한 해외 디자이너가 동묘에서 어르신들의 룩을 극찬하며 스토리에 올렸던 사건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 해 그의 런웨이에 오른 모델은 동묘 룩을 모티프로 한 고프코어 룩을 입었죠. 꼭 동묘만을 빼어 담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이 사건은 키코와 동묘를 재조명하며 ‘패션의 세계란 뭘까?’라는 웃음을 자아 내기엔 충분했습니다.


18년 동묘를 찾은 키코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그의 19년 S/S 시즌 컬렉션 / [자료 출처 키코 코스타디노브 인스타그램 & 키코 코스타디노브]


불가리아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패션을 공부한 키코는 공장과 청소노동자였던 부모님의 워크 웨어, 그리고 아버지를 도와 일했던 건설 현장에서의 경험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일찌감치 기능성과 실용성, 소재의 날 것에 눈을 뜨게 된 것이죠. 봉제선과 실루엣의 재배치, 특유의 뭉툭한 모양과 자유로운 색상의 사용을 통해 자기다움을 찾았습니다. 그랬기에 동묘에서 만났던 ‘스포티함과 일상의 매치’ ‘등산복과 하이웨이스트 슬랙스, 더비 슈즈의 매치’, ‘네온과 베이지의 만남’, ‘무심하게 든 검정 비닐봉지와 자전거 헬멧’은 그에게 동질감과 영감을 주었던 것이죠. 비록 브랜드의 시작이 아웃도어나 스포츠는 아닐지 몰라도, 키코의 브랜드는 자신만의 관점을 담아 옷과 관점의 믹스 매치와 재해석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고프코어 룩을 제시합니다.


아식스와의 협업(좌측 상단 & 하단) 그리고 키코의 고프코어 룩 / [자료 출처 아식스 & 키코 코스타디노브 인스타그램]


미니멀한 디자인을 툭 걸침으로 나만의 고프코어 룩의 멋을 더할 수 있습니다. ‘느리지만 꾸준히’라는 브랜드 철학으로 패션 시장을 선도하는 ‘블랭코브’는 불필요한 디자인을 제외하고 제품의 본질과 기능에 충실한 제품을 선보입니다. 실용성 높은 아웃도어에 밀리터리를 믹스하여 제품의 퀄리티와 사용감을 높였는데요. 제품을 설명하는 상세 페이지를 보면 블랭코브의 제품력에 더욱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미니멀과 정반대라고 불릴 정도로 제품의 세세한 정보들이 가득 담겨있는 홈페이지. 사이즈와 타입, 겉감과 안감 정보는 기본, 이 제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과 그 특징들을 그들만의 언어로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미니멀을 추구하는 블랭코브, 그와 반대되는 블랭코브 제품의 상세 설명 / [자료 출처 슬로우스테디클럽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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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블랭코브를 디자인할 때, 가방 메는 사람을 떠올려요. 그리고 상상하는 거예요. 이런 사람은 어떤 기능을 원할까, 어떻게 입어야 편하다고 생각할까. 그 상상을 바탕으로 가방을 디자인합니다. 그래서 전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정신은 배려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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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덕현 베네데프 대표, 롱블랙 인터뷰에서


고프코어 특유의 기능과 착용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입을지, 끝없고 집요한 상상은 결국 최상의 제품을 내놓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블랭코브를 만든 사람, 베네데프의 원덕현 대표는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것은 <배려>’라고 말하며 고객이 어떤 것을 원할지 끈질기게 고민하고 상상하며 지금의 블랭코브를 만들어냈습니다. 블랭코브 제품의 모양, 색깔, 패턴과 쉐입 등 모든 것에 그의 생각을 담아냈기에 아웃도어와 일상생활의 경계 없이, 모든 상황에서 입고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아웃도어에서도, 일상에서도, 언제든지 / [자료 출처 슬로우 스테디 클럽 홈페이지]


루트파인더는 입체적으로 답을 찾는 브랜드입니다. 관점이 입체적이기도 하지만, 옷을 해석하고 설계하는 방법을 입체적으로 접근합니다. 실제 인체의 움직임을 연구하여 입체적인 실루엣과 구조감 있는 의류 제작 공법으로 편안함을 만드는 것이죠. 고프코어 룩이 편안함 속에서 스타일을 찾는 것이라면, 루트파인더의 첫 여정은 그 편안함을 찾는 것인데요. 자연의 위대함과 오래된 역사, 시대를 초월한 오리지널 등 단기간에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꾸준한 쌓임의 힘과 지혜를 추구하는 루트파인더. 그 네이밍처럼 근원과 해답을 찾기 위해 루트파인더는 3D 기술을 활용합니다. ‘Research Paper 3D Studio’를 설립한 루프파인더는 이를 통해 현대의 도심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루트파인더는 3D 가상 의류 제작 프로그램인 CLO 3d(clo3d.com)을 도입하여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합니다.


3D로 루트파인더를 입고, 올레길을 걷다 / [자료 출처 루트파인더 유튜브]


기술은 앞으로, 디자인은 뿌리로. 루트파인더는 ‘근원’을 디자인 전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요. 특히 과거의 복식과 테일러가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이자 근거가 있는 디자인이라고 믿고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뿌리 위에 현대인이 필요할 디자인을 얹어 브랜드를 꽃으로 피워낸 것이죠. 파카 제품의 네임도 ‘한라산’, ‘사려니’, ‘올레’ 등 제주를 연상케 하는데요. 이는 김표상 대표가 학창 시절을 제주에서 보내며, 이때의 경험을 간직하고 네이밍으로 피워낸 것이죠. 일상생활 혹은 자연에서 느끼고 경험한 것으로부터 영감을 얻는 김 대표. 제주 올레 1코스 성산 일출봉에서 만난 바람과 바다, 유채꽃 등 그가 만난 제주의 봄을 컬렉션에 담아냅니다.


23' S/S 룩북. 편안함과 특유의 쉐입, 탈부착 가능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 [자료 출처 루트파인더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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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는 본 링크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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