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션 맛보기>는 비마이비의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된 선배들은 어떻게 일할까?> 시리즈 세션의 첫 번째 순서, 전우성 라운즈 CBO의 저서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바탕으로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딩> 세션 (2023년 4월 14일 진행)을 현장감을 살려 옮겨 담았습니다.
이 시리즈의 모든 <세션 맛보기>는 본문 하단에 있습니다.
연사와 강연, 현장에 따라 분량과 톤앤매너가 다를 수 있습니다 : )
북토크 패키지 구매 멤버에게 전달한 책 꾸러미
제가 드릴 말씀은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에요. 책에 있는 내용중에서, 그 중에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들 - 브랜딩이 무엇인지, 마케팅과 어떻게 다른지, 좋은 브랜딩엔 무엇이 필요한지 - 에 대해 말하려고요.
저는 전우성이라고 하고요, 제 첫 책이었던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는 실제 사례 위주였어요. 제 머릿속 브랜딩에 대한 생각이 많다는 것을 발견을 했고, 미처 담지 못한 내용들과 브랜딩을 하시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내용을 이번 <마음을 움직이는 일>에 더 눌러 담았습니다.
세션의 첫 문을 연 전우성 CBO
01 브랜딩의 시대
여러분 모두 브랜딩 관심 있어서 모이셨잖아요. 저는 직장인 경력이 한 20년 되고, 브랜딩이라는 것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경력이 17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땐 브랜딩이란 말도 없었어요. 일을 해 오면서, 요즘처럼 브랜딩이 핫한 시대가 있었나 싶어요. 솔직히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퍼스널 브랜딩 같은 게 유행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정말 지금은 브랜딩의 시대잖아요.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브랜딩이 무엇인가’를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죠. 저는 그전에, 목적구매와 가치소비를 먼저 언급하고 싶어요.
우리의 소비를 나눠본다면 목적구매, 가치소비 크게 두 가지 같아요. 목적구매는 이런 거에요. 목이 마른데 편의점에 가서 물을 사는 것. 배고파서 쌀과 밥솥을 사는 것. 주로 의식주 활동에서 일어나는 거죠. 사실 목적구매라는 게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 현대사회가 발전한 기원이기도 해요.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생필품들은 목적구매로 연결이 되죠. 이걸 잘 생각해보면 두 가지 요소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퀄리티와 가격. 더 좋은 쌀을 사고 싶고, 품질로 승부가 안 되면 가격을 낮춰야 해요.
시대가 발전을 하면서 이 ‘퀄리티’라고 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가 됐다고 봐요. 예를 들어 화장품만 봐도 정말 다양한 브랜드가 있지만, 그 근원을 보면 같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결과적으로는 가격을 낮출 수 밖에 없었어요. 그렇다보니 기업의 이윤도 줄어들고, 가격 전쟁으로 이어지는 거죠. 이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나온 것이 가치소비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제품을 구매를 할 때, 그 브랜드나 제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거에요. 내가 그 물건을 샀을 때 얻는 가치는 ‘퀄리티’가 아니라, ‘이미지적인 가치’인 거죠. 이런 개념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사회에 들어오면서 가치소비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퀄리티를 높이면서 더 높은 가격으로 받거나, 같은 퀄리티여도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는 요소가 되었어요. 가격의 장벽을 뛰어넘는 무언가, 이것이 브랜딩과 연결이 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브랜딩은 남들과 나를 구분 짓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브랜드 입장에선 방법이 어떻게 됐든 가치를 부여할 수 있지만, 이 가치라는 것이 기업과 브랜드가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도 부여할 수 있거든요. 어떤 물건을 소비해서 남들과 다른 나만의 가치를 만들 수 있는거죠. 저는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나이키 공홈에 들어가요. 스니커즈나 리미티드를 꼭 들여다보고, 사지 않아도 구경하거든요. 저는 지금 다른 신발을 신고 있기도 하지만, 퀄리티의 면에서 나이키가 다른 브랜드보다 특출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런데도 왜 나이키를 선택하는가 생각해보면, 나이키를 선택했을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이미지 때문이에요. 나이키를 신은 내 모습이 남들과 구별되는 무언가가 되고, 거기서 부여되는 나의 이미지가 차별화된다. 그걸 향유하고 싶은 거죠. 그래서 저는 나이키를 선택을 하는 겁니다.
여러분 모두 이런 경험이 있을 거에요. 왜 굳이 그 브랜드, 아이템을 사는가 물어보면 다 이유가 있는 거죠. 입고 쓰고 착용한 모습이 나만의 아이덴티티의 표현이 될 수 있는 거니까요. 가성비 vs. 가심비, 승차감 vs. 하차감도 비슷한 얘기 같아요. 가심비는 결국 내가 샀을 때 심리적으로 값어치가 높은 거고,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차를 몰았을 때 이미지가 중요한 거에요. 개인적으로 볼보를 몰면서 그런 생각을 해요. 볼보에서 내렸을 때 저의 모습을 ‘가족을 사랑하는 이미지’로 만들어지는 게 좋았거든요. 볼보가 주는 안전이라는 가치 때문에 저는 볼보를 선택했어요. 그래서 결국 브랜드다운 모습을 정의하고, 브랜드답게 만드는 모든 과정이 브랜딩이라고 생각을 해요. 브랜딩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에요. 계속 그런 것들을 만들어가고, 남들과 나를 구분짓는 가치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계속 전달을 해야 하는 과정이 브랜딩인 거죠.
02 브랜딩의 목적
그러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겠죠. 브랜딩을 왜 해야 하는가. 그 목적이 세일즈(판매)인가요? 사실 세일즈는 결과에 더 가깝죠. 제 생각에 브랜딩의 목적은, 얼추 아는 100명보다 열광하는 1명을 만드는 것입니다. 오늘 나이키에선 뭐가 나왔나, 한정판 품절되면 어쩌지 안절부절하는 사람을 만드는 게 브랜딩인 거죠. 그런 팬들에겐 브랜드가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에요. 아디다스 3개를 준다 해도 나이키 에어맥스 97 한정판을 선택하는 것처럼요.
리세일 브랜드가 얼마나 가치가 뛰는지 표기한 그래프가 있어요. 나이키가 크롬하츠, 에르메스, 보테가 베네타, 롤렉스보다도 높이 뛰어요. 그만큼 갖고 싶은 사람들 즉, 팬이 많은 거죠. 세일즈는 결국 브랜딩의 결과에 더 가깝습니다.
03 마케팅과 브랜딩
저는 마케팅은 판매고를 올리기 위한 직접적인 모든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보면, 침대를 사러 간다고 했을 때 매장에 들어가서 구경 하면 영업사원분이 오셔서 제품을 설명을 해 주죠. 그런 설명을 듣다 보면 설득이 되는 포인트가 있고요. 그런데 제가 그것만 보고 살 수는 없잖아요. 다른 것도 보고 올게요 하고 나가려는 순간, 영업사원분이 말하는 거죠. “백화점 할인도 있고, 상품권 행사에 제 권한으로 사은품도 드릴 수 있어요.”처럼요. 그래서 결국 저는 그 침대를 사게 될 수도 있는 거고요. 전 이런 행위들이 마케팅이라고 생각을 해요. 우리가 말하는 디지털 마케팅하고 영역만 다르지 비슷하다고 보거든요. 침대 배너를 클릭하는 순간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되는 거고, 세일즈 포인트들이 영업사원이 말하는 것과 비슷하겠죠. 홈페이지를 나가려는 순간 할인행사 이벤트, 쿠폰 같은 게 보이는 거고요. 이런 활동들이 저는 마케팅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브랜딩은 무엇일까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시몬스 매장을 봤는데, 뭔가 특이한 거에요. 들어가보니까 뭔가 느낌이 있어요. 침대가 없고, 이런 느낌의 굿즈들과 인테리어. 시몬스가 말하고 싶은 느낌의 아기자기한 액세서리들이 가득한 곳에 들어간 거에요. 그럼 ‘왜 침대가 없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서 사진도 찍고 인스타그램에도 올리죠. 그러다 보니까 소문이 퍼져서, 사람들이 더 많이 와서 줄을 서고, 또 알려지죠. 실제로 들어가서 굿즈를 사서 집으로 간 활동들은 기억에 남겠죠. 침대는 없지만, 팝업 스토어에 들어간 경험들이 이미지로 남는 거에요. 이 사람이 침대가 필요해서 백화점에 다시 갔을 때, 시몬스를 샀을까요?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에요. 하지만 그 사람 머릿속에 시몬스라는 브랜드는 있어요. 그럼 이 사람은 시몬스 매장을 분명히 방문해볼 거에요. 제품을 구매하는 것 까진 알 수 없지만요. 참고로 자료에 의하면 시몬스는 오프라인 매장 수를 계속 줄이고 있는데, 매출은 계속 올라가고 있어요. 브랜딩이 워킹working하는 걸까요? 사실 이것도 확답하긴 어려워요.
시몬스는 이전부터 침대가 안 나오는 광고를 해왔어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알 수 없지만, 브랜드의 이미지와 느낌을 계속 전달을 하고 있었어요. 팝업 스토어, TVC, 유튜브 광고 등등으로. 그러면 ‘브랜딩이 워킹한다’는 걸 짐작을 할 수는 있죠.
04 브랜딩에 대한 오해들
보통 브랜딩이라고 하면 ‘로고 바꾸고, 디자인 바꾸고, 컬러도 바꾸자’라는 얘기를 많이 하죠.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비주얼 아이덴티티와 브랜딩이 같은 의미로 쓰였어요.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같다고 할 수 없는 게,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비주얼 아이덴티티는 결국 외모를 바꾸는 거거든요. 우리가 어떤 사람을 좋아할 때 이유가, 단순히 외모만은 아니잖아요. 외모가 시선을 끌 수는 있어도, 그 외 다양한 것들이 그 사람을 좋아하게 만들죠. 스타일, 개성, 생각, 태도, 활동, 말투 등등. 그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작용을 하는 거에요.
브랜딩도 마찬가지에요. BI와 CI도 중요하지만 그 이외의 것들을 신경써야 하는 것도, 우리 고객들 - 브랜딩의 대상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파타고니아의 “DON’T BUY THIS JACKET” 광고 유명하죠. 전 사실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가, 예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이런 광고를 내서 “이거 하나 살 바에 입고 있는 거 잘 입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삐딱하게 보일 수 있지만, 창업자가 모든 지분을 환경단체에 기부한 걸 보면 파타고니아가 진심이라는 게 보이죠. 파타고니아의 생각, 태도, 활동이 좋아서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는 거에요. 전 사실 이 뉴스 듣고 실제로 파타고니아 제품을 샀어요. 멋있어서. 파타고니아의 정신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이걸 입은 사람들이 나를 환경 신경쓰는 사람으로 인지하지 않을까 싶어서.
우리가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고 움직이는 일은 디자인만의 일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돼 이루어지는 게 중요합니다. 시각적인 것으로만 된다는 게 아니란 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마케팅은 “I’m a great flower”라고 말하는 것이라면, 브랜딩은 고객이 “I understand that you are a great flower”라고 말하게 만드는 거죠.
여러분은 어떤 문장이 가장 와닿나요?
05 브랜딩의 시작
정답은 없지만, 저의 사례를 예시로 말씀 드릴게요. 저는 ‘핵심경험’이라고 하는 것들을 가장 먼저 생각해요. 핵심경험은 고객이 우리 브랜드가 투영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방문하거나 경험했을 때 반드시 느껴야 하는 경험이에요. 딱 하나만, 어떤 경험을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까 정하는 거죠. 전 이걸 기능적 경험과 감성적 경험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능적 경험은 쉽게 말하자면 나만의 강점이에요. ‘난 남들보다 뭘 잘 한다.’ 이런 거요. 어떻게 보면 이게 브랜드의 기능적 측면에서 존재 이유가 될 수도 있겠죠. 이 답을 도출하기 위해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요.
- 탄생의 배경 : 어떤 시장이 형성되고 브랜드가 진입한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왜 굳이 진입했는가’ 생각해보는 거죠. 경쟁자들보다 ‘이것 하나’는 잘 한다, 이걸 가지고 진입을 했을 거에요. 제가 일하면서 느낀 점인데, 탄생 시점의 브랜드의 강점이 시간이 갈 수록 많이 희석이 되더라고요. 신경써야 할 게 너무 많거든요. 그러다보면 어떤 강점으로 브랜드를 시작했는지 잊혀지는 경우가 많아요. 브랜딩은 이걸 다시 발굴해서 증폭시키는 것이죠. 그래서 배경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 왜 알아야 하는가 : 사실 사람들이 알아야 할 이유가 없으면, 브랜드의 존재 이유도 없는 거죠. “이 브랜드가 없다면 사람들이 뭘 가장 불편해할까” 생각해 본다고도 할 수 있어요.
제가 맡았었던 29CM를 예로 들어볼게요. 29CM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습니다.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들이 각자 스토리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데, 29CM 이전에는 이런 요소들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29CM는 “이런 가치를 잘 알리면 더 좋아하고, 더 사지 않을까?”라고 질문한 거죠. <Q : 우리가 없으면 어떤 게 제일 불편할까 → A : 다양한 브랜드의 이야기와 가치를 알 기회조차 없겠다.> 라는 배경 아래, 29CM는 핵심 가치를 스토리텔링으로 잡았어요. ‘브랜드와 제품의 이야기를 고객에게 잘 전달하는 매개체로 우리를 정의하자. 그러니 우리의 핵심 역량도 잘 듣고 전달하는 방식이다.’라는 기준으로 우리 브랜드의 고민을 많이 했고, 커머스 브랜드 중에선 이례적으로 에디터를 많이 채용했어요. 전부 핵심가치와 관련된 것들이에요. 브랜드 주제로 책을 만들고, 앱에서 매거진을 도입하기도 하면서 계속 스토리텔링을 전달했습니다. 지금은 브랜드 코멘터리로 핵심가치를 이어가고 있고요. 29CM 브랜드북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스토리텔링 가이드에요. 그만큼 스토리에 진심이거든요.
기능적 경험을 깊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잘 하는 걸 더 극대화해서 차별화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많은 사람들은 단점을 보완하려 해요. 근데 생각해보면, 모든 브랜드와 기업들이 약점을 보완하면 결국 다 비슷해질 거거든요. 하지만 극소수는 과감하게 강점에 집중하는 시도를 하고, 더 차별화된 걸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그 강점 중에 하나가 기능적 경험이 될 수 있는 거죠. 제가 라운즈(ROUNZ)에서 했던 것도, 기능적 핵심 경험 하나를 발굴해서 그걸 끌어올린 거였어요.
또 다른 것 하나는 감성적 경험이에요. 나만의 이미지, 개성, 태도, 스타일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에요. 어려운 주제죠. 모든 브랜드가 기능적 핵심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게 없는 브랜드도 있다고 봐요. 품질과 기능이 상향평준화가 되고, 쉽게 베낄 수 있다 보면 기능적 핵심 경험을 유지하기 어려워지죠. 배민이 처음 나왔을 때는 배달음식을 앱으로 주문한다는 기능적 핵심 경험이 있었지만, 경쟁자들이 나타난 후엔 다른 핵심 경험으로 옮겼죠. 그래서 배민은 감성적 경험에 더 집중을 한 거에요. 치슐랭 가이드나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배민문방구, 배민 하면 생각나는 키치스럽고 B급 같은 코드들요. 솔직히 이런 거 한다고 매출 더 올라가는 거 아니고, 사람들이 더 주문을 많이 하지도 않아요. 그럼에도 이걸 왜 하냐면, 그 와중에 배민만의 이미지가 천천히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배민만의 감성적 경험, 개성, 태도가 쌓여가는 거죠.
혹시 여기서 카드사의 혜택을 전부 다 아시는 분 있나요? 아마 없으실 거에요. 솔직히 아무도 몰라요. 별 차이가 없거든요. 마찬가지로 기능적 핵심 경험은 사라진 거에요. 그래서 현대카드는 디자인 라이브러리, 바이닐 앤 플라스틱, 슈퍼콘서트 같은 감성적 핵심 경험에 집중한 거죠. 그러면 우리는 “현대카드 쓰는 사람들은 문화적으로 더 세련되고 수준이 높아보인다. 더 감각적이다.”라고 기억이 되는 거에요.
결국, <우리는 어떤 핵심 경험을 줄 수 있을까. 기능적으로 가능한 게 있나? 만약 있다면 그걸 날카롭게 세우는 작업을 하고, 혹여나 부족하거나 없다면 만들거나 감성적 핵심 경험을 고민하는 게 브랜딩의 시작에 있어 필요하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06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딩의 요소들
첫 번째는 차별성이에요. 책에 ‘노란색 코트’ 이야기가 있는데, 제 경험이에요. 3년 전에 샀는데, 겨울이 돼서 지하철 타면 전부 검은색 코트, 패딩, 점퍼잖아요. 전 그게 너무 싫은 거에요. 그래서 저 진짜 햇병아리 색 코트를 샀어요. 그러고 나니, 사람들이 항상 물어봐요 저와 먼 사이에 있는 분도 말을 걸더라고요. 차별성은 우리를 한 번이라도 더 볼 기회를 제공해요.
그의 브랜딩 에세이에서 볼 수 있는 노란색 코트
예전에 29CM에서 미니 쿠퍼를 걸고 이벤트를 한 적이 있었어요. 보통 앱에서 이벤트하면 스타벅스 기프티콘 같은 걸 걸잖아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유도하려 하는 게 보편적인데, 29CM에서도 우리를 알리기 위해 이벤트가 필요했어요. 어떤 걸 할까 하다가, 저희는 반대로 하기로 했어요. 자동차 걸고, 딱 한 명한테만 그냥 주자. 이런 이벤트 자체가 당시에 없었어요. 미니 쿠퍼인 이유도,당시 미니쿠퍼의 슬로건이 ‘not normal’이거였거든요. 29CM의 가치와도 맞았죠. 커스터마이징이 자유로운 것도 포인트였고요. 그래서 29CM식으로 커스텀해서 한 명한테만 드렸어요. 이거 딱 2주 진행했는데 10만 명이 참여했어요. 주변에 바이럴도 엄청 됐고요.
두 번째는 일관성과 지속성이에요. 개인적으로 전 이것이 차별성보다도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장기하를 예로 들고 싶어요. 제 기준에서 장기하는, 1집 싸구려 커피 때부터 지금까지 뭐라 설명하기 힘든 장기하스러움이 전혀 안 변했어요. 사람들은 이걸 ‘장르가 장기하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장기하를 좋아해요. 그 때나 지금이나 쭉 이어져 오니까.
일관성과 지속성 관련해서 버거킹, 우디 앨런 감독 영화도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똑같은 색깔, 똑같은 폰트를 계속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글씨체만 봐도 브랜드를 떠올리거든요. 나이키도 마찬가지에요. 항상 Just do it 캠페인을 하거든요. 제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봐왔기 때문에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죠. 배민 신춘문예도 배민이 해서 이슈가 된 게 아니라, 이런 희한한 것들을 지속적으로 해 와서 주목을 받는 거에요. 그래서 ‘배민다움’이 생겼다고 보고요. 사람은 자주 봐야 기억에 오래 남잖아요. 자주 보이려면 일관성과 지속성이 필요해요.
중요한 또 하나는 의외성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꾸준히 잘 하는 브랜드에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때 잘 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보통 감동이 생각 못 한 곳에서 발생한다고 하잖아요. 생일이 아닌 아무런 날도 아닐 때 나한테 꽃을 주면, 그 때의 감동이 생일보다 훨씬 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는 꽃을 준 사람을 더 강렬하게 기억하겠죠. 회사 앞 샌드위치 가게 사장님이 어느 날 제가 좋아하는 메뉴 하나를 미리 아껴두시고, 이름까지 기억해서 메모를 적어주신 게 너무 감동스럽더라고요. 전 그 가게를 더 많이 갈 수 밖에 없게 됐어요. 감정적인 연결이 생겼으니까요. 합정에 램프 샌드위치라는 곳이에요.(웃음)
그 이외에도 다양한 요소들- 인상, 진정성, 확장성, 위트와 센스 등 -이 합쳐져서, 남들과 나를 구분 짓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브랜딩은 끝이 없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플레이북 같은 게 있는거죠. 잠재고객에서 고객으로, 고객에서 팬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일. 그것이 브랜딩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더레이터 기웅님과 함께한 전우성 CBO님의 세션
07 브랜딩을 기획하시는 분들을 위해
일단 크게 생각하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세요. 어떤 이미지를 전달하고 보여주고 싶은지, 어떤 경험이 중요한지 같은 큰 것들은 잡으셔야 돼요. 근데 그걸 만드는 과정이 거창할 필요는 없고, 쉽지도 않아요. 그래서 저는 사소한 것부터 해보시라고 말씀드려요. 반응이 오는지 살펴보고, 안 와도 다시 시도하면 되니까요. 리스크도 적고요. 작게 시작해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고, 스케일을 키울 수 있어요. 몇천만원 들여서 BI부터 바꾸는 게 아니라 브랜드 브런치, 블로그를 만들어서 시작해볼 수 있겠죠. 거기서 브랜드 콘텐츠 시리즈로 발전하고, 광고도 운영해보고 하면서 키워가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해요.
고객 중심, 중요하죠. 다만 고객의 마음과 니즈는 자주 바뀐다고 봐요. 그걸 감안하면, 고객 중심적 생각도 필요하지만 브랜드를 중심에 두고 생각을 해야 해요. 내가 뾰족해야 나를 봐줄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어떻게 한 번이라도 더 쳐다보게 만들고 기억하게 만들지, 그런 것들도 필요해요.
숫자에 매몰되지 말아야 해요. 브랜딩은 항상 결과가 따라올 수 밖에 없어요. 앞서 제가 끝이 없는 게임이라고 말씀드린 것처럼, 브랜딩은 쭉 해야 돼요.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는데, 이걸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가야지 목표를 숫자에만 맞추면 브랜드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무너지고 깨지기 쉬워지거든요.
마지막으로 배와 물의 비유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물이 없으면 배가 못 가니까, 배가 갈 수 있게 물을 채운다고 생각해볼게요. 처음에 아무리 채워도 안 움직이다가, 배가 뜨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해요. 그 이후에도 충분한 수준까지 물을 채워야죠.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배가 순항할 수 있어요. 꾸준함을 계속 말씀드리는 이유도, 처음엔 그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서에요. 하지만 물이 많을수록 배가 더 속도를 낼 수 있거든요. 브랜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해요. 초반에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충분하지만, 꾸준히 해야만 성장의 속도가 가속을 붙는 게 브랜딩입니다. 그래서 어려운 거고요. 브랜딩을 잘 하는 기업만 더 잘 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이 비유를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웬디스의 CMO인 칼 로레도의 문장으로 토크를 마치려 합니다. “우리는 도전자입니다. 경쟁자들은 돈이 많아요. 그래서 우리는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해야 합니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고요. 소비자들도 이런 웬디스를 잘 알고 있기에, 다른 브랜드보다 우리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줘야 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누군가에겐 큰 위험처럼 보일 도전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어요.”
이 자리에 오신 도전자 여러분, 스스로에게 더 많은 자유를 허락하셔서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A
Q1.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생각과 조언
A.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저는… ‘본인의 일로 승부를 봐야 한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냥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영역에서 최고가 되라는 얘기까지는 감히 못 드리겠어요. 저도 최고가 아니니까. 하지만, ‘약점 보완’과 ‘강점 강화’를 비교해 봤을 때는 이미 하고 있는 일을 더 발전시키면 여러분만의 강점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본캐/부캐 고민을 하지 마시고, 본캐를 더 날카롭게 발전시키는 것이 퍼스널 브랜딩의 가장 빠른 길일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책을 낸 것도, 제가 브랜딩을 해 왔기 때문에 본캐로 승부를 본 것입니다. 제 관점은 그래요. (웃음)
전 퍼스널 브랜딩을 일부러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좋은 결과들을 꾸준히 쌓으면서 그게 알려지고, 저는 자연스럽게 ‘브랜딩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이 된 거에요.
Q2. 브랜딩의 중요성, 필요성을 어떤 언어로 표현해야 할까
A. 앞서 말씀드린 내용에 담겨있긴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생각하는 브랜딩의 정의와 내가 생각하는 정의가 어떻게 다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해요. 같은 단어를 언급해도 동상이몽을 할 수 있거든요. 이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클 거에요, 이걸 먼저 맞춘 후에 어떤 핵심 경험과 강점을 만들어야할지 얘기해보시는 게 순서 같습니다.
Q3. 프로젝트 리더로서 팀원을 리딩하고 독려하는 방법
A.제가 누굴 잘 챙기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래서 솔직하게 말씀드려요. ‘내가 널 케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나와 같이 뚝딱뚝딱해서 결과물을 잘 만들고 내 리드를 잘 따라오면 경력에 굵직한 한 줄을 만들어줄 수 있다. 그거 생각하고 일하자.’고 말해요. 저는 직장인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해요. ‘직장이 중심인 사람’과 ‘직업이 중심인 사람’. 두 분은 가치관이 달라요. 직장이 중심인 사람은 네임밸류, 안정성, 복지를 중요하게 여기죠. 직업이 중심인 사람은 커리어가 중요해요. 내 역할에서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지. 나는 뭘 할 수 있을지. 권한과 책임에 관심이 많아요. 저는 후자인 경우고요.
Q4. 숫자 숫자 숫자
A. “숫자를 보시면 안 돼요”라고 설득하시는건 안돼요. 저도 과거에 겪었던 경험이긴 한데, 설득을 하시려면 숫자로 보여주시는 것 자체는 필요해요. 다만 매몰되지 말자고 하는 건, 숫자로만 브랜드의 컨셉, 개성을 무시하는 부분이죠. 저는 미니 쿠퍼 이벤트 성과를 명확히 보여드렸고, 그 이후에 제가 하는 것들에 대한 질문을 받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실패한 것도 많죠. 다만 성공의 기준은 ‘우리 브랜드만의 뾰족한 걸 보여주고 유지할 수 있었나’ 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5. 좋아하는 브랜드에 입사해서 실무를 맡게 됐는데, 무엇부터 시작을 해야 할까
A. 책에 보면 ‘1등 회사의 브랜딩’이라는 부분이 있어요. 1등은 사실 뒤집어질 수 있는 거거든요. 1등일수록 오히려 더 브랜딩을 차별화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지의 간격을 꾸준히 더 벌려놔야 하니까요. 브랜드의 정체성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시작이 반이어서, 뭐든 시작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큰 걸 바라지 마시고, 작은 것부터. 하는 일이나 방식을 살짝 틀어보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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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션 맛보기>는 비마이비의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된 선배들은 어떻게 일할까?> 시리즈 세션의 첫 번째 순서, 전우성 라운즈 CBO의 저서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바탕으로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딩> 세션 (2023년 4월 14일 진행)을 현장감을 살려 옮겨 담았습니다.
이 시리즈의 모든 <세션 맛보기>는 본문 하단에 있습니다.
연사와 강연, 현장에 따라 분량과 톤앤매너가 다를 수 있습니다 : )
북토크 패키지 구매 멤버에게 전달한 책 꾸러미
제가 드릴 말씀은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에요. 책에 있는 내용중에서, 그 중에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들 - 브랜딩이 무엇인지, 마케팅과 어떻게 다른지, 좋은 브랜딩엔 무엇이 필요한지 - 에 대해 말하려고요.
저는 전우성이라고 하고요, 제 첫 책이었던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는 실제 사례 위주였어요. 제 머릿속 브랜딩에 대한 생각이 많다는 것을 발견을 했고, 미처 담지 못한 내용들과 브랜딩을 하시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내용을 이번 <마음을 움직이는 일>에 더 눌러 담았습니다.
세션의 첫 문을 연 전우성 CBO
01 브랜딩의 시대
여러분 모두 브랜딩 관심 있어서 모이셨잖아요. 저는 직장인 경력이 한 20년 되고, 브랜딩이라는 것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경력이 17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땐 브랜딩이란 말도 없었어요. 일을 해 오면서, 요즘처럼 브랜딩이 핫한 시대가 있었나 싶어요. 솔직히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퍼스널 브랜딩 같은 게 유행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정말 지금은 브랜딩의 시대잖아요.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브랜딩이 무엇인가’를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죠. 저는 그전에, 목적구매와 가치소비를 먼저 언급하고 싶어요.
우리의 소비를 나눠본다면 목적구매, 가치소비 크게 두 가지 같아요. 목적구매는 이런 거에요. 목이 마른데 편의점에 가서 물을 사는 것. 배고파서 쌀과 밥솥을 사는 것. 주로 의식주 활동에서 일어나는 거죠. 사실 목적구매라는 게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 현대사회가 발전한 기원이기도 해요.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생필품들은 목적구매로 연결이 되죠. 이걸 잘 생각해보면 두 가지 요소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퀄리티와 가격. 더 좋은 쌀을 사고 싶고, 품질로 승부가 안 되면 가격을 낮춰야 해요.
시대가 발전을 하면서 이 ‘퀄리티’라고 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가 됐다고 봐요. 예를 들어 화장품만 봐도 정말 다양한 브랜드가 있지만, 그 근원을 보면 같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결과적으로는 가격을 낮출 수 밖에 없었어요. 그렇다보니 기업의 이윤도 줄어들고, 가격 전쟁으로 이어지는 거죠. 이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나온 것이 가치소비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제품을 구매를 할 때, 그 브랜드나 제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거에요. 내가 그 물건을 샀을 때 얻는 가치는 ‘퀄리티’가 아니라, ‘이미지적인 가치’인 거죠. 이런 개념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사회에 들어오면서 가치소비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퀄리티를 높이면서 더 높은 가격으로 받거나, 같은 퀄리티여도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는 요소가 되었어요. 가격의 장벽을 뛰어넘는 무언가, 이것이 브랜딩과 연결이 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브랜딩은 남들과 나를 구분 짓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브랜드 입장에선 방법이 어떻게 됐든 가치를 부여할 수 있지만, 이 가치라는 것이 기업과 브랜드가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도 부여할 수 있거든요. 어떤 물건을 소비해서 남들과 다른 나만의 가치를 만들 수 있는거죠. 저는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나이키 공홈에 들어가요. 스니커즈나 리미티드를 꼭 들여다보고, 사지 않아도 구경하거든요. 저는 지금 다른 신발을 신고 있기도 하지만, 퀄리티의 면에서 나이키가 다른 브랜드보다 특출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런데도 왜 나이키를 선택하는가 생각해보면, 나이키를 선택했을 때 내가 얻을 수 있는 이미지 때문이에요. 나이키를 신은 내 모습이 남들과 구별되는 무언가가 되고, 거기서 부여되는 나의 이미지가 차별화된다. 그걸 향유하고 싶은 거죠. 그래서 저는 나이키를 선택을 하는 겁니다.
여러분 모두 이런 경험이 있을 거에요. 왜 굳이 그 브랜드, 아이템을 사는가 물어보면 다 이유가 있는 거죠. 입고 쓰고 착용한 모습이 나만의 아이덴티티의 표현이 될 수 있는 거니까요. 가성비 vs. 가심비, 승차감 vs. 하차감도 비슷한 얘기 같아요. 가심비는 결국 내가 샀을 때 심리적으로 값어치가 높은 거고,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차를 몰았을 때 이미지가 중요한 거에요. 개인적으로 볼보를 몰면서 그런 생각을 해요. 볼보에서 내렸을 때 저의 모습을 ‘가족을 사랑하는 이미지’로 만들어지는 게 좋았거든요. 볼보가 주는 안전이라는 가치 때문에 저는 볼보를 선택했어요. 그래서 결국 브랜드다운 모습을 정의하고, 브랜드답게 만드는 모든 과정이 브랜딩이라고 생각을 해요. 브랜딩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에요. 계속 그런 것들을 만들어가고, 남들과 나를 구분짓는 가치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계속 전달을 해야 하는 과정이 브랜딩인 거죠.
02 브랜딩의 목적
그러면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겠죠. 브랜딩을 왜 해야 하는가. 그 목적이 세일즈(판매)인가요? 사실 세일즈는 결과에 더 가깝죠. 제 생각에 브랜딩의 목적은, 얼추 아는 100명보다 열광하는 1명을 만드는 것입니다. 오늘 나이키에선 뭐가 나왔나, 한정판 품절되면 어쩌지 안절부절하는 사람을 만드는 게 브랜딩인 거죠. 그런 팬들에겐 브랜드가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에요. 아디다스 3개를 준다 해도 나이키 에어맥스 97 한정판을 선택하는 것처럼요.
리세일 브랜드가 얼마나 가치가 뛰는지 표기한 그래프가 있어요. 나이키가 크롬하츠, 에르메스, 보테가 베네타, 롤렉스보다도 높이 뛰어요. 그만큼 갖고 싶은 사람들 즉, 팬이 많은 거죠. 세일즈는 결국 브랜딩의 결과에 더 가깝습니다.
03 마케팅과 브랜딩
저는 마케팅은 판매고를 올리기 위한 직접적인 모든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보면, 침대를 사러 간다고 했을 때 매장에 들어가서 구경 하면 영업사원분이 오셔서 제품을 설명을 해 주죠. 그런 설명을 듣다 보면 설득이 되는 포인트가 있고요. 그런데 제가 그것만 보고 살 수는 없잖아요. 다른 것도 보고 올게요 하고 나가려는 순간, 영업사원분이 말하는 거죠. “백화점 할인도 있고, 상품권 행사에 제 권한으로 사은품도 드릴 수 있어요.”처럼요. 그래서 결국 저는 그 침대를 사게 될 수도 있는 거고요. 전 이런 행위들이 마케팅이라고 생각을 해요. 우리가 말하는 디지털 마케팅하고 영역만 다르지 비슷하다고 보거든요. 침대 배너를 클릭하는 순간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되는 거고, 세일즈 포인트들이 영업사원이 말하는 것과 비슷하겠죠. 홈페이지를 나가려는 순간 할인행사 이벤트, 쿠폰 같은 게 보이는 거고요. 이런 활동들이 저는 마케팅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브랜딩은 무엇일까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 시몬스 매장을 봤는데, 뭔가 특이한 거에요. 들어가보니까 뭔가 느낌이 있어요. 침대가 없고, 이런 느낌의 굿즈들과 인테리어. 시몬스가 말하고 싶은 느낌의 아기자기한 액세서리들이 가득한 곳에 들어간 거에요. 그럼 ‘왜 침대가 없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서 사진도 찍고 인스타그램에도 올리죠. 그러다 보니까 소문이 퍼져서, 사람들이 더 많이 와서 줄을 서고, 또 알려지죠. 실제로 들어가서 굿즈를 사서 집으로 간 활동들은 기억에 남겠죠. 침대는 없지만, 팝업 스토어에 들어간 경험들이 이미지로 남는 거에요. 이 사람이 침대가 필요해서 백화점에 다시 갔을 때, 시몬스를 샀을까요?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에요. 하지만 그 사람 머릿속에 시몬스라는 브랜드는 있어요. 그럼 이 사람은 시몬스 매장을 분명히 방문해볼 거에요. 제품을 구매하는 것 까진 알 수 없지만요. 참고로 자료에 의하면 시몬스는 오프라인 매장 수를 계속 줄이고 있는데, 매출은 계속 올라가고 있어요. 브랜딩이 워킹working하는 걸까요? 사실 이것도 확답하긴 어려워요.
시몬스는 이전부터 침대가 안 나오는 광고를 해왔어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알 수 없지만, 브랜드의 이미지와 느낌을 계속 전달을 하고 있었어요. 팝업 스토어, TVC, 유튜브 광고 등등으로. 그러면 ‘브랜딩이 워킹한다’는 걸 짐작을 할 수는 있죠.
04 브랜딩에 대한 오해들
보통 브랜딩이라고 하면 ‘로고 바꾸고, 디자인 바꾸고, 컬러도 바꾸자’라는 얘기를 많이 하죠.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비주얼 아이덴티티와 브랜딩이 같은 의미로 쓰였어요.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같다고 할 수 없는 게,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비주얼 아이덴티티는 결국 외모를 바꾸는 거거든요. 우리가 어떤 사람을 좋아할 때 이유가, 단순히 외모만은 아니잖아요. 외모가 시선을 끌 수는 있어도, 그 외 다양한 것들이 그 사람을 좋아하게 만들죠. 스타일, 개성, 생각, 태도, 활동, 말투 등등. 그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작용을 하는 거에요.
브랜딩도 마찬가지에요. BI와 CI도 중요하지만 그 이외의 것들을 신경써야 하는 것도, 우리 고객들 - 브랜딩의 대상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파타고니아의 “DON’T BUY THIS JACKET” 광고 유명하죠. 전 사실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가, 예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이런 광고를 내서 “이거 하나 살 바에 입고 있는 거 잘 입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삐딱하게 보일 수 있지만, 창업자가 모든 지분을 환경단체에 기부한 걸 보면 파타고니아가 진심이라는 게 보이죠. 파타고니아의 생각, 태도, 활동이 좋아서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는 거에요. 전 사실 이 뉴스 듣고 실제로 파타고니아 제품을 샀어요. 멋있어서. 파타고니아의 정신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이걸 입은 사람들이 나를 환경 신경쓰는 사람으로 인지하지 않을까 싶어서.
우리가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고 움직이는 일은 디자인만의 일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돼 이루어지는 게 중요합니다. 시각적인 것으로만 된다는 게 아니란 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마케팅은 “I’m a great flower”라고 말하는 것이라면, 브랜딩은 고객이 “I understand that you are a great flower”라고 말하게 만드는 거죠.
여러분은 어떤 문장이 가장 와닿나요?
05 브랜딩의 시작
정답은 없지만, 저의 사례를 예시로 말씀 드릴게요. 저는 ‘핵심경험’이라고 하는 것들을 가장 먼저 생각해요. 핵심경험은 고객이 우리 브랜드가 투영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방문하거나 경험했을 때 반드시 느껴야 하는 경험이에요. 딱 하나만, 어떤 경험을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까 정하는 거죠. 전 이걸 기능적 경험과 감성적 경험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능적 경험은 쉽게 말하자면 나만의 강점이에요. ‘난 남들보다 뭘 잘 한다.’ 이런 거요. 어떻게 보면 이게 브랜드의 기능적 측면에서 존재 이유가 될 수도 있겠죠. 이 답을 도출하기 위해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요.
- 탄생의 배경 : 어떤 시장이 형성되고 브랜드가 진입한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왜 굳이 진입했는가’ 생각해보는 거죠. 경쟁자들보다 ‘이것 하나’는 잘 한다, 이걸 가지고 진입을 했을 거에요. 제가 일하면서 느낀 점인데, 탄생 시점의 브랜드의 강점이 시간이 갈 수록 많이 희석이 되더라고요. 신경써야 할 게 너무 많거든요. 그러다보면 어떤 강점으로 브랜드를 시작했는지 잊혀지는 경우가 많아요. 브랜딩은 이걸 다시 발굴해서 증폭시키는 것이죠. 그래서 배경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 왜 알아야 하는가 : 사실 사람들이 알아야 할 이유가 없으면, 브랜드의 존재 이유도 없는 거죠. “이 브랜드가 없다면 사람들이 뭘 가장 불편해할까” 생각해 본다고도 할 수 있어요.
제가 맡았었던 29CM를 예로 들어볼게요. 29CM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습니다.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들이 각자 스토리와 가치를 가지고 있는데, 29CM 이전에는 이런 요소들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29CM는 “이런 가치를 잘 알리면 더 좋아하고, 더 사지 않을까?”라고 질문한 거죠. <Q : 우리가 없으면 어떤 게 제일 불편할까 → A : 다양한 브랜드의 이야기와 가치를 알 기회조차 없겠다.> 라는 배경 아래, 29CM는 핵심 가치를 스토리텔링으로 잡았어요. ‘브랜드와 제품의 이야기를 고객에게 잘 전달하는 매개체로 우리를 정의하자. 그러니 우리의 핵심 역량도 잘 듣고 전달하는 방식이다.’라는 기준으로 우리 브랜드의 고민을 많이 했고, 커머스 브랜드 중에선 이례적으로 에디터를 많이 채용했어요. 전부 핵심가치와 관련된 것들이에요. 브랜드 주제로 책을 만들고, 앱에서 매거진을 도입하기도 하면서 계속 스토리텔링을 전달했습니다. 지금은 브랜드 코멘터리로 핵심가치를 이어가고 있고요. 29CM 브랜드북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스토리텔링 가이드에요. 그만큼 스토리에 진심이거든요.
기능적 경험을 깊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잘 하는 걸 더 극대화해서 차별화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많은 사람들은 단점을 보완하려 해요. 근데 생각해보면, 모든 브랜드와 기업들이 약점을 보완하면 결국 다 비슷해질 거거든요. 하지만 극소수는 과감하게 강점에 집중하는 시도를 하고, 더 차별화된 걸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그 강점 중에 하나가 기능적 경험이 될 수 있는 거죠. 제가 라운즈(ROUNZ)에서 했던 것도, 기능적 핵심 경험 하나를 발굴해서 그걸 끌어올린 거였어요.
또 다른 것 하나는 감성적 경험이에요. 나만의 이미지, 개성, 태도, 스타일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에요. 어려운 주제죠. 모든 브랜드가 기능적 핵심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게 없는 브랜드도 있다고 봐요. 품질과 기능이 상향평준화가 되고, 쉽게 베낄 수 있다 보면 기능적 핵심 경험을 유지하기 어려워지죠. 배민이 처음 나왔을 때는 배달음식을 앱으로 주문한다는 기능적 핵심 경험이 있었지만, 경쟁자들이 나타난 후엔 다른 핵심 경험으로 옮겼죠. 그래서 배민은 감성적 경험에 더 집중을 한 거에요. 치슐랭 가이드나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배민문방구, 배민 하면 생각나는 키치스럽고 B급 같은 코드들요. 솔직히 이런 거 한다고 매출 더 올라가는 거 아니고, 사람들이 더 주문을 많이 하지도 않아요. 그럼에도 이걸 왜 하냐면, 그 와중에 배민만의 이미지가 천천히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배민만의 감성적 경험, 개성, 태도가 쌓여가는 거죠.
혹시 여기서 카드사의 혜택을 전부 다 아시는 분 있나요? 아마 없으실 거에요. 솔직히 아무도 몰라요. 별 차이가 없거든요. 마찬가지로 기능적 핵심 경험은 사라진 거에요. 그래서 현대카드는 디자인 라이브러리, 바이닐 앤 플라스틱, 슈퍼콘서트 같은 감성적 핵심 경험에 집중한 거죠. 그러면 우리는 “현대카드 쓰는 사람들은 문화적으로 더 세련되고 수준이 높아보인다. 더 감각적이다.”라고 기억이 되는 거에요.
결국, <우리는 어떤 핵심 경험을 줄 수 있을까. 기능적으로 가능한 게 있나? 만약 있다면 그걸 날카롭게 세우는 작업을 하고, 혹여나 부족하거나 없다면 만들거나 감성적 핵심 경험을 고민하는 게 브랜딩의 시작에 있어 필요하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06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딩의 요소들
첫 번째는 차별성이에요. 책에 ‘노란색 코트’ 이야기가 있는데, 제 경험이에요. 3년 전에 샀는데, 겨울이 돼서 지하철 타면 전부 검은색 코트, 패딩, 점퍼잖아요. 전 그게 너무 싫은 거에요. 그래서 저 진짜 햇병아리 색 코트를 샀어요. 그러고 나니, 사람들이 항상 물어봐요 저와 먼 사이에 있는 분도 말을 걸더라고요. 차별성은 우리를 한 번이라도 더 볼 기회를 제공해요.
그의 브랜딩 에세이에서 볼 수 있는 노란색 코트
예전에 29CM에서 미니 쿠퍼를 걸고 이벤트를 한 적이 있었어요. 보통 앱에서 이벤트하면 스타벅스 기프티콘 같은 걸 걸잖아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유도하려 하는 게 보편적인데, 29CM에서도 우리를 알리기 위해 이벤트가 필요했어요. 어떤 걸 할까 하다가, 저희는 반대로 하기로 했어요. 자동차 걸고, 딱 한 명한테만 그냥 주자. 이런 이벤트 자체가 당시에 없었어요. 미니 쿠퍼인 이유도,당시 미니쿠퍼의 슬로건이 ‘not normal’이거였거든요. 29CM의 가치와도 맞았죠. 커스터마이징이 자유로운 것도 포인트였고요. 그래서 29CM식으로 커스텀해서 한 명한테만 드렸어요. 이거 딱 2주 진행했는데 10만 명이 참여했어요. 주변에 바이럴도 엄청 됐고요.
두 번째는 일관성과 지속성이에요. 개인적으로 전 이것이 차별성보다도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장기하를 예로 들고 싶어요. 제 기준에서 장기하는, 1집 싸구려 커피 때부터 지금까지 뭐라 설명하기 힘든 장기하스러움이 전혀 안 변했어요. 사람들은 이걸 ‘장르가 장기하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장기하를 좋아해요. 그 때나 지금이나 쭉 이어져 오니까.
일관성과 지속성 관련해서 버거킹, 우디 앨런 감독 영화도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똑같은 색깔, 똑같은 폰트를 계속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글씨체만 봐도 브랜드를 떠올리거든요. 나이키도 마찬가지에요. 항상 Just do it 캠페인을 하거든요. 제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봐왔기 때문에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죠. 배민 신춘문예도 배민이 해서 이슈가 된 게 아니라, 이런 희한한 것들을 지속적으로 해 와서 주목을 받는 거에요. 그래서 ‘배민다움’이 생겼다고 보고요. 사람은 자주 봐야 기억에 오래 남잖아요. 자주 보이려면 일관성과 지속성이 필요해요.
중요한 또 하나는 의외성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꾸준히 잘 하는 브랜드에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때 잘 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보통 감동이 생각 못 한 곳에서 발생한다고 하잖아요. 생일이 아닌 아무런 날도 아닐 때 나한테 꽃을 주면, 그 때의 감동이 생일보다 훨씬 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는 꽃을 준 사람을 더 강렬하게 기억하겠죠. 회사 앞 샌드위치 가게 사장님이 어느 날 제가 좋아하는 메뉴 하나를 미리 아껴두시고, 이름까지 기억해서 메모를 적어주신 게 너무 감동스럽더라고요. 전 그 가게를 더 많이 갈 수 밖에 없게 됐어요. 감정적인 연결이 생겼으니까요. 합정에 램프 샌드위치라는 곳이에요.(웃음)
그 이외에도 다양한 요소들- 인상, 진정성, 확장성, 위트와 센스 등 -이 합쳐져서, 남들과 나를 구분 짓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브랜딩은 끝이 없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플레이북 같은 게 있는거죠. 잠재고객에서 고객으로, 고객에서 팬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일. 그것이 브랜딩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더레이터 기웅님과 함께한 전우성 CBO님의 세션
07 브랜딩을 기획하시는 분들을 위해
일단 크게 생각하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세요. 어떤 이미지를 전달하고 보여주고 싶은지, 어떤 경험이 중요한지 같은 큰 것들은 잡으셔야 돼요. 근데 그걸 만드는 과정이 거창할 필요는 없고, 쉽지도 않아요. 그래서 저는 사소한 것부터 해보시라고 말씀드려요. 반응이 오는지 살펴보고, 안 와도 다시 시도하면 되니까요. 리스크도 적고요. 작게 시작해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고, 스케일을 키울 수 있어요. 몇천만원 들여서 BI부터 바꾸는 게 아니라 브랜드 브런치, 블로그를 만들어서 시작해볼 수 있겠죠. 거기서 브랜드 콘텐츠 시리즈로 발전하고, 광고도 운영해보고 하면서 키워가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해요.
고객 중심, 중요하죠. 다만 고객의 마음과 니즈는 자주 바뀐다고 봐요. 그걸 감안하면, 고객 중심적 생각도 필요하지만 브랜드를 중심에 두고 생각을 해야 해요. 내가 뾰족해야 나를 봐줄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어떻게 한 번이라도 더 쳐다보게 만들고 기억하게 만들지, 그런 것들도 필요해요.
숫자에 매몰되지 말아야 해요. 브랜딩은 항상 결과가 따라올 수 밖에 없어요. 앞서 제가 끝이 없는 게임이라고 말씀드린 것처럼, 브랜딩은 쭉 해야 돼요.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는데, 이걸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가야지 목표를 숫자에만 맞추면 브랜드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무너지고 깨지기 쉬워지거든요.
마지막으로 배와 물의 비유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물이 없으면 배가 못 가니까, 배가 갈 수 있게 물을 채운다고 생각해볼게요. 처음에 아무리 채워도 안 움직이다가, 배가 뜨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해요. 그 이후에도 충분한 수준까지 물을 채워야죠.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배가 순항할 수 있어요. 꾸준함을 계속 말씀드리는 이유도, 처음엔 그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서에요. 하지만 물이 많을수록 배가 더 속도를 낼 수 있거든요. 브랜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해요. 초반에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충분하지만, 꾸준히 해야만 성장의 속도가 가속을 붙는 게 브랜딩입니다. 그래서 어려운 거고요. 브랜딩을 잘 하는 기업만 더 잘 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이 비유를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웬디스의 CMO인 칼 로레도의 문장으로 토크를 마치려 합니다. “우리는 도전자입니다. 경쟁자들은 돈이 많아요. 그래서 우리는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해야 합니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고요. 소비자들도 이런 웬디스를 잘 알고 있기에, 다른 브랜드보다 우리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줘야 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누군가에겐 큰 위험처럼 보일 도전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어요.”
이 자리에 오신 도전자 여러분, 스스로에게 더 많은 자유를 허락하셔서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A
Q1.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생각과 조언
A.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저는… ‘본인의 일로 승부를 봐야 한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냥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영역에서 최고가 되라는 얘기까지는 감히 못 드리겠어요. 저도 최고가 아니니까. 하지만, ‘약점 보완’과 ‘강점 강화’를 비교해 봤을 때는 이미 하고 있는 일을 더 발전시키면 여러분만의 강점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본캐/부캐 고민을 하지 마시고, 본캐를 더 날카롭게 발전시키는 것이 퍼스널 브랜딩의 가장 빠른 길일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책을 낸 것도, 제가 브랜딩을 해 왔기 때문에 본캐로 승부를 본 것입니다. 제 관점은 그래요. (웃음)
전 퍼스널 브랜딩을 일부러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좋은 결과들을 꾸준히 쌓으면서 그게 알려지고, 저는 자연스럽게 ‘브랜딩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이 된 거에요.
Q2. 브랜딩의 중요성, 필요성을 어떤 언어로 표현해야 할까
A. 앞서 말씀드린 내용에 담겨있긴 하지만, 클라이언트가 생각하는 브랜딩의 정의와 내가 생각하는 정의가 어떻게 다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해요. 같은 단어를 언급해도 동상이몽을 할 수 있거든요. 이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클 거에요, 이걸 먼저 맞춘 후에 어떤 핵심 경험과 강점을 만들어야할지 얘기해보시는 게 순서 같습니다.
Q3. 프로젝트 리더로서 팀원을 리딩하고 독려하는 방법
A.제가 누굴 잘 챙기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래서 솔직하게 말씀드려요. ‘내가 널 케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나와 같이 뚝딱뚝딱해서 결과물을 잘 만들고 내 리드를 잘 따라오면 경력에 굵직한 한 줄을 만들어줄 수 있다. 그거 생각하고 일하자.’고 말해요. 저는 직장인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해요. ‘직장이 중심인 사람’과 ‘직업이 중심인 사람’. 두 분은 가치관이 달라요. 직장이 중심인 사람은 네임밸류, 안정성, 복지를 중요하게 여기죠. 직업이 중심인 사람은 커리어가 중요해요. 내 역할에서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지. 나는 뭘 할 수 있을지. 권한과 책임에 관심이 많아요. 저는 후자인 경우고요.
Q4. 숫자 숫자 숫자
A. “숫자를 보시면 안 돼요”라고 설득하시는건 안돼요. 저도 과거에 겪었던 경험이긴 한데, 설득을 하시려면 숫자로 보여주시는 것 자체는 필요해요. 다만 매몰되지 말자고 하는 건, 숫자로만 브랜드의 컨셉, 개성을 무시하는 부분이죠. 저는 미니 쿠퍼 이벤트 성과를 명확히 보여드렸고, 그 이후에 제가 하는 것들에 대한 질문을 받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실패한 것도 많죠. 다만 성공의 기준은 ‘우리 브랜드만의 뾰족한 걸 보여주고 유지할 수 있었나’ 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5. 좋아하는 브랜드에 입사해서 실무를 맡게 됐는데, 무엇부터 시작을 해야 할까
A. 책에 보면 ‘1등 회사의 브랜딩’이라는 부분이 있어요. 1등은 사실 뒤집어질 수 있는 거거든요. 1등일수록 오히려 더 브랜딩을 차별화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지의 간격을 꾸준히 더 벌려놔야 하니까요. 브랜드의 정체성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시작이 반이어서, 뭐든 시작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큰 걸 바라지 마시고, 작은 것부터. 하는 일이나 방식을 살짝 틀어보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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