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브랜드의 자기다움 찾기 | 석윤이 대표 / 성장하기 위해 작아지는 브랜드 <2>

비마이비는 디자인 하우스의 월간 <디자인>과 함께 특별한 컨퍼런스 <성장을 위해 작아지는 브랜드>를 열었어요. 잘나가는 스몰 브랜드를 모아 그들의 여정을 들어보았는데요. 아보카도, 모스, 그릭데이, 콜린스가 전하는 그들의 인사이트, 뜨거운 현장을 <세션 맛보기>로 옮겨왔습니다.


각 브랜드는 어떤 키워드를 갖고 있기에,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요? 바로 여기에 그 답이 있습니다. 연사의 친근한 어투를 살려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하니 끝까지 재미있게 주목해 주세요🤗✨


<성장을 위해 작아지는 브랜드>의 연사 Line-up👀
✨ 아보카도 : 한재호 팀장
✨ 모스 : 석윤이 대표
✨ 그릭데이 : 김현미 CBO
✨ 콜린스 : 이광배 브랜드 디렉터


01 디자인 브랜드의 자기다움 찾기 : 석윤이 모스 mohs 대표

오늘 자리를 앞두고 어떤 이야기를 드릴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10년 넘게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하다 독립을 하고, 좌충우돌 브랜드를 운영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해요. 모스라는 브랜드를 만들면서 다른 일들도 파생이 됐고요. 그 과정을 보여드리면서, 어떻게 브랜드의 색을 입히고 있는지 말씀드릴게요.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고 싶은 것을 디자인하는 모스 / [사진 비마이비]


이름은 모스(mohs)라고 지었는데요. Show와 관련된 이름을 생각하다, 이리저리 조합하는 과정에서 만들게 됐어요. 저는 북디자인을 오래 했는데, 일한 회사에서 문구 브랜드와 뮤지엄도 하고 옷도 팔아봤어요. 동시에 책의 전통에서는 벗어나지 않은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디자인 자체가 대부분 모노톤이던 시절에, 밝은 색을 많이 시도했어요. 저는 색이 경험에 의해서 확장되고, 어떤 색을 경험하느냐에 따라 더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다 생각하거든요.

신입 시절에, 움베르토 에코 전집을 내면서 색에 대한 경험을 했어요. 25권이 하나의 오브제처럼 보여야 하는 과제였는데, 그 때 팬톤 색깔을 제일 많이 써봤어요. 25권을 작업할 때와 1권 작업할 때의 임팩트가 너무 다르더라고요. 책의 표지 뿐만 아니라 여러 자세로 놓였을 때의 모습도 고려했고, 동시에 의미까지 신경 써야 했죠. 재밌더라고요. 세트이면서 세트가 아닌 것 같은 책을 만드는 노력과 다양한 실험을 했습니다. 덕분에 그래픽 디자인상도 수상했습니다.


02 브랜드를 시작하다

독립한 이후에는 더욱 치열하게 일했어요. 1년 동안은 정말 안 가리고 일을 다 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재미도 챙길 수 있었어요. 책으로 하는 실험을 확장할 수 있었고, 여러 회사와 일하는 경험도 넓혔어요. 디자인에 큰 신경 안 쓰는 곳도 있고, 자금 사정 힘든 곳도 있고요. 제가 디자인을 잡은 이후에도, 내부에서 작업할 수 있는 틀도 잡는 고민을 했습니다. 누가 작업해도 결이 유지되도록 시스템을 세팅한 것이죠.

애플 여의도점 로고도 인쇄 경험을 살려서 했고, 이 때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받았어요. 롱블랙도 작업했는데, 브랜드 런칭 초기였기 때문에 최대한 간단한 모티프로 작업했어요. 웹 화면을 위해 적절한 색을 고르는 작업이었어요. 화면 비율에 따른 정보의 비중, 메뉴 구성, 각 노트별 컬러 적용 등을 공동 작업했어요. 책 작업의 경험을 살려, 모바일용 자간과 같은 디테일까지 검토했죠. 결과적으로 반응이 좋아서, 앱/웹 디자인으로도 일이 확장이 됐어요. 색이 경험한 만큼 보인다는 것도 이 때 다시 깨달았죠.


색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다 / [사진 비마이비]


이후에는 정말 모스만의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을 택배로 주고받으니, 그동안 거절당한 시안을 활용해서, 메모지와 노트를 만들었어요. 사람들이 이걸 보고 사업하라 하더라고요. 브랜드로서 모스는 이때 시작됐어요. 노트는 꾸준히 판매돼서 1만 부를 넘겼고, 노트가 다른 제품도 궁금하게 만드는 역할까지 해주었죠. 나중엔 간단한 메모용 엽서를 구상하다 보니 뜯어 쓰는 엽서로 발전했고, 패키지가 없으니 하루만에 뚝딱 디자인해서 만들었어요. 클라이언트도 없으니까 솔직히 너무 신났습니다. (웃음) 그렇게 제작했는데 상자도 너무 잘 나왔고, 좋은 아이디어가 계속 나더라고요. 카드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카드 그 자체로 오브제나 선물이 될 수도 있잖아요?

포장지도 별색 위주로, 어디 두더라도 눈에 드러나게 만들었어요. 한 장에 7천원 정도 하지만, 포장지에서도 그래픽을 보여주며 포장이 어려운 사람들도 쓰기 쉽고 쓰고 싶은 포장지를 만들어야겠다 싶었어요. 어딜 잘라 써도 예쁘고, 구김도 자연스럽게 보이도록요. 재질도 그에 맞게 골랐고, 이후에는 보라색을 중심으로 별색을 구성해서 망가져도 구겨져도 괜찮은 포장지로 발전시켰어요.

박스를 포장하면서도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그냥 못 보내겠더라고요. 디자이너하고 같이 고민하다 즉석에서 목형 스티커도 만들었어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알게 된 거에요. ‘우리가 즐겁게 일하고 그 과정을 녹여야 우리다움이 되는구나.’ ‘팔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면 오히려 더 안 되는구나.’ 6개월 동안은 일일이 저희 손으로 포장하고 스티커를 붙여서 배송했어요. 그 많은 걸 싸서 일일이 편의점 택배로 부친 거죠. 그러면서 ‘이게 사업이고, 브랜드라는 것은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희가 처음부터 치밀하게 설계하고 세팅하고 한 것이 아니에요. 즐기며 일에 치이며, 체계를 잡아 갔어요.

이후엔 스테이셔너리를 취급하는 곳, 오브제를 다루는 곳 등 다양한 브랜드로부터 문의가 왔어요. 그러면서 판매도 늘어났고요. 저희가 30mm 스프링으로 노트를 만들면 좋겠다 싶었는데, 제작처에서는 전부 안 된다고 하는 거예요. 마침 어떤 인쇄소 사장님이 2년 전에 '못하겠다고 하는 것만 가져와.'라고 말씀하신 게 기억이 나서 가니 바로 해주시더라고요.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들어 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그 와중에 동판도 어려운 모양을 가져와서 찍었고, 우여곡절 끝에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잘 됐어요.


03 경험이 경험을 낳다

이런 긴 과정들을 겪어 보니까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졌어요. 그런 찰나에 니트 제작 업체와 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이미 색깔이 정해진 실로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완전히 새롭더라고요. 사실 저희는 참 마음에 들었어요. 울과 아크릴, 코튼 별로 도수 제한도 걸려 있지만 일단 해보았어요. 담요도 제작하며 접었을 때나 폈을 때나 매력이 있어야 하고, 모든 면이 달라 보이게 디자인을 했죠. 어떤 실로 어떤 색상 조합을 더해, 어떤 크기로 나오도록 제작해야 할지 두려웠는데 어떻게든 해낸 거죠. 검수하다 목이 나가기도 했어요.


경험을 계속해서 확장하는 모스 / [사진 비마이비]


다음에 도전한 품목은 컵이었어요. 디자인을 입혀서 보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사례가 없다는 거에요. 일반적으로 디자인을 찍는 과정에서 안료가 미세하게 변하거든요. 포장도 전용 띠지를 따로 만들어서 보냈고요. 안 된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지만, 그런 도전과 시련이 결국 저희에게 남는 것들이었어요. 이후에 코스터도 만들면서 리빙 분야로도 확장했어요. 이를 계기로 패키지라는 분야에 완전히 눈을 떴고요.

최근에는 종류를 더욱 다양하게 확장하고 있어요. 모노톤도 적용하고, 단가를 줄이는 동시에 우리만의 색감을 담은 포장을 만드는 연습도 했어요. 종이로 접는 화분도 제작했고, 셀로판이라는 브랜드와 함께 실크 2도로 재활용 컵 상자, 돗자리 매트도 만들었고요. LCDC 매장에서만 볼 수 있는 굿즈도 담당했어요. 롱블랙 1주년 책, 에코백, 정말 길쭉한 택 등 기존에 없는 문법으로 저희만의 색을 만들고 있습니다.


04 우리가 하던 것을 계속 잘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이 사이사이에 더 많은 사연과 이야기가 있는데요. 아마 느끼셨을 거예요, 정말 좌충우돌했겠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하던 것을 계속 잘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브랜드만 운영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나도 유지하고, 직원들 월급도 줄 수 있어야 하고요. 저는 이미지를 위한 돈은 아끼지 않아요. 지금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중이예요. 신기하게 그것을 통해 새로운 일이 연결이 되고요. 저희는 이제 3년차지만, 이전에 방대한 일을 해두니 감사하게도 더 큰 탄력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로서는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운영’하는 것도 이제 천천히 배워가는 거죠. 앞으로도 고민이 참 많아요. 클라이언트 업무와 브랜드 일을 어떻게 나눌지도 걱정이고, 어떻게 집중하고 포기할지 결정도 해야 하니까요. 브랜드를 관리하는 노력이 얼마나 큰 에너지가 필요한지도 이제는 알게 되어, 오히려 더욱 고민이 많습니다. 이런 과정과 고민들을, 브랜드로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실 여러분 앞에서 솔직히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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