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세션] 막걸리의 새 '지평'을 연 지평막걸리

세월은 흘러 버린 시간을 의미하지만, 변치 않기 위해 견뎌 온 시간을 뜻하기도 합니다. 더욱이 변화의 시대라고 하여 새로운 것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또 빠르게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요즘.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한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진정 한 우물을 파며 세월을 빚고 잇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할아버지부터 이어져 온 전통에 대한 확신 그리고 변치 않는 물맛과 손맛에 대한 믿음으로 좋은 술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 지평주조가 주인공 입니다.


못 보던 막걸리가 있네?
응? 1925년부터 있었던 막걸리라고?!


초록색 병들 사이에서 어느 순간 자태를 드러난 고운 하얀 병. 현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오래된 느낌의 글씨가 라벨을 둘러싼 막걸리. 어느 순간 자주 보여서 눈길이 가던, 마셔보면 달달하고 부드러운 향과 맛이 매력적인, 세월이라는 이름 속에 유구한 역사와 풍부한 드라마가 들어있는, 이 모든 수식어가 함께 어우러지는 막걸리 브랜드가 있습니다. 이제는 세월에 세련을 더하며 저물어가던 막걸리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지평주조 지평막걸리의 이야기 Be my B에서 만나보았습니다.


1. 주제 : Be my B;세월을 빚다 with <지평막걸리>
2. 일시 : 2020.01.14(화) 7:30 PM
3. 장소 : 플레이스캠프 성수 10층 Playground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 7길 11)




세월에 세련을 더한
지평 막걸리



2020년 1월, Be my B에서는 'Oldies but Goodies(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브랜드)'를 주제로 3개의 브랜드 세션이 열립니다. 그 첫 번째, 1925년부터의 역사를 가지고, 소규모의 지역 막걸리에서 전국적인 유명 인사가 된 막걸리 브랜드 지평 막걸리입니다. 지평 막걸리는 경기도 양평 작은 지역 양조장, 지평주조에서 1925년 처음 만들어져 이제는 맛에 멋을 더하여 2030 젊은 세대에게 사랑받고 있죠. 10년 전만 하더라도 그저 오래된 양조장으로 문을 닫을 뻔했던 지평 막걸리가 전국적인 사랑을 받으며 막걸리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데에는 28세의 젊은 나이로 4대 주조로 부임한 김기환 대표가 있었습니다. 



  당신에게 지평 막걸리는 어떤 막걸리인가요?  

  #못 보던 막걸리, 요즘 뜨는 막걸리?  


지평주조의 김기환 대표는 지평 막걸리가 어떤 술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가를 해시태그로 먼저 설명하며 세션을 열었습니다. #못 보던 막걸리, #요즘 뜨는 막걸리, #달달한 막걸리,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막걸리. 지평주조는 현재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내부적인 요소와 막걸리 시장과 같은 외부적 환경에 집중했습니다. 왜 그런 평가를 받게 되었는지에 대한 브랜드 내/외부적 요소들을 짚어가며 10년간 일궈낸 사업적 노력의 효과성을 확인하고 또 앞으로 강화할 부분들을 짚어 나간 것이죠. 한 순간에 풀어낸 지평 막걸리의 요즘 키워드지만, 이 모든 것을 알아내기까지 많은 과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역사적 유산으로   

  다시 탄생한 브랜드  


2009년 취임 당시, 낡은 양조장과 당시 수제로 만들었던 막걸리의 제조 모습을 보여주며 물었습니다. "사진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세션에 참여한 참가자들의 입을 통해 돌아온 답은 '오래되었다', '낡았다', '역사와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 였습니다. 



이런 인식과 느낌을 옛 것이 주는 브랜드적 가치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특히, 아버지를 따라 들어갔던 옛날 양조장의 모습을 기억하며, 어두운 양조장 나무 틈 사이로 들어왔던 햇빛과 자신의 몸만 했던 커다란 항아리와 같은 것에 대한 애착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 옛 것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돌아보았습니다. 1925년 지어져, 6.25 전쟁 때는 UN사령부로 사용되기도 한 지평주조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 것이죠. 지평주조에 6.25 전시관을 꾸미고 지평주조의 모습을 형상화한 로고와 영업 브로슈어를 제작한 것이 브랜드 첫걸음이었습니다. 



  맛있는 술을 널리 널리  

  그것이 지평이니까  


무엇인가를 다시 제대로 바로 잡는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지평 역시 같은 고민이었습니다. 지평주조를 널리 알리고, 막걸리 시장에서 한몫을 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은데 수제와 옛 것을 강조하며 유지해 온 당시의 시스템으로는 품질관리를 하기 힘들었습니다. 여기에 막걸리는 온도와 습도의 미세한 차이로도 맛이 천차만별이고, 시골에서 사람을 구하기란 쉽지가 않았습니다. 


본질에 집중하여 좋은 옛 맛을 유지하고 전하기 위해서는 1) 체계적인 자동화 시스템과 2)버리는 막걸리를 최소화하는 대리점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당시 막걸리 시장 호황으로 대형마트에서 유통 제안이 오고, 인문학적으로 막걸리를 풀어내는 외부적인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더 좋은 막걸리를 위해 제대로 된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맥주공장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체계화된 관리 시스템과 전국 대리점 유통망 구축. 뭐하나 쉽지 않았지만 스스로 뛰어들어 달성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지평의 브랜드적 가치의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맛있는 막걸리와 그것이 눈에 보이게 하겠다는 목표를 이뤄내게 되었습니다.



  "마케팅 1년 반 만에,   

  지평을 마시는 사람들이 젊어졌습니다"  


지평주조는 마케팅팀이 생긴지 1년 반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해야한다는 필요성은 알았지만 서울이 아닌 곳에서 일하는 것을 지원하는 사람도 적었고 회사도 여유가 부족했습니다. 고민하다 서울로 올라왔고 지금의 마케팅팀이 꾸려졌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슈가 되기까지 지평막걸리의 고민과 규칙은 명확했습니다. 1) 지평 막걸리의 브랜드 가치와 본질을 왜곡되지 않게 잘 전달하기, 2)당장 기업이 실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3)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 이었습니다.



지평주조는 지평을 만드는 사람들에 주목해 콘텐츠화했습니다. 페이스북 콘텐츠 '지평을 여는 사람들' 이야기죠. 지평의 임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카드 뉴스로 기업 이미지를 전달했습니다. 지평이 가져오던 수제 막걸리의 장인정신이 현대화, 콘텐츠화되어 효과적으로 전달된 건 아닐까 싶네요. 


또 하나, 워낙 젊은 층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브랜드를 접하는 만큼 지평은 그 채널에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대림미술관 구슬모아당구장과 함께 협업한 막걸리 빚기 체험, 고려대학교 응원단과 협업한 응원용 비닐봉지 협찬, 지평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음식점을 소개하는 '지평미식회' 콘텐츠 등 그 외에도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덕분에 지평을 즐기는 사람이 젊어졌습니다. 오래된 현판을 그대로 따온 라벨은 뉴트로 열풍에 '힙'한 것이 되었고, 브랜드는 더욱 풍부한 모습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것을 새로운 방법으로 전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서요. 앞으로도 지평은 더욱 다양한 채널로 다가가려 합니다. 올해 하반기 오픈을 앞두고 있는, 복원된 지평주조입니다. 김 대표는 여기서 막걸리 빚기 체험과 같이 경험을 제공하고 소비자와 연결될 수 있는 장이자 지평주조의 옛 수제 막걸리를 맛볼 수 있도록 구상 중이라고 합니다.



지평막걸리 브랜드 세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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